[CVC 톺아보기] 에코프로파트너스, 지역·소부장 투자 강자 '비결은'②"제2 에코프로 만들자" 기치, 청주에 본사…그룹사 적극 활용한 '기술검증' 주목
최윤신 기자공개 2024-07-26 08:04:08
[편집자주]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창업주 의지로 설립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 환경·에너지·제조기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차별화된 정체성을 내세웠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약 25년 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대기업집단이 된 에코프로그룹이 후배 기업들을 위해 실천하는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의 핵심 주체다. CVC로서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첨병’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설립 4년만에 2000억원에 달하는 운용자산(AUM)을 모았는데, 향후 더 빠른 성장을 예고했다. 에코프로그룹 CVC로서 에코프로파트너스의 정체성과 앞으로 나아갈 항로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3일 16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창업주는 에코프로파트너스 설립 당시부터 단순한 벤처투자회사가 아니라 지역 소멸 문제 해결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해주길 원했다. 지역의 유망기업을 적극 육성해 제2의 에코프로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에코프로파트너스를 설립한 목적이었던 셈이다.에코프로파트너스는 이런 기대에 부응해 지역에 투자를 집중하는 벤처캐피탈(VC)로 충실하게 역할하고 있다. 블라인드펀드는 지역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펀드가 대부분이고, 프로젝트펀드를 통해서도 대부분 비수도권 지역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VC업계에서 지역투자는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에코프로그룹의 CVC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뛰어난 투자성과를 내고 있다. 지역 소부장 투자에서 선순환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경쟁력은 더 강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역펀드 중심으로 AUM 늘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설립 당시부터 ‘지역 투자’를 기치로 삼았다. 본사 위치부터 이런 정체성을 잘 나타낸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2020년 설립 당시부터 본사를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충북소프트웨어(SW)융합센터에 자리했다. 에코프로가 시작된 오창 산업단지 인근이다. 다른 VC들이 서울 테헤란로에 본사를 두는 것과 상반된 행보다.
이같은 결정은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에코프로그룹의 정체성과 궤를 같이한다. 에코프로그룹은 현재 대기업집단에 속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시작은 지역의 벤처기업이었다. 현재 에코프로그룹사 대부분이 본점을 지역에 두고 있기도 하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재훈 대표이사의 이력은 에코프로파트너스의 설립 목적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 대표는 VC업계에 흔치 않은 학계 출신 대표다. 영남대 경영학 교수를 지냈다. 다만 더 주목받는 건 테크노파크 관련 이력이다. 테크노파크란 지역 산·학·연·관을 비롯해 지역혁신기관과 유기적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해 강소기술기업을 발굴하는 지역산업 육성의 거점기관이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가 테크노파크를 처음 계획하던 단계부터 기획에 참여한 산 증인이다.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 회장,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 경북테크노파크원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역 투자’라는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란 평가다.
에코프로파트너스가 만든 펀드들을 보면 지역 투자에 대한 정체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벤처투자사 등록 이후 대부분의 펀드를 지역투자를 위해 만들었다. 2021년 가장 먼저 결성한 펀드 ‘포항아이스퀘어그린테크1호’는 그룹사의 출자와 함께 포항테크노파크, 아이엠뱅크(옛 DGB대구은행) 등 지역 발전에 뜻을 지닌 출자자를 모집해 만들었다. 포항은 이동채 창업주의 고향이자 에코프로그룹 생산기지가 밀집된 지역이란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이후 결성한 블라인드펀드도 대부분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지역 투자에 방점을 두고 만들었다. 2021년 결성한 ‘강원-아이스퀘어 중소벤처펀드 2호(100억원)’와 2022년 결성한 ‘아이스퀘어 충청 엔젤징검다리 조합 1호(11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이수창업투자와 Co-GP로 120억원 규모의 ‘대구이수-에코에이비비조합’을 결성하기도 했다.

비단 지역펀드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투자는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잭팟 회수사례인 ‘성일하이텍’에 대규모 투자한 것도 프로젝트펀드였다. 성일하이텍은 전북 군산 소재 기업이다.
AUM이 크게 성장했음에도 지역 투자라는 정체성에는 변화가 없다. 올해 설립하는 펀드 역시 지역펀드에 집중돼 있다. '모태펀드 전북·강원 지역혁신' 출자사업의 위탁운용사(GP)로 선정돼 170억원의 펀드 결성을 마무리지었다. 모태 1차 정시출자에서 루키리그 GP 자격을 획득해 결성한 300억원 규모의 펀드도 주목적 투자대상에 지역 기업을 포함시켰다.
◇그룹사와 적극적 시너지 도모…선순환 구조 본격화
VC업계에서 지역 투자는 쉽지 않은 투자로 여겨진다. 기본적으로 스타트업 숫자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네트워크를 갖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다. 투자 유치 등에 보수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수년간 제조기반 기업이 모험자본 시장의 외면을 받으며 이런 경향이 심화했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지역의 소부장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했지만 설립 4년만에 써 낸 성과가 눈부시다. 지난해 성일하이텍을 통해 기록적인 회수 레코드를 쌓았다. 아직 엑시트에 나서진 않고 있지만 최근 상장한 민테크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기차 방열소재 기업인 소울머티리얼과 2차전지 설비 회사인 씨제이케이 등 에코프로파트너스의 투자 이후 높은 밸류업이 이뤄진 사례도 많다.
난도가 높은 지역 투자에서 단기간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에코프로그룹의 CVC라는 장점을 활용한 데 있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영역, 그 중에서도 2차전지와 친환경 섹터에 투자를 집중한다. 에코프로그룹 가족사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룹의 혁신을 이끄는 만큼 그룹사로부터 적극적인 도움을 받는다. 그룹 각 계열사로부터 2차전지는 물론 제조혁신기업에 대해 최고 수준의 기술검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에코프로파트너스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가족사(그룹 계열사)와 같이 검증하면서 기존역량을 강화하고 신규사업 발굴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일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에코프로파트너스 투자사에 대한 신뢰도 상승으로 연결된다. 에코프로그룹 CVC가 아니라면 갖기 힘든 차별점이다. 이런 차별점이 선순환구조를 만들고 있다.
에코프로파트너스 관계자는 “VC업계에서도 에코프로파트너스가 투자한 소부장 기술기업이라고 하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다”며 “에코프로파트너스라면 없던 룸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지역의 강소기업들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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