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톺아보기] 3인으로 시작한 에코프로파트너스, 조직 체계화 방점④오너2세 이연수 본부장, 창립멤버 '눈길…'전략 스페셜리스트' 영입
최윤신 기자공개 2024-07-30 07:37:45
[편집자주]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창업주 의지로 설립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 환경·에너지·제조기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차별화된 정체성을 내세웠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약 25년 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대기업집단이 된 에코프로그룹이 후배 기업들을 위해 실천하는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의 핵심 주체다. CVC로서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첨병’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설립 4년만에 2000억원에 달하는 운용자산(AUM)을 모았는데, 향후 더 빠른 성장을 예고했다. 에코프로그룹 CVC로서 에코프로파트너스의 정체성과 앞으로 나아갈 항로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5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2020년 7월 단 3명의 소규모 조직으로 출발했다. 창립멤버 중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은 없었다. 통상 CVC들이 설립 시점에 다른 하우스에서 심사역들을 영입하는 것과 다른 행보였다. 에코프로 그룹의 CVC로서 ‘지역투자’라는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길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그룹사의 지원과 3인의 고군분투로 성과를 만들어 낸 에코프로파트너스는 현재 인원을 10여명까지 늘리고 조직의 체계화에 나섰다. 올해 들어 모태펀드의 출자사업을 따내고 펀드레이징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적극적인 인재 영입과 조직 체계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VC 루키 3인으로 출발
에코프로파트너스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은 이재훈 대표이사(사진)는 VC업계에 흔치 않은 학자 출신 대표이사다.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조직행동학 박사 학위를 얻은 그는 1996년부터 영남대학교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임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의 삶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벤처생태계와 관계가 깊은 이력을 지녔다. 우리나라 ‘테크노파크’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테크노파크란 지역 산·학·연·관을 비롯해 지역혁신기관과 유기적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해 강소기술기업을 발굴하는 지역산업 육성의 거점기관이다.
이 대표는 1997년 국내 테크노파크 조성이 시작될 때 기획을 맡았고, 테크노파크 중흥에 혁혁한 공헌을 했다. 2014년부터 에코프로파트너스에 합류하기 직전까지는 경북테크노파크원장과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역의 소부장기업에 투자해 제2의 에코프로그룹을 만든다’는 에코프로그룹 CVC의 설립 목표를 고려할 때 최고의 적임자다. 경북테크노파크 원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대경지역대학공동기술지주 대표이사를 맡아 성과를 내는 등 마이크로VC를 경영해 본 경험도 가지고 있었다.
이 대표를 제외한 다른 2명의 창립멤버는 모두 금융업계 출신이다.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의 장녀인 이연수 상무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경영·경제학을 전공하고 대신증권과 시너지투자자문 등 투자업계에서 근무했다.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얻기도 했다. 창업주의 자녀이지만 설립 당시엔 일반 심사역이었다.
또 다른 창립멤버인 손은의 수석은 한양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했는데, 회계사 자격을 따고 금융투자업에 투신했다. 삼일회계법인과 과학기술인공제회, 시너지아이비투자 등 다양한 사이드의 업무를 수행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대다수 VC에서 선호하는 ‘공학도’ 혹은 ‘산업계’ 출신은 없었다. 그룹사 오픈이노베이션의 첨병 역할을 맡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기술에 대한 검증은 그룹사가 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들이 더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3인의 창립멤버가 초기 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와 핵심운용인력을 맡아 밤낮없이 투자처를 발굴했다. 이런 과정에서 만난 게 성일하이텍이었다. 이 대표가 포항 규제자유특구 행사에 참석했다가 우연한 기회로 딜을 소싱했고, 이연수 상무와 손은의 수석 등이 함께 군산공장 실사를 마치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민테크와 한중엔씨에스 등 좋은 성과로 회수를 기대하고 있는 포트폴리오들도 3인의 발품과 에코프로 가족사의 적극적 기술검증을 통해 투자를 결정한 사례다.
◇10여명 조직으로 확대, 펀드레이징 성과 본격화
펀드를 늘리며 인력과 체계의 필요성이 커졌다. 2022년 최재홍 이사를 영입하며 심사본부의 무게감을 키웠다. 최 이사는 서울대에서 기계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JP모건 등 국내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서 커리어를 쌓은 인물이다. 현재 3인의 창립멤버와 함께 에코프로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나눠 맡고 있다.
성일하이텍의 성공적인 상장으로 ‘잭팟’을 예감한 2023년부터는 체계적인 조직 세팅에 나섰다. 주니어 심사역을 선임해 확장을 준비하고 펀드관리 담당 인력도 늘려갔다. 적극적인 펀드레이징에 나설 준비를 한 셈이다.
이재훈 대표이사가 꺼내든 ‘히든카드’는 권오석 이사의 영입이었다. 이수그룹 출신으로 직전까지 이수창업투자에서 기획 업무를 담당하던 인물이다. 이 대표는 ‘대구 이수-에코 에이비비(ABB) 벤처투자조합’의 결성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권 이사를 눈여겨봤고, 회사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영입을 추진했다.
조직의 외연을 갖춘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조직개편을 통해 투자본부와 전략관리본부를 꾸렸고, 이연수 상무와 권오석 이사에게 각각 본부장 역할을 맡겼다. 이와함께 에코프로비엠 연구개발본부장 출신인 방정식 기술고문과 기술보증기금 출신의 김영춘 감사를 영입해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만들었다.
올 들어 펀드레이징 등의 성과가 본격화 하는데는 적극적인 인력 확충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올해 모태펀드의 출자사업에서 두 차례나 GP선정을 따 낸 데 이어 성장금융투자의 출자사업에도 도전장을 낸 상태다.
이재훈 대표는 “각 본부가 주어진 역할을 유기적으로 담당하며 성과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지난해 흑자를 내며 ‘생존’이라는 단기적 목표를 넘은 만큼 체계적으로 조직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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