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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제2 이노그리드 사태' 막으려면

손현지 기자공개 2024-08-02 07:16:15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1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승인을 안주려다보니 상장 심사가 오래걸리는 것입니다."

최근 만난 한국거래소 상장심사팀 직원은 최근 거래소 심사가 길어지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한된 심사 인력 속에도 물리적으로 상장 심사 속도를 높일 순 있겠지만 그럴경우 '미승인' 건수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래소는 심사 중 기업의 이슈를 발견한다 해서 곧바로 미승인 처리를 하지 않는다. 기업과 수차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가급적 기업 스스로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편이다. 미승인 결과는 시장에 '해당 기업이 치명적인 문제점을 지녔다'란 인식을 주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물론 미승인 때려버리면 제일 편하다"며 "하지만 거래소의 미승인 시그널은 시사하는 바가 엄청나기에 함부로 부여할 순 없다"고 말했다. 간단한 이슈도 해결 안하고 예심 청구부터 해버리는 최근 주관사들의 관행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알고 보면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이슈들도 많다. 회사에 공시 담당자가 없으면 지정하면 되는데 기업에 막대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밸류를 깎아 내릴 순 없는 노릇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노그리드 사태는 정말 특이한 사례다.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이노그리드가 최대주주 분쟁 내용을 주관사에도 알리지 않고 자의적 판단으로 증권신고서에 기입하지 않았단 이유로 심사승인 효력을 취소해버렸다. 이미 예심을 통과한 기업의 심사 효력을 불인정한 것은 1996년 코스닥 시장이 문을 연 뒤 처음 있는 일이다.

거래소가 반드시 '지양'해야 할 태도라고 예비 상장기업들에게 강력한 시그널을 준 셈이다. 이노그리드 측은 "악의적 목적을 가진 내용증명이라는 객관적 판단에 따라 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거래소는 최대주주의 분쟁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자체적으로 중요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누구의 책임일까. 알면서도 별 일 아니라고 넘겨버린 발행사? 아니면 상장 책임자인 주관사? 홍순욱 전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한쪽에게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증권사 IB들의 의견을 모아 중요사항 누락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한다.

상장의 닻을 올린 순간 심사팀과 주관사, 발행사는 한 배를 탄 거나 다름없다. 모두가 충분히 소통하며 책임감을 가져야 제2의 이노그리드 사태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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