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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김영섭호 1년 성과평가]구조개선 전문가, 비핵심사업 정리·인건비 감축 집중①AICT컴퍼니 기틀, 재원 마련에 올인…인위적 정리 대신 자연감소 '기다리기'

이민우 기자공개 2024-08-16 07:30:31

[편집자주]

KT 김영섭호가 출범한지 어느덧 1년이다. 새 선장이 승선한 만큼 KT 내 주요 계열사 수장 교체와 조직 개편, AICT 컴퍼니 전환 등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다. 바뀐 것이 많지만 바꿔야 할 것도 아직 많다. 주가 회복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 문제, 조직 슬림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1년 동안 발벗고 뛰어온 김영섭 대표의 성과와 과오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13: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영섭 대표는 KT에 오기 전 LG CNS 대표로 있을 당시부터 조직 구조 효율화 전문가로 꼽혔다. 사업을 핵심과 비핵심으로 나누고 과감한 '가지치기'를 통해 비대한 비용을 떨궈내는데 집중했다. 그가 이전 조직에서 추구한 조직 군살빼기는 나름 선방한 결과를 냈다.

사실 KT에서 1년간 보인 김 대표의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취임 전 추진된 사업의 과감한 정리에 집중했다. AICT 컴퍼니 전환이란 핵심 목표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특히 수익성 추구를 우선시했다. 다만 인위적인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없었다는 게 차이점이다. 자연감소 인력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 솎아내기 속도, 곳간 문제·대규모 배당 부담 영향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초 KT 신임 수장으로 내정됐다. 취임 직후에는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내부 경영사정 파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산하 계열사 대표들을 직접 면담하고 내부 구성원과 수시로 미팅했다. 사업과 조직 재편, 재원 마련을 위한 밑그림을 그린 시기다.

첫 칼은 인사로 꺼내들었다 .핀포인트 인사에 이어 연말 정기인사로 자신의 색채를 입히기 시작했다. 예상됐던 대대적 인사는 아니었지만 LG CNS 시절 연을 맺었던 외부 인사들이 대거 회사 내에 유입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내부에선 이를 두고 '점령군'의 행태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어쨌든 김 대표의 본격적인 KT 효율화 작업은 올 들어서야 시작됐다. 비핵심으로 분류된 사업 또는 필요 투자 대비 실적 창출이 어려울 분야는 빠르게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곳간 단속을 그만큼 철저하게 벌이고 있다.

김 대표 내정 시기부터 서둘러 사업 정리가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민클(블록체인 및 NFT)과 메타라운지(B2B 메타버스), 그린폰(중고폰 매입 서비스) 등이 있다. 디지털 물류 서비스 기업 롤랩에 투자한 지분도 합작사 팀프레시에 되팔았다. 베트남 헬스케어나 르완다 같은 해외 사업도 조속히 철수하거나 사실상 백지화했다.

사업 조정도 다수 진행됐다. 판매 부진을 겪은 로봇 사업은 유통 분야에서 발을 빼고 플랫폼 분야 위주로 재편토록 했다. AI 사업도 변화가 있었다. 많은 비용 투자를 감수하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버리고 소형언어모델(sLLM) 개발로 중심을 옮겼다. 애물단지였던 시내전화, 전신 등도 서비스 규모를 줄이거나 종료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구현모 전 대표 시절과 크게 대비되는 행보다. 구 전 대표 체제에서 KT는 한계점에 봉착한 통신 본업을 벗어나 성장 돌파구 마련에 집중했다. 슬로건도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로 삼았다. 디지털과 미디어 및 콘텐츠, 해외 등 여러 영역에 가지를 뻗고 새 먹거리를 탐색했다.

반면 김 대표 체제 속 KT 이전과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일단 '선택과 집중'이 김 대표의 방향성이다. 무엇보다 비용 부담이 보다 크다는 게 방향 설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화두인 AI 분야에 대한 투자 금액 조달이 만만찮다. 연관된 데이터센터(DC), 클라우드 사업도 예상 소요 재원이나 경쟁 강도가 세다. 2025~2026년 사이 도래할 6G 주파수 관련 투자 사이클도 감안해야 한다.

더군다나 KT는 대규모 배당금을 지속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높은 배당 성향은 주가엔 도움이지만 재원 확보 차원에선 짐이다. 지난해 배당금은 5268억으로 잉여현금흐름(FCF)의 3분의 1 이상을 집행했다. 이미 확정된 현금 유출이 상당한 상황에서 미래 투자에 나서야 한다. 사업 정리를 통한 선택과 집중은 KT와 김 대표에게 필수불가결한 결정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사업 등을 정리하며 대손 반영 등 단기적으로 KT에서 인식할 비용을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선 지출할 예정이었던 일부 사업 지출을 줄이는 셈이라 앞으로 가용할 투자금은 늘어나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AI, 클라우드 등은 단순히 투자만을 집행해서 무조건 적인 성공이나 우위 획득을 장담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며 “결국 확보한 재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재적소에 분배해 투자할지가 앞으로 KT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기 겹친 베이비 붐 세대 퇴장, 인력 축소 가속 전망

본연 사업 집중 외에 김 대표가 비용 효율화를 위해 앞장선 건 바로 인건비 절감이다. 내부 임직원 세대 교체에 속도를 냈다. KT는 고연령대 임직원이 경쟁사보다도 더 많이 포진한 기업으로 꼽힌다. 다만 세대교체가 올해부터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베이비 붐 세대로 묶이는 다수 고연령대 임직원들은 향후 5년여 동안 대거 떠날 예정이다.

현재 KT에서 예상하는 정년퇴직 임직원 규모는 1000여명 정도다. 하지만 이를 포함한 전체적인 연간 인력 감소는 더 많을 전망이다. 당장 2020년 총 2만2720명 수준이었던 KT 임직원 숫자는 지난해 말까지 3년 동안 2983명 가량 감소했다. 연 평균 1000명 가량 줄어든 셈이다.

김 대표가 취임 당시부터 ‘인위적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다고 언급한 것도 결국 자연 감소 인력이 대거 있을 것이란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김 대표는 최근 인위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상황이다. 그는 올해 정기주총에서 “구조의 조정 없이 혁신이 될까. 기업의 아주 기본적인 역할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순리에 따라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와 KT 주요 사업을 이끌 임원진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뤄진 모양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KT 본사 미등기 임원 중 70년대생 이상 임원의 비중은 58.3%에 달한다. 김 대표가 정식 취임하기 이전에는 36.7%에 불과했던 부분이다. 비교적 젊은 70년대 이상 임원의 절대적인 숫자가 36명 수준에서 50여명까지 늘어난 영향이다.

자연감소를 통한 인력 줄이기를 염두에 둔 만큼 신규 직원의 채용 규모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KT는 올해 신입·경력 사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연내 최대 1000명을 새로 뽑아 자연감소, 이탈 인력 자리를 채우고 AICT 기업 도약을 이끌 인재를 수급한다는 방안이다. 다만 자연감소 인력 모두를 신규 채용으로 대체할 가능성은 0%에 가까울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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