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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헬스케어의 히든카드 '의료데이터 혁신' 사업화 길목 구글클라우드와 데이터 활용 난제 해결, 17개 대학병원과 함께 밑작업 막바지

정새임 기자공개 2024-08-19 09:01:38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6일 0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첫 사업으로 전 국민 혈당관리 애플리케이션(앱) '파스타'를 선보이며 인지도를 높였다. 질병 관리 수준의 헬스케어가 메인 사업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헬스케어의 근본은 엄연히 '의료'다. 그 중에서도 병원 내 숨은 의료데이터를 겨냥한다. 지금까지 기술적 장벽에 갇혀 이루지 못했던 데이터 혁신을 꾀한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의료정보를 병원 밖으로 빼내지 않고도 연구협력을 할 수 있는 '히든카드'로 승부수를 던진다. 병원의 가장 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면서 대학병원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태동한 '연구 협력 네트워크'가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길목에 들어섰다.

◇전국 의료기관 데이터, 수요 높지만 활용 막막…클라우드로 솔루션 제시

한국은 전 세계에서 임상시험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나라로 꼽힌다. 수준 높은 의료기술과 의료진의 전문성, 우수한 인프라, 체계적으로 관리된 의료데이터를 자랑한다.

축적된 양질의 의료데이터를 신약 개발에 활용하고자 하는 국내외 제약사들의 수요가 높다. 최근의 신약개발 방향이 특정 바이오마커를 겨냥하는 정밀의료로 나아가고 있어서다.

바이오마커에 따라 반응률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더 적합한 바이오마커를 찾는 일이 신약 개발의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허가된 신약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어떻게 효과가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리얼월드연구(RWE)'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문제는 한국 내 병원마다 의료데이터가 통일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여러 기관이 협업할 경우 각 병원의 데이터를 표준화 하는 작업에 상당한 시간을 들인다. 의료데이터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민감정보'로 분류된다. 연구에 활용하려면 개인식별이 가능한 요소들을 전부 삭제하거나 대체하는 가공 과정도 거쳐야 한다.

그간 정부가 의료데이터를 한데 모아 연구하는 국책과제가 큰 소득을 얻기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였다. 한정된 기간 중 절반 이상을 데이터 표준화 및 가공에 들이니 실질적으로 연구 결과를 내기도 전에 과제기간이 종료되곤 했다.

다음 과제로 넘어갈 땐 규정에 따라 데이터를 모두 폐기한 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비효율적인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사업 자체가 흐지부지 될 수 밖에 없었다.

민간이 의료데이터 사업을 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의료기관은 병원 내 저장된 민감정보가 외부로 반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자칫 민감정보가 제3기관으로 유출될 시 병원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정부주도사업이 아닌 민간사업에 선뜻 손을 잡을 수 없는 이유다.

카카오헬스케어 의료데이터 솔루션 개요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병원에 재직하면서 이 같은 어려움을 캐치하고 방법을 강구했다. 매번 데이터를 다듬으면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최소화하고 의료기관의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의료데이터 사업에 충분한 승산이 있으리라 봤다. 그리고 그 답을 클라우드에서 찾았다.

초창기 벤처에서 직접 클라우드를 개발하다 카카오헬스케어 초대 대표로 올라선 후 구글 클라우드와 손을 잡았다. 구글 클라우드는 개별 기관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지 않고 인공지능(AI)이 연합학습을 통해 의료 데이터를 정제 및 분석하는 전문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기술협력을 통해 구글 클라우드는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가 됐다.

◇총 17개 대학병원 참여, 국책과제로도 선정…외부펀딩으로 사업 본격화

구글 클라우드는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실질적으로 병원을 모아 서비스를 구축하는 일은 카카오헬스케어가 전담한다. 양사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의료기관이 보유한 대량의 의료데이터를 표준화 해 거대한 호수(데이터 레이크)를 구축하고 이를 외부 반출 없이 연동된 AI 클라우드를 통해 고객 니즈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4월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4'에서 의료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발표한 황희 대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데이터 유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제약사들은 원하는 연구 주제에 대한 대량의 맞춤형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제약사는 데이터 활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카카오헬스케어는 이 비용을 의료기관과 나눈다. 의료기관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창구도 된다.

지난해 카카오헬스케어는 솔루션을 구현할 HRS(Healthcare data Research Suite) 파일럿 연구를 거쳐 분당서울대병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이화의료원 등에 HRS를 구축해 나갔다. 연구 협력을 이룰 대형병원 네트워크(Research Alliance)도 발족했다.

올해 8월 진행된 2차 발족식에 따라 연구협력 네트워크는 건양대학교병원, 경희대학교의료원, 계명대학교동산의료원, 고려대학교의료원, 삼성서울병원,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의료원,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전남대학교병원, 화순전남대학교병원 등 총 17개 대학병원으로 확대했다.

참여 병원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헬스케어 솔루션을 깔고 용어와 수치를 통일시켜 밑바탕을 다지는 일이다. 1년동안 카카오헬스케어 직원들이 각 병원에 파견돼 작업을 진행했다. 1차 병원은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며 2차 참여 병원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파스타와 함께 카카오헬스케어의 메인 사업이던 의료데이터 솔루션 밑작업이 약 2년에 걸쳐 완성 단계에 이르른 셈이다. 지금까지는 파스타로만 매출을 올렸지만 내년쯤부터 의료데이터 사업에서도 일부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올해 5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초거대AI 기반 보건의료 서비스 지원사업' 주간사업자로 선정돼 4년간 320억원을 지원받는다. 카카오헬스케어 솔루션에 관심을 갖고 협업을 논의 중인 제약사들도 있다.

의약품을 넘어 화장품으로의 확장성도 기대된다. 인종, 피부타입 등 데이터를 통해 '정밀 뷰티'를 꾀하는 화장품 기업이 늘어나면서다. 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 그룹, 바이오 소재 개발사 큐티스바이오와 함께 정밀 뷰티 솔루션 개발을 위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그 외 임상시험대행기관(CRO) 씨엔알리서치와 글로벌 임상시험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첫 외부조달에 나서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모기업인 카카오로부터 총 15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던 카카오헬스케어는 최근 외부에서 투자처를 물색 중이다. 모기업 의존도를 낮추면서 신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함이다.

투자유치 규모는 최대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는 파스타 해외 진출을 위한 자금으로 쓰이고 일부는 의료데이터 솔루션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카카오헬스케어 관계자는 "일부 병원에는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추가 기관에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약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약사뿐 아니라 화장품 기업, 임상시험기관 등과의 협력을 넓혀나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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