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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엔터사 닮은꼴 '팬덤관리' [thebell note]

황선중 기자공개 2024-08-23 08:25:04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2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게임사와 엔터테인먼트사는 비슷한 측면이 많다. 게임사가 성장동력인 게임을 동시다발적으로 배출하기 위해 다수의 개발사를 거느린다면 엔터테인먼트사는 아티스트를 동시다발적으로 배출하기 위해 다수의 레이블을 거느린다.

게임사와 엔터테인먼트사가 '확률형 아이템'과 '랜덤 포토카드'라는 일종의 '뽑기' 상품으로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점도 유사한 대목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 대표 자리에 박지원 전 넥슨 대표가 앉았던 것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최근에는 두 업계 소비자의 행위도 유사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국내 게임사 펄어비스의 게임 <검은사막> 이용자들이 사옥 인근 지하철 역사 벽면에 내건 광고가 상징적이다. 광고에는 "좋은 게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문구가 담겼다.

지난 6월에는 넥슨의 게임 <블루아카이브> 캐릭터 스티커가 담긴 빵이 출시 50일도 지나지 않아 200만개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게임 이용자들은 캐릭터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빵을 판매하는 편의점 정보까지 공유했다.

모두 그간 게임 업계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문화였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아티스트 팬덤을 중심으로 흔하게 이뤄지던 문화다. 달리 말하면 게임 업계에도 서서히 이른바 팬덤 문화가 뿌리 내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팬덤 기반 사업의 핵심은 팬덤의 충성도를 유지하는 일이다. 엔터테인먼트사가 직접 공식 팬클럽을 운영하며 회원들에게 우선 예약, 특별 상품 같은 다양한 특권을 제공하는 이유도 팬덤과의 유대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의 팬덤 관리 역량은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넥슨의 <카트라이더:드리프트>다. 이 게임은 원작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어려움을 겪어 출시 2년도 지나지 않아 서비스 축소를 결정했다.

게임이 흥행하지 못한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원작 팬덤을 품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원작 팬덤 눈에 신작 <카트라이더:드리프트>는 '순한맛'에 가까웠다. 신규 이용자 눈높이에 맞춰 게임을 만든 탓이다.

원작 팬덤은 <카트라이더:드리프트>를 향해 애정 섞인 쓴소리를 쏟아냈다. 하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자 결과적으로 게임에서 대거 이탈했다. 만약 이때 적절한 팬덤 관리가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서비스 축소라는 씁쓸한 결말을 피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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