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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상장사 울리는 '투자 브로커' 주의보 투자유치 명목으로 자문비·지분 요구…IPO 가시화하자 '흠집 내겠다' 으름장

안준호 기자공개 2024-10-07 13:30:33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2일 13: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메마르며 투자유치 브로커들의 활동이 기업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활동 과정에서 획득한 내부 정보를 빌미로 개인 지분을 요구하는 경우는 물론, 선금을 받은 뒤 연락을 끊는 경우도 발생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브로커(중개인)’는 자본시장에서 익숙한 용어다. 타인을 위해 증권 거래나 투자를 대행하는 중개 업무(브로커리지)의 전문가에 해당한다. 기본적으로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해 채권이나 주식 거래를 성사시킨다.

단 초기 기업에게 브로커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적절한 투자처를 찾는 VC, 엑셀러레이터와 자금 조달을 원하는 기업을 매칭시키는 역할을 한다. 유망한 기업이라면 여러 경로를 통해 직접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이런 기회를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는 10여년 전부터 이런 식으로 투자 유치를 중개하는 1인 브로커들이 등장했다. 일반적으론 일정 비율을 보수로 지급하는 계약이 이뤄지지만, 때론 선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영업’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일부 브로커들의 경우 인맥을 과시하며 수십억원의 대가를 요구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유동성 메마른 자본시장…초기 기업 노린 ‘1인 브로커’ 활개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에겐 투자유치가 절실하다. VC협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투자유치 현황은 시리즈 A 21%, 시리즈 B 36%, 시리즈 C 43%로 집계됐다. 자금회수(엑시트) 가능성이 높은 후기 라운드에 자금이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성공 확률이 높은 기업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른바 ‘투자유치 브로커’들이 이들 기업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례들도 더욱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자금 조달에 목마른 상황을 이용해 정기적 급여는 물론 지분까지 요구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시리즈A 라운드를 시작한 E 기업은 투자유치 브로커와의 계약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첫 미팅에서 재계 인맥을 과시했던 이 브로커는 해당 기업을 위해 유한회사를 차렸다며 ‘컨설팅’ 명목으로 계약을 요구했다. 막상 계약을 맺은 뒤엔 컨설팅 용역에 대해선 제대로 된 보고서도 내놓지 않았다.

올해 초 투자유치를 시작한 R 기업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투자유치를 위한 설명자료(IR) 제작과 자문 비용으로 3000만원 이상을 가져갔다. ‘활동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추가로 요구하자 기업은 차용 형태로 자금을 빌려줬다. 막상 지급이 이뤄지자 해당 브로커는 연락이 두절됐다.

◇수수료 선금 지급에 지분까지 요구…"공갈·협박 범죄로 봐야"

안정적 성장 궤도에 진입한 스타트업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최근 시리즈 C 라운드를 마친 V 기업은 초기 투자유치 과정에서 맺은 계약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인맥을 과시하며 접근한 브로커에게 매달 수백만원의 현금과 법인카드까지 제공했지만, 막상 투자는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위협까지 당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V 기업은 브로커를 통해 몇몇 투자자와 미팅을 진행했으나 실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경로로 주요 투자자가 확정된 뒤에야 일부 금액이 회사로 들어왔다고 한다. V 기업은 브로커와의 관계를 고려해 해당 금액을 초기 라운드 투자에 포함시켰다. 또한 브로커에게 억대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를 위해 창업자는 물론 초기 주주들이 지분을 팔아 자금을 충당했다.

문제가 더욱 커진 것은 그 이후다. 사업성을 인정받은 이 기업은 후속 투자를 유치하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기업가치가 증가하자 브로커의 ‘공갈’이 시작됐다. 수십억원을 요구한 것은 물론 사업을 방해하겠다는 협박도 이뤄졌다. 회사는 기업공개(IPO)를 바라보는 수준까지 성장했지만, 창업자인 대표는 오히려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투자 유치 수수료를 받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지만, 경우에 따라 활동비 개념으로 일부 선지급을 요구하는 브로커들도 있다"며 "이 경우 실제 투자 유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기에 브로커가 갖고 있는 투자자 리스트를 확보해 사전 검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 자문 전문인 법무법인 별의 강혜미 대표 변호사는 “초기 기업의 상황을 악용하는 브로커들 사례는 스타트업 시장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사례”라며 “자금조달이나 재무 전략에 밝지 않은 대표들에게 인맥을 과시한 뒤 과도한 이익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은데, 법리적으로는 공갈이나 협박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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