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플랜트 역량 점검]애물단지에서 주력 먹거리로 재부상수익성 담보 차원, 사업조직 인력 충원 움직임
전기룡 기자공개 2024-11-04 07:32:17
[편집자주]
플랜트가 중동 산유국에서 대규모 손실액을 인식한 이래 10여년만에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력 매출원이었던 건축·주택의 수익성이 급감한 반면, 플랜트는 여전히 고른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랜트 역량을 고도화하는 차원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손질한 건설사도 눈에 띈다. 플랜트라는 사업영역이 변곡점을 맞이한 만큼 더벨은 주요 건설사들이 지닌 역량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9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플랜트는 국내 건설업종의 흥망성쇠를 함께 했다. 중동 산유국들이 오일머니에 힘입어 대규모 플랜트 공사를 발주하자 대형 건설사 위주로 과감히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덕분에 2010년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대형 건설사들 가운데 플랜트 매출비중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들이 상당수 존재했다.다만 유가 변동성에 발목을 잡혔다. 수년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진 결과 산유국의 프로젝트를 기수주했던 국내 건설사들 상당수가 어닝쇼크를 겪었다. 플랜트는 자연스럽게 주력 먹거리 자리에서 밀려났다. 매출 비중도 부동산 회복기와 맞물려 건설·주택 위주로 재편됐다. 사내 입지 역시 마찬가지다.
그랬던 플랜트지만 최근 들어 새먹거리로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건설·주택이 고금리 기조와 원가율 상승으로 위축된 반면 플랜트는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에서는 플랜트의 영업이익률이 주택·건설을 뛰어넘는 곳도 존재한다. 침체기에도 플랜트 역량을 꾸준히 갈고 닦은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해외 수주액 견인, 저유가 기조에 일회성 손실 반영
플랜트는 국내 건설사들의 주된 먹거리였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해외시장에 처음 진출한 시점부터 올 3분기까지 전체 수주액 9849억달러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80억달러가 산업설비에 해당한다. 뒤를 잇는 건축(1945억달러), 토목(1790억달러)과 격차가 상당하다.
발주처가 위치한 국가의 경기에 따라 중동에서 아시아로, 아시아에서 중동으로 주요 수주텃밭이 변한 이력은 있다. 그럼에도 플랜트는 꾸준히 해외 수주액을 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발전소(1642억달러)를 주축으로 화학공장(839억달러), 정유공장(812억달러), 가스처리시설(600억달러) 등이 주요 포트폴리오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들도 플랜트 호황기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외형을 확장했다. 일례로 현대건설은 이란을 시작으로 빠르게 중동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덕에 2015년 연결기준 플랜트/전력부문 매출로 8조4658억원을 인식했다. 전체 매출(19조2332억원)의 44.0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금은 '자이'의 성공에 힘입어 건축·주택부문 매출비중이 과반을 넘는 GS건설도 한때는 플랜트가 주력 먹거리였던 시절이 존재한다. 2015년 당시 GS건설 플랜트/전력부문(5조9379억원)의 연결기준 매출비중은 56.16%에 달했다. 건축·주택부문(3조4101억원) 매출비중인 32.25%를 웃돈다.
효자로 통했던 플랜트지만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특히 중동 산유국에서 꾸준히 수주고를 올렸던 건설사들 위주로 미수금이 누적됐다. 국가 재정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유가가 하락하자 국내 건설사에 지급되야 할 공사대금이 후순위로 밀렸던 영향이다.
플랜트 프로젝트를 기수주했던 건설사들에게는 미수금을 손실 반영해야 하는 절차가 요구됐다. 일회성 요인으로 계상된 손실액이지만 규모가 상당했던 탓에 일부 건설사들은 신용등급 하락을 겪었다. 최대주주가 해외 현장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지시한 건설사도 있었다. 2010년 초·중반 무렵과 비교해 플랜트 사업조직이 대거 축소된 배경이다.
◇주요 건설사 매출 비중 22.11%, 전문성 확보 노력 지속
플랜트의 빈 자리는 건축·주택부문이 채웠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한 몫 했다. 분양 성과가 담보되다 보니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였다. 주요 건설사들은 경쟁력을 끌어올릴 목적으로 주택 브랜드를 론칭 혹은 리뉴얼하거나, 층간 소음 저감 기술과 같은 연구개발 활동에 매진했다.
매출 구조도 재편됐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5대 건설사(삼성물산 제외)는 올 상반기 별도 기준으로 건축·주택부문에서 13조3636억원 상당의 매출액을 올렸다. 전체(20조7216억원)의 64.49%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와 달리 플랜트 매출은 4조5816억원에 그쳤다. 매출비중으로 따질 시 22.11%다.
여전히 플랜트가 상대적으로 열위한 입지이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오랜 기간 수익성이 담보됐던 건축·주택부문이 불황기에 접어들었다. PF 시장이 경색기를 맞이한 데다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하자 주요 건설사들의 건축·주택부문은 90%를 상회하는 원가율에 직면했다. 플랜트 원가율이 80%대에 박스권을 형성된 것과 차이가 있다.
주요 건설사들도 수익성을 확보하고자 다시금 플랜트 사업조직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의 플랜트 사업조직 소속 임직원 수가 레고랜드 사태가 발발하기 직전(2022년 상반기) 5948명 수준에서 올 상반기 6985명까지 급증한 게 달라진 위상을 방증한다.
글로벌 에너지 플랜트 시장의 발전과 맞물려 재정비에 나선 건설사도 상당수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타(Gloabal data)에 따르면 계획부터 실행 단계까지 파악된 글로벌 에너지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는 총 7조5000여억달러에 이른다. 탄소 중립이 하나의 트렌드로 정착했다는 점도 플랜트 육성에 나선 배경이다.
대표적으로는 현대건설이 기존 플랜트사업부문에서 전력·신재생에너지를 전담하던 조직을 뉴에너지(NewEnergy)사업부로 분할·신설한 게 언급된다. GS건설도 이른 시점 에코(ECO)사업부를 신설했다. 대우건설의 '신규원전태스크포스팀(TFT)', '원자력설계TFT'처럼 TFT 조직을 앞세워 역량을 가다듬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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