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29일 07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긴 여정의 끝을 향하고 있다.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던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심사를 종결하고 최종 승인했다. 메가캐리어 출범과 저비용항공사(LCC) 통합까지 항공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2021년 1월 시작된 합병 절차는 12월 마무리된다.코로나19는 항공산업의 근간을 흔들었다. 대형항공사와(FSC)와 LCC 모두 깊이를 알수 없는 늪에 빠졌다. 항공업계는 사분오열됐고 저마다 생존력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했다. 정부는 메가캐리어 출범과 항공산업 선진화란 명분을 내걸고 대한항공 중심의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광야에 내몰린 다른 항공사들의 외침은 메아리도 만들지 못했다.
딜을 주도한 KDB산업은행 등 정부와 딜의 주체인 한진칼 등에 대한 비판은 거세졌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특혜 의혹은 지속됐다. ‘대마불사’ 논리에 희생당한 미생들의 불만은 커졌다. 메가캐리어 출범으로 FSC 경쟁체제가 무너지면서 소비자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한한공의 아시아나항공 빅딜을 추진한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 회장은 “한국에 재벌이 지배하지 않는 것이 있나. 우리가 물려받은 것은 경제를 다 재벌이 지배한다는 것”이라며 “재벌 특혜 의혹을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재벌의 경영권을 가지고 무엇인가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리스크 앞에 정부조차 재벌에 기대야 했다. 그 대상은 대한항공이었다. 이 회장의 말을 곱씹어보면 재벌이란 시스템이 국가도 해법을 찾을 수 없었던 위기 상황에서 실마리를 찾은건 아닐까. 관련 산업군에서 체급을 키운 기업집단이 구조조정 중심에 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장 논리다.
한진그룹은 단순히 재벌이어서 항공업 빅딜의 주인공인 된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은 언제나 제1의 국적 항공사로 안정적인 화물과 여객 운송으로 대한민국 항공물류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글로벌 항공시장에서도 시스템과 서비스 등 모든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받고있다.
항공업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된 코로나19 기간에도 대한항공은 유일하게 자생력을 입증했다. FSC와 LCC 모두 천문학적 영업손실에 허덕이는 가운데 탄탄한 영업이익 행진을 이어갔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구매기 위주 선대를 꾸려 금융비용을 절감했고 외부 차입은 최소화 하면서 부채비율을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으로 유지했다.
기업결합 심사가 끝나고 2025년 본격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추진되면 외부의 견제는 더 커진다. 의혹과 비판은 한층 더 날이 서고 근거 없는 비방도 심심찮게 목격될 것이다. 대한항공이던 아시아나항공이던 내부 임직원들의 불만도 고조될 것이다.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구성원과 소비자들에 대한 더 높은 책임감으로 묵묵히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독과점이란 비난에 맞서는 길은 체급을 키워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더 질 높은 서비스를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하면 메가캐리어를 반대할 명분도 사라진다. 양 사 임직원들에 대한 책임경영도 마찬가지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보다 더 나은 새 일자리를 얻는 사람이 많다면 통합 과정의 진통도 미미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FSC 대한항공이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방법은 이전 여러 구조조정과 달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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