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대한항공…넘어야할 세부과제 ‘생크션 리스크’ '국토부·공정위' 기업결합 조건 구체화…LCC향 운수권·슬롯 양도 이행
고설봉 기자공개 2024-12-13 13:02:25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1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로 통합 대한항공 출범이 공식화됐다. 약 4년여 국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으며 한걸음씩 진행된 통합작업이 가장 큰 관문을 넘어섰다. 한진칼은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물리화학적 결합을 위해 약 2년여간 세부 작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큰 첫 발을 내디뎠지만 넘어야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본격적으로 생크션(sanction) 리스크를 해소해야 하는 단계로 넘어왔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글로벌 각국 경쟁당국이 요구한 독과점 해소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
◇글로벌 대표 생크션 대상 항공업…통합 대한항공 승인에만 4년
우리나라 대형항공사(FSC) 간의 첫 기업결합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절차가 11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를 끝으로 일단락된다. 대한항공은 오는 12일부로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내달 중 아시아나항공과 산하 항공사들의 새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진을 선임할 예정이다.
경영체제 재편과 별개로 생크션(sanction) 리스크 해소가 큰 과제로 남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은 최근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가장 큰 생크션 이슈로 부상했다. 2020년 11월 각국 경쟁 당국에 승인을 요청한 뒤 최종 승인을 받는데만 무려 4년이란 시간이 걸릴 만큼 각국 경쟁당국은 양사 결합에 따른 시장질서 교란과 공정거래 위반, 자율경쟁 침해, 소비자 피해 등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생크션은 크게 제재와 허가(승인, 인가)의 양면적 의미를 갖는다. 제재는 어떤 기준과 법률 위반이 발생할 경우 처벌하는 것을 뜻한다. 허가는 어떤 기준과 법률로서 일반적으로 금지돼 있는 특정 행위에 대해 해제하고 적법하게 행위를 할수 있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생션은 단일 국가 및 개별 산업군에선 좁은 의미로 '법에 규정된 벌칙으로서 법의 준수를 강제하기 위해 보상 또는 벌칙을 부과하는 규정'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현재는 글로벌 전역에서 통용되는 제재와 허가 수단으로 진화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취하는 경제적 또는 준 군사적 조치'로서의 현대적 의미르 가지고 있다. 주로 법이나 조약을 위반한 사실에 대한 조건을 강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추세다.
항공업은 글로벌 공정거래 및 경쟁 당국에서 여러 형태의 생션 대상에 오른 업종이다. 항공업 자체가 국가를 초월해 글로벌 전역을 연결하고 국경을 넘나드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국 경쟁당국은 항공사에 대해 여러 생션 수단을 가동하고 있다.
◇통합 대한항공에 의무 부과…LCC엔 기회 확대
2020년 KDB산업은행 주도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작업이 시작된 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일본 등은 승인의 조건으로 여러 조치 이행을 제시했다. 독과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슬롯과 운수권 등을 다른 항공사에 배분하라는 것이 큰 요구조건이다.
한국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기로 결정하며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결합일로부터 10년간 경쟁제한성이 제기된 여객 노선의 슬롯과 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
통합 대한항공은 구조조적 조치로서 국내공항 슬롯과 운수권을 타 항공사에 이전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경쟁제한성이 있는 26개 국제선과 8개 국내선을 대상으로 국내공항 슬롯을 반납해야 한다. 또 운수권도 이전해야 하는데 런던, 파리, 로마 등 11개 노선이다.
공정위는 구조적 조치로서 경쟁제한성 해소가 효과적이지 못한 국내 6개 여객 노선에 대해서는 구조적 조치가 이행될 때까지 ‘운임 인상 제한, 공급 좌석 수 축소 금지, 서비스 질 유지, 마일리지 통합’ 등 행태적 조치를 병행부과했다.
이날 우리 정부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이후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저비용항공사(LCC)의 중장거리 노선 운항 확대 지원 등 2020년 예고했던 일종의 생크션을 발동했다. 정부는 11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한화오션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항공운송산업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신주를 인수해 기업결합 절차를 마치는 데 따른 후속 이행안이 담겼다. 정부는 통합 항공사 출범으로 약해질 수 있는 LCC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수권을 우선적으로 배당할 방침이다. 또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한 신규 취항 보조금 지원, 지방공항 전용 운수권 확대도 추진한다.
그간 대형항공사(FSC)들이 주로 운항해 온 유럽·서남아 등 중·장거리 노선의 운수권을 추가 확보해 LCC를 중심으로 배분하며 취항 기회를 넓힐 계획이다. 최근 국제선의 비즈니스 수요는 기존 중국 중심에서 인도, 베트남 등 신흥 생산기지로 다변화되는 추세다. 정부는 이런 변화를 반영해 운수권과 노선을 늘릴 방침이다. 특히 수요가 많은 일본, 동남아 노선엔 LCC가 우선 진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다른 생크션 형태응 통합 대한항공에 대한 의무 부과다. 정부는 운수권은 충분하지만 운항이 부족한 아프리카, 중남미 등은 부정기편 운항을 통해 항공사의 취항을 유도한는 방침이다. LCC보다 여력이 큰 FSC에 부담이 클 전망이다.
아울러 독과점 우려가 있는 노선에 대해서는 공정위원회와 협업으로 운임인상 관리, 마일리지 불이익 금지 등 시정조치 이행감독에 나선다. 국토교통부는 공정위와 향후 시정조치 이행감독 계획을 구체화하고 추가 보완 방안 계획을 담은 업무협약(MOU)을 추진한다.
정부 관계자는 “국적 LCC 육성으로 항공사 간 경쟁 구도가 형성 됐으나, 향후 통합 항공사 계열의 시장 지배력 증가가 우려된다”며 “중·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국적 LCC 운항 확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주요국의 생크션 리스크도 통합 대한항공이 풀어야할 과제다. 세부적으로 중국 경쟁 당국에선 9개 노선에 대해 진입 희망 항공사 요청시 슬롯을 양도하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대상 노선은 서울발 베이징·상하이·창사·텐진·선전·시안·장자제 노선이다. 또 부산발 베이징·칭다오 노선이다.
일본은 7개 노선에 대해 진입 희망 항공사 요청시 슬롯 양도를 조건으로 걸었다. 서울발 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삿포로와 부산발 오사카·후쿠오카·삿포로 노선이다.
유럽연합은 4개 노선에 대해 슬롯 양도 및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 매각을 내걸었다. 4개 노선은 로마·파리·바로셀로나·프랑크푸르트 노선인데 이미 티웨이항공에 넘어갔다. 아사아나항공 화물부문은 매각이 완료됐다.
영국은 서울발 런던노선에 대해 슬롯 양도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버진애틀랜틱이 슬롯을 넘겨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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