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생크션 리스크]최다 제재 업권 불명예...당국 내부통제 '조이기' 본격화[총론]경쟁심화 계기로 제재 리스크 부각…보험개혁회의 통해 해소방안 논의
강용규 기자공개 2025-01-21 12:55:57
[편집자주]
과거 보험은 판매·모집 과정에서의 규정 위반으로 제재가 빈번했음에도 그 사례가 크게 조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제재에 따른 신뢰 하락 리스크가 좌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됐다. 당국이 먼저 리스크의 해소를 위한 칼을 뽑아든 만큼 개별 보험사들도 여기에 호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권의 제재 현황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개별 보험사들의 노력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6일 15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업권은 그간 금융권 내부통제의 '회색지대'로 여겨져 왔다.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는 하지만 타 업권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은데다 대부분의 사고가 설계사 개인의 일탈 등 업권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이나 플랫폼 등으로 판매 채널이 확대되는 가운데 IFRS17 회계기준 도입으로 인해 과당경쟁에 불이 붙자 보험사 내부통제가 취약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도 사고 예방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개별 보험사에 내부통제와 관련한 각종 조치를 주문하는 등 전면적인 ‘조이기’에 나섰다.
◇수면 위로 떠오른 보험업권 제재 리스크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금융사에 총 339건의 제재조치를 부과했다. 이 중 44%에 해당하는 150건의 제재가 보험업권을 향했다. 보험은 단일 업권 기준으로 가장 많은 제재를 받았다. 66건으로 차순위에 오른 자산운용의 2배 이상이다.
보험업권을 향한 다량의 제재를 단순히 개별 금융사의 숫자가 많기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지난해 원수보험사와 GA를 포함해 2번 이상의 복수 제재를 받은 금융사가 총 24곳에 이른다.
특히 전체 금융권에서 5건 이상의 제재를 받은 금융사는 총 6곳이 나왔는데 모두 보험사다. 개별 금융사 중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곳은 9건의 삼성생명이다. 이는 유독 보험업권에서 규정 및 의무 위반행위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부터 보험업권은 금융권에서도 제재 횟수가 많은 업권이었다. 그럼에도 관련 리스크가 크게 조명되지 않았던 것은 사고 횟수에 비해 금액 차원의 규모가 작다는 점, 설계사의 영업행태가 사실상 개인사업자에 가까운 만큼 위반의 책임을 오롯이 보험사에게만 지우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점 등 업권의 특수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GA가 보험상품 판매의 핵심 주체로 발돋움하면서 상황이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원수보험사 전속 설계사와 비교하면 GA 소속 설계사는 이적이 비교적 잦은 편이다. 자연히 소속 GA를 옮긴 설계사가 소비자에 보험계약의 이전을 권유하는 경우도 늘게 됐고 이 과정에서 부당 승환계약 등 의무 위반사례가 이전보다 빈번하게 발생하게 됐다.
2023년 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후로는 보험계약마진(CSM)이 보험사의 기대수익성 지표로 부각되면서 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보장성보험의 판매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업계의 경쟁이 과당경쟁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판매 및 모집 과정에서의 의무 위반사례가 늘어나는 것을 더는 업권의 특수성으로만 치부할 수가 없게 됐다.

◇보험개혁회의, 업권 제재 리스크 관리 본격화 출발점
2024년 5월 당국은 업계와 연구계, 학계의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보험개혁회의'를 출범시켰다. 이는 보험업권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로 인한 평판 및 신뢰 하락의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보험업권에는 은행과 여전 등 타 업권과 달리 규제기관 차원의 금융사고 예방지침이 존재하지 않았다. 보험개혁회의는 이 부분부터 손을 댔다.
먼저 고위험업무 담당직원의 장기간 연속근무를 금지하고 사고 위험이 높은 거래에 대해 복수의 부서가 참여하도록 하는 취약 직무의 통제 강화 방안이 마련됐다. 이러한 예방지침은 지난해 말 생·손보협회로부터 자율규제로 제정돼 현재 보험사 내규로까지 반영 중이다.
보험개혁회의는 개별 보험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준법감시 조직의 인원을 전체 임직원의 1% 이상이 될 때까지 단계적으로 확충하도록 하는 방안, 이상 징후의 조기 탐지를 위한 시스템의 구축, 내부고발의 활성화 등도 주문했다. 이와 같은 지침은 올 상반기 중 보험업감독규정 및 시행세칙의 개정을 통해 명시화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대형사를 시작으로 책무구조도 도입이 예정돼 있으며 보험개혁회의가 이사회 역할 강화 등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마련까지 예고하고 있다"며 "내부통제 역량 제고를 위한 개별 보험사들의 고민도 갈수록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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