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17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MF(국제통화기금) 시절 외국계 운용사들이 한국 자산을 '줍줍' 하던 시절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가만히 앉아서 30% 넘는 투자 이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안 찾을 이유가 없겠죠."얼마 전 만난 한 국내 PEF 운용사의 한숨 섞인 말이다. 1500원을 넘보는 원달러 환율이 지속되면서 국내 PEF 시장에서도 고환율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작년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등한 환율이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국내 투자시장을 위협하는 중이다.
해당 여파로 국내 운용사들은 '이중고'에 처하게 됐다. 가뜩이나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딜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간 신중하던 외국계 PEF 운용사들이 두둑해진 드라이파우더로 적극적인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보유하던 달러 펀드가 환율 효과로 소진할 수 있는 금액 규모가 대폭 늘어난 덕분이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 요소로 해외 LP(기관투자자)들의 출자를 기대하던 국내 운용사들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초유의 정치적 사태를 바라보는 외국계 기관투자자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비상계엄 직전까지만 해도 긍정적으로 오고 가던 출자 논의가 이를 기점으로 전면 '홀딩'됐다는 안타까운 소리도 들려온다.
그런가 하면 국내 운용사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작년 한 해 모아둔 블라인드펀드를 소진해야 하는데 선뜻 손이 가는 투자처가 없어 망설이고 있다는 운용사 대표들의 볼멘소리도 여전하다.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신생 PEF 운용사의 수는 갈수록 늘어만 간다.
어느덧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는 400개가 넘어가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는 총 422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출자약정액 기준 1000억원 미만인 소형 운용사가 절반을 훌쩍 넘는 228곳에 이른다. 결국 이들끼리 펀딩 경쟁을 해야 하고 자금 모집에 성공하더라도 이번엔 좋은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해 또 다른 싸움을 벌여야 한다.
벌써 수년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들 가운데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 시기 풀린 유동성으로 작년까지는 꾸역꾸역 펀딩을 통해 생존해오던 하우스들이 많다. '고환율'과 함께하는 올해는 다르다. 이제는 적자생존의 시대다. 한국 PEF 운용사들의 철저한 생존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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