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회생절차 밟는 홈플러스]재무 악화 선제 대응, 브랜드 신뢰도 하락 불가피메가푸드마켓 효과 불구 적자 지속, 단기 조달 리스크 공식 인정

정유현 기자공개 2025-03-06 07:10:22

[편집자주]

'메가푸드마켓' 전환을 통해 반등을 도모하고 있던 홈플러스가 결국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실적부진이 장기화 되는 가운데 중·단기적으로 재무 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아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이 트리거로 작용했다. 금융 구조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지만 고객들에게 브랜드 신뢰도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벨은 홈플러스의 영업 현황과 재무 상황, 향후 대응 전략에 대해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4일 14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가푸드마켓' 전환을 통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던 홈플러스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쳤다.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가 지속된 영향에 고객들은 매장을 다시 찾았지만 수익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랜 기간 적자가 지속되고 재무 부담이 가중되자 신용평가사가 등급을 또 하향 조정했다.

대형마트 운영에는 문제가 없지만 향후 단기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선제적으로 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결정을 내렸다. 소비자와 협력사에 브랜드 신뢰도 하락을 감수하면서도 장기적으로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기평과 한신평 동시에 기업어음 및 전자채 등급 A-3로 하향

한국기업평가(KR)은 지난달 27일자로 홈플러스의 기업 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조정했다. 2023년 8월 31일자로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 에서 BBB로,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조정한 후 약 18개월 만의 변화다. 같은 날 한국신용평가(KIS)도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등급을 A3-로 낮췄다.


홈플러스의 신용 등급을 끌어내린 것은 실적 부진과 재무 부담 수준 등이 근거가 됐다. 기업 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등급이 하락했다는 것은 단기 자금 조달이 크게 약화됐다는 신호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홈플러스는 4일 오전 서울 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KR의 평가를 살펴보면 2022년 회계연도(2022년 3월~2023년 2월)에 12년간 이어진 역성장 고리를 끊고 매출이 성장세로 전환된 시기였다. 홈플러스는 집객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제훈 전 부회장 체제에서 초대형 식품 매장인 '메가푸드마켓'으로 리핏하면서 매출 반등을 이뤄냈다. 리핏은 점포 면적 50% 이상을 식품 매장으로 조성하고 식품 카테고리 등을 강화한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화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메가푸드마켓 전환을 위해 약 1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지출했다. 투자를 통해 매출을 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게 목표였지만 재무 상황은 여전히 버거웠다. KR은 소비 트렌드 변화 대비 투자 집행이 늦게 이뤄지고 유통업계 높은 경쟁 강도와 비교했을 때 단기간 내 큰폭의 매출 회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비용 부담이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높지 않은 것도 꼬집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현재까지 33개 매장을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해 고객 만족과 실적 개선을 모두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점포 매출은 3년간 전년 동기 대비 최대 84% 늘었다. 약 3년 만에 방문객 수는 1억2000만명을 돌파했다.

하이퍼마켓(대형마트) 부문뿐 아니라 온라인 사업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을 활용해 온라인 즉시배송 서비스 즉, 퀵커머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성장세가 가팔라지자 대주주인 MBK가 1조원대 기업가치로 분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수익성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22년 회계연도 2204억원에서 2023년 회계연도 2720억원으로 516억원 증가했다. 2025년 1월 31일 직전 12개월 기준 237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속 가능성 확보 위한 선택, 영업 일선 '이상무' 강조

실적 반등을 위해 홈플러스 내부에서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외부에서 보는 평가는 냉정했다.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구조로 인한 높은 고정비 부담과 인플레이션에 의한 비용 상승이 이어지며 저조한 수익성이 지속되고 있다. 유형자산의 감가 상각비가 크기 때문에 EBIT은 적자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2024년(2024년3월~2024년 11월)회계연도 3분기 기준 EBIT은 -1571억원이다.

그동안 점포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차입금 상환 부담을 낮췄지만 최근 점포 매각 규모가 감소하면서 차입금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KR이 도출한 홈플러스의 작년 11월 말 기준 총 차입금은 5조3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말 대비 1194억 증가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60.3%에 달한다.

금융비용 증가로 2024년 회계연도 3분기 누적 순차입금은 EBITDA의 20.5배, EBITDA 대비 금융 비용은 0.5배를 기록했다. 토지 재평가에 따라 8000억원 규모로 자본이 확대됐지만 당기순손실 적자가 지속되면서 레버리지 지표는 여전히 열위 수준이다. 부채 비율은 2023년 2월 말 944%에서 2024년 2월 말 3211.7%까지 치솟았다가 같은 해 11월 말 1408.6%로 낮아졌다.

홈플러스는 작년 2월 상환전환우선주식의 상환 조건을 변경했다. 부채가 자본으로 전환되지만 실질적인 재무 부담 감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이다.

KR 측도 매장 리핏 효과를 일정 부분 인정했다. 다만 전사 영업 수익성 개선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KR 측은 "경기 침체로 내수 소비가 둔화되고 온라인 침투율 상승으로 경쟁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실적 개선 추이에 대하여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높은 고정비부담과 고객확보를 위한 판매관리비용 등을 고려할 때 영업흑자 전환에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홈플러스 측은 신용평가사의 평가에 아쉬움을 표했다. 2025년 1월 31일 기준 부채비율과 직전 12개월 매출은 각각 462%와 7조462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1년 전 대비 부채비율은 1506% 개선되고 매출은 2.8% 신장된 것이다. 2019년 이후 약 5년 만에 연매출 7조원을 회복한 것이지만 등급평가에 충분하게 반영이 안됐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브랜드 신뢰도 하락을 막기 위해 '정상 영업' 상황을 강조했다. 할인행사 등을 중단없이 진행하고 협력업체와의 거래도 큰 변동이 없는 상태다. 홈플러스의 현 상황은 '재정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고객과 협력사 이탈을 막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홈플러스 측은 "신용등급이 하락함에 따라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잠재적 자금이슈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며 "임직원, 노동조합, 주주 모두가 힘을 합쳐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