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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성자산만 2조"…태광산업 주주환원 미온적 트러스톤 "SK브로드밴드 매각 대금 9000억, 구체적 활용 방안 필요"

고은서 기자공개 2025-03-20 15:44:53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0일 13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산업이 2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정책에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자사주 추가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의 경영 정상화와 주주가치 제고, 최대주주의 책임경영 강화 및 경영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복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이 문제 삼는 핵심은 △과도한 비업무용 자산 보유 △배당성향 1.5%로 주주환원 소극적 △SK브로드밴드 매각 대금 활용 방안 미정 등이다.

태광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규모는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태광산업의 2024년 3분기 연결재무제표를 보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 3111억원 △단기금융상품 2594억원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7697억원 등 현금성 자산만 1조3402억원이다.


여기에 더해 태광산업은 지난해 SK브로드밴드 지분(16.75%) 전량을 SK텔레콤에 양도하며 약 9000억원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에 따라 태광산업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를 넘어선 상태다. 다만 이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태광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자산 규모도 필요 이상으로 쌓아두고 있다는 게 트러스톤 측 입장이다. 태광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투자부동산 2227억원 등은 태광산업의 핵심 사업과 직접적 연관성이 적은 자산으로 꼽힌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부문 대표(부사장)는 "태광산업은 과도한 현금과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사주 추가 매입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사업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자산이라면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계획의 미이행 역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을 압박하는 핵심 근거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태광산업은 지난 2022년 석유화학에 6조원, 섬유에 4조원 등 총 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실질적으로 투자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광산업의 지난 20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1.5%로 국내 상장사 중 최하위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은 3조9964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도 약 18%로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다.

올 초 태광산업 이사회에서는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관련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성회용 대표이사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논의는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대표이사 사임 이후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며 "태광산업이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실질적인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트러스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태광산업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태광산업 측은 트러스톤의 요구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주총회 전까지 태광산업의 침묵이 계속될 경우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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