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27일 07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달대행 플랫폼 기업 '부릉'이 최근 신한투자증권으로부터 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3년부터 자취를 감췄던 배달대행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가 다시 재개된 것이라 의미가 깊다.부릉은 2013년 메쉬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벤처캐피탈(VC)이 앞다퉈 투자하며 한때 차기 '유니콘'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한 순간에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무차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던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으로 배달대행에 대한 모험자본의 투자가 멈춰서며 한 순간에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법정관리로 향할 위기에서 부릉의 이사회는 힘들게 hy라는 원매자를 구해 피인수를 추진했다. 이 과정도 간단치 않았다. 창업자의 몽니에 경영권 분쟁까지 벌어지면서 수개월간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23년 초 hy 품에 안긴 메쉬코리아는 서비스명인 부릉으로 사명을 고쳐달았다. 이후 새벽배송과 풀필먼트센터 사업을 정리하는 등 뼈를 깎는 경영 효율화 과정을 거쳤다. 투자자들도 투자자산의 가치가 크게 줄어드는 상황을 감당해야 했다.
hy에 품에 안긴 지 2년이 지난 현재 부릉은 다시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전년대비 10%가량의 매출 성장을 이뤘고, 적자폭도 줄여나가고 있다.
이는 다른 배달대행 플랫폼 기업들과 사뭇 다른 행보다. '바로고' 등 다른 배달대행 플랫폼 기업들은 2023년부터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고 구조조정에 힘을 쏟고 있다. 배달대행 플랫폼 '만나플래닛' 운영사인 만나코퍼레이션은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신한투자증권이 부릉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건 이런 시장의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에선 부릉이 이번 투자유치로 배달대행 플랫폼간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른 투자사도 부릉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대행 업계 일각에선 hy의 인수 당시 발행한 신주의 단가와 이번 투자유치 과정에서 발행된 전환우선주(CPS)의 단가가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투자유치의 의미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hy의 인수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릉의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부릉의 현 상황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속담을 떠오르게 한다. 부릉은 과잉된 밸류에이션이 초래한 위기를 다른 곳보다 먼저 맞닥뜨렸다. 그러나 그 덕분에 먼저 체질을 개선하고 다시 한 번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거머쥐었다.
국내 모험자본 시장엔 양적완화 시기의 밸류에이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발만 동동구르고 있는 플랫폼 기업과 투자사가 여전히 다수 존재한다. 이들이 부릉의 사례를 참고해 전향적인 결정을 내리고 하루 빨리 앞으로 내달릴 수 있길 기대한다. 바닥을 밟아야만 다시 뛰어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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