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우리銀, 부채 장기화 '발등의 불' 부채 장기화·조달비용 상승 불가피...은행채 주고받기 관행 어려워져
이 기사는 2010년 06월 15일 19: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젤III가 시행되면 은행의 자금조달 구조는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통주 자본을 강화하고 위기상황에서도 회수할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을 요구하는 것 외에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부채의 조달구조를 갖출 것을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들이 애용하고 있는 단기 은행채 또는 은행간 대여금을 포함한 금융기관 차입금은 바젤III에서 안정적인 조달원으로 봐주지 않는다. 이중 전부 또는 상당부분을 다른 원천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은행의 부채구조는 만기 장기화와 조달비용의 상승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가용 안정적 자금조달의 범위는
바젤III에서 은행의 부채 조달 구조에 변화를 유도하는 규제는 순안정자금조달비율(Net Stable Funding Ratio; NSFR)이다. 보유 자산에 내재된 유동성위험을 보완할 정도의 안정적인 조달자금을 은행이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순안정 자금조달비율(NSFR)>
<가용 안정적 자금조달의 분류 및 인정비율>
NSFR에서 가용 안정적 자금조달로 인정되는 조달 수단은 기존 신바젤협약에서의 자본과(Tier1, Tier2) 우선주, 유효만기 1년 이상의 모든 부채, 소매 및 법인예금, 만기 1년 미만의 도매조달자금 등이다.
은행이 타 은행에서 차입한 만기 1년 미만의 은행간 대여는 가용 안정적 조달자금에서 빠져 있다. 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가 부각되면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조달은 안전하지 않다는 경험칙이 규제에 적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만기 1년 미만의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의 발행도 가용 안정적 조달자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부채만기 장기화.조달비용 상승
전문가들은 바젤III가 도입되면 은행권의 부채 만기가 장기화되면서 조달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부채 조달에서 만기 1년 미만인 단기 자금의 비중이 매우 높다"면서 "은행들이 NSFR을 맞추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의 장기 부채조달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벨이 국내 7개 시중은행의 2009년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은행권 예수부채(요구불예금+기한부예금+CD) 중 만기 1년 미만인 조달 자금이 84%를 넘었다. NSFR 기준상 100% 안정적인 조달자금으로 인정되는 만기 1년 이상의 부채 비중은 14% 정도에 불과했다.
은행별로는 자산규모 1,2위인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단기 조달 비중이 매우 높다. 외환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최대주주가 외국인인 은행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적으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단기 차입 비중이 낮았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다른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자금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단기 부채를 장기화하고, 조달처를 비금융기관으로 바꾸지 않으면 NSFR 기준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국내 은행권 부채의 상당 부분은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것"이라며 "NSFR 기준대로라면 단기부채의 대부분을 안정적인 조달로 볼 수 없게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따라서 "은행들이 NSFR을 맞추려면 단기 부채의 상당 부분을 장기화해야 할 것"이라며 "은행 부채 구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의 조달 비용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은행권은 보통주 자본 비율이 높아 부채 구조에 큰 변화 없이도 NSFR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해외 금융기관과 달리 국내 은행권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위기 이후 은행들이 조달 구조를 점진적으로 변경하고 있어, 바젤III가 시행되더라도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채, 은행에서 왕따 되나
바젤III가 도입되면 은행채 발행이 위축되거나 은행채 발행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NSFR에서 은행채 발행은 만기가 1년 이상으로 긴 경우에 안정적인 자금조달로 인정된다. 만기가 긴 은행채 조달은 NSFR에서 유효만기 1년 이상의 기타부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채는 유동성규제(LCR)에서 고유동성자산군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은행이 은행채를 보유하는 것이 제한을 받게 된다.
더벨 집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작년 말 기준으로 13조원에 육박하는 금융채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 은행권 중 금융채 보유액이 가장 많았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10조원 이상의 금융채를 보유하고 있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채는 통화안정증권, 산업은행채, 중소기업금융채, 은행채 등을 포함한다. 은행별로 적게는 전체 금융채의 20%에서 많게는 50% 이상이 은행채 보유액인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의 리스크관리부(RM) 관계자는 "NSFR로 따지면 은행채를 발행하는 것이 은행에 유리하도록 돼 있는 반면에 은행이 은행채를 보유하는 것은 불리하도록 돼 있다"면서 "규제에 서로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채의 수요처가 한정된 상황에서 타 은행의 은행채를 보유하고 있으면, 결국 자기 은행의 은행채를 팔 수 없게 된다"면서 "새 규제 하에서는 은행채를 보유하는 것 자체가 손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은행들이 은행채를 보유하지 않는다면, 제2금융권이 은행채를 소화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되면 은행채 발행 비용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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