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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한 사회정책과 신탁의 기능 [WM라운지]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공개 2018-06-20 08:50:54

이 기사는 2018년 06월 18일 09: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모건 원더랜드 놀이동산 이야기

미국 텍사스주 샌안도니오에는 '모건 원더랜드' 라는 약 3만평 규모의 놀이공원이 있다. 이곳은 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꼭 한번은 방문해야 하는 장소로 꼽힌다. 그 스토리를 알게 되면 이해가 된다.

고든 하트먼은 과거 인지장애와 자폐장애가 있는 딸 모건과 함께 워터파트에 놀러갔다가 수영장의 모든 이들이 밖으로 나오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사업으로 벌었던 전 재산을 정리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시설을 2010년 오픈했다. 그리고 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 중에도 일정 요건이 되는 사람은 무료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2016년 다시 190억원의 돈을 들여 워터파크까지 시설을 확대했다. 또한 직원의 3분의 1을 장애인으로 구성했다. 모든 시설과 놀이기구는 휠체어를 타고도 이용이 가능하고, 각종 편의시설도 이용자에 맞춰 높낮이 조절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어느 사회나 편견과 차별은 있지만 타인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모습은 선진 사회로 갈수록 기부와 시스템으로 훨씬 더 많이 보여진다.

#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

우리사회도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주위를 보살펴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부족한 측면이 많다. 지난 6월 8일 정부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국가책임제에 대해 종합계획수립 약속을 했다고 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4월 2일부터 68일동안 천막농성을 하며 이를 요구한 터였다.

2017년 12월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은 약 250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적장애와 자폐장애를 의미하는 발달장애인은 22만5000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약 8.9%에 이른다. 발달장애의 비율이 낮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201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일상생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 비율은 33.9%를 기록했다. 반면 지적장애는 78.9%, 자폐성장애는 87.3% 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데도 그 부담을 가족들이 대부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발달장애는 스스로 권리를 옹호하기도 어렵고 주변의 지지체계가 없을 경우에는 복지나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지적장애인과 함께 목숨을 끊는 가족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2015년 11월부터 발달장애인법(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사회적 관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만 지금까지 장애인 복지정책이 신체장애를 중심으로 마련되다보니 발달장애인의 안전과 책임부담은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회

모건의 원더랜드가 있는 미국 역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노력이 지금의 시스템을 있게 했다. 첫 시스템은 그룹홈이나 지역공동체 등의 개념이 없던 1960년대에 부모 사후에 장애인들이 거주할 시설을 갖추는 것부터 시작됐다. 지금은 백만장자 부모를 둔 자녀일지라도 국가책임제를 통해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장애아이를 자녀로 둔 부유층 사이에서는 수백만불의 돈을 저축해서 자녀에게 남겨주기보다는 성실한 납세자가 되자는 의견이 나온다고 한다.

발달장애 22만명 중 활동(3만명) 및 시설(3만명), 직업재활(2만명) 등을 지원을 받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정확한 자료가 없다. 이 때문에 이번 발달장애인에 대한 국가책임제 발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 정책은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별 지원에 대한 종합계획을 세우고 민관협의체를 통한 구체적 실천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보건복지부에서도 커뮤니티케어의 추진방향의 핵심과제로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를 담고 있어 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정책이 도출되리라 기대된다.

# 발달장애인을 위한 금융의 역할

발달장애인 종합계획안에는 주간활동서비스 외에도 직업과 재활지원사업도 포함될 것이다. 제도구축과 함께 경제적인 지원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지도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 그룹홈 등에서 생활하며 직장을 다니는 장애인의 경우 자금을 잘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부모로부터 재산을 상속받거나 사전 증여 받을 경우에도 잘 지켜져야 한다. 스스로 재산을 지켜낼 방법이 없는 이들을 위해 우리는 무얼 준비하고 있는가.

여기 한가지 예를 보자. 60대 중반인 A씨는 자폐가 있는 아들을 위해 재산을 일부 사전증여하고, 나머지를 신탁할 경우 비과세 혜택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럴 경우 재산은 금전과 부동산, 유가증권 형태로 가능하고 5억 한도 범위에서 증여를 하면 된다. 한번 설정된 신탁은 자녀가 사망할 때까지 유지돼야 하고 이익은 장애인에게만 지급되어야 한다. 원금이 인출거나 해지되면 세금을 부담해야 하나 2017년 세법개정으로 긴급한 의료비 등은 예외로 되었다.

다만 장애인 신탁은 개선해야 할 내용이 있다. 재산을 맡기는 사람이 부모이면 즉시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지원 한도도 저금리를 감안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신탁 외에도 연간 4000만원까지 지급되는 연금 역시 비과세가 적용된다.

경제적 여유가 더 있다면 발달장애인 자녀를 위한 유언대용신탁관리를 생각할 수 있다. 부모가 계약자가 되도록 금전 또는 부동산 신탁을 설정하고, 부모 사후에 자녀에게 일정한 생활비가 지급되거나 자녀를 위해 부동산 임대관리가 이뤄지도록 할 수 있다. 만약 장애인 자녀가 성년이 될 경우에는 성년후견제도를 잘 이해해 후견인 지정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부모가 성년자녀의 후견인으로 신상과 재산관리를 하거나 복수의 후견인을 선임할지, 또는 신탁으로 재산을 관리할지 등 다양한 고민을 미리 해야한다.

그룹홈 장애인들을 위한 재산관리 신탁도 있다. 최근 KEB하나은행과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그룹홈 장애인들을 위한 재산관리 신탁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장애인들을 위한 기존 자금관리방법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여러 고민 끝에 신탁을 통해 공익법센터와 복지법인에서 지급사유와 지급절차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장애인들의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하게 됐다.

발달장애 부모들은 말한다. '부모가 죽고 나면 누가 자녀들을 돌볼 수 있겠냐'고 말이다. 국가와 영속성 있는 기관들이 나서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발달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가 자유롭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한국의 원더랜드를 만들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수료, 서울대 금융법무과정(신탁법)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금융투자 전공10기) 졸업
[저서]'신탁 상속'(재산 분쟁 없는 희망 상속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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