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RBC 비율 상승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는 금리하락, 채권가치 상승으로 일시적 개선…운용수익 감소, 실적부진 우려 공존
고설봉 기자공개 2020-02-24 11:36:04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0일 1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위험기준자기자본(RBC) 비율을 340%까지 끌어 올리며 자본건전성을 높였다. 하지만 속사정을 조금 더 들여다 보면 삼성생명은 RBC 비율 상승에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저금리 장기화로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평가이익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향후 금리가 오르거나 보유하고 있는 채권 규모가 줄 경우 RBC 비율 하락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할 경우 자산운용에서 수익성 저하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저금리 효과로 RBC 비율 등 자본건전성은 높아졌지만 반대로 자산운용 수익률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 대폭 감소로 수익성을 개선을 요구 받는 삼성생명 입장에서 저금리로 인한 RBC 비율 상승이 달갑지 만은 않은 이유다.
RBC는 Risk Based Capital의 약자로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경우 보험금을 지금할수 있는 여력을 수치화한 지표다. 통상 보험사 자본 건전성을 평가하는 요소로 활용된다. 지난해 국내 생보사들의 RBC 비율은 평균 약 250% 안팎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RBC 비율을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RBC는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을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눠 산출한다. 가용자본에는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이 포함된다. 요구자본은 일정기간(통상 1년) 일정 신뢰수준(통상 99%)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손실예상액으로 측정한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RBC 비율 상승은 가용자본의 일시적인 증가 때문이다. 2017년 1분기 말 35조원 규모였던 가용자본은 2018년 4분기 말까지 계속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말에는 45조원 규모로 불어났다. 실제 지난해 4분기 말 가용자본은 2017년 1분기 말 대비 29%, 2017년 4분기 말 대비 23%, 2018년 4분기 말 대비 28% 각각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요구자본은 증가세가 덜했다. 2017년 1분기 말 11조원, 2017년 4분기 말 11조원, 2018년 4분기 말 11조원 등 꾸준히 11조원을 유지했다. 지난해 4분기 말 일시적으로 13조원으로 치솟았다. 증가율은 약 18% 안팎을 기록했다.
이처럼 가용자본이 급증한 것은 저금리로 인한 채권가치의 상승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2분기부터 금리가 추가 하락하면서 채권 가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자산의 절반 이상을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회계상 평가이익도 늘어났다.
삼성생명은 운용자산의 절반 이상을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다. 지나해 기준 자산의 56%규모인 약 129조원의 채권을 보유 중이다. 두번째로 운용자산 규모가 큰 대출 약 47조원보다 2.7배나 많다. 최근 삼성생명의 운용자산 중 채권 규모는 매년 증가해 왔다. 2017년 약 112조원, 2018년 약 120조원, 지난해 약 129조원 등 매년 10조원 가량 채권자산이 증가했다.
채권가치가 상승하면서 삼성생명의 장부상 이익도 늘었다. 지난해 9월말 누적 기준 삼성생명의 포괄손익누계액은 2018년 9월말 누적 기준보다. 42% 가량 증가했다. 다른 요인들은 변동 없었지만 채권 평가손익이 증가하면서 포괄손익누계액도 불어났다. 포괄손익누계액 중 98%는 채권 등의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RBC 산출의 다른 요소인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 가용자본은 큰 변동 없이 유지됐다. 오히려 순이익 감소에 따른 이익잉여금 증가세도 확연히 둔화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9770억원으로 2018년 대비 41.8% 하락했다.
향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삼성생명은 RBC 비율을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른 자본건전성 확보에서 보다 유리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채권을 비롯한 이자부자산에서 얻는 수익과 운용자산이익이 줄어들면서 실적 우려는 매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4.2%를 기록했던 운용자산수익률은 2018년 3.4%를 거쳐 지난해 3.1%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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