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코너 몰린 SKT의 합병 제안, 티빙은 '시큰둥' 유영상 부사장 웨이브-티빙 합병 제안…스튜디오드래곤 가진 CJ ENM '꽃놀이패'

성상우 기자공개 2020-07-27 07:35:52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4일 11:2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토종OTT의 양대축 '웨이브'와 '티빙'의 전격 통합이 이뤄질 수 있을까. 웨이브 최대주주인 SK텔레콤이 깜짝 제안을 하면서 합병 논의가 물위로 부상했다. 글로벌 시장에 이어 국내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는 '공룡 플랫폼' 넷플릭스에 대항하려면 통합이 필수적이라는 게 SK텔레콤 측 논리다.

반면 CJ ENM 입장에선 얻을 게 충분한지 따져봐야 할 문제다. SK텔레콤으로선 핵심 사업의 생존 여부가 걸린 제안이었으나 CJ ENM은 이미 다양한 채널로 콘텐츠 제휴를 성사시키고 있다. 양측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아직까진 비관적으로 보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부사장은 지난 23일 한 행사장에서 "웨이브는 티빙과 합병하길 원한다"고 깜짝 제안을 했다. 이에 앞서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역시 지난달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들이 통합해야 승산이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티빙 측은 "내달 합작법인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뜬금없는 얘기"라며 "제안받은 적도 없고 응할 생각도 없다"고 반응했다.

박정호 사장에 이어 사내 서열 '넘버투'로 꼽히는 유영상 부사장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에 무게감이 실린다. 제안 상대방을 티빙으로 확실히 지목했다. 통합의 형태도 '제휴'나 '협업' 등 가벼운 표현보다 '합병'이라는 구체적 방식을 언급했다.

◇절실한 SK텔레콤 vs 여유있는 티빙

SK텔레콤으로선 장기 생존을 위한 돌파구 마련을 위한 제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웨이브는 출범 이후 약 9개월 동안 무료 가입자 1000만명을 바라보는 수준으로 규모를 키웠지만 내실은 아직 다져지지 않았다. 콘텐츠 플랫폼의 핵심인 유료 및 활성이용자는 200만~300명 수준이며, 이 마저도 출범 초기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끌어모은 수치다. 로열티가 높은 집단이 아니기에 엄격한 유료 구독 모델로 들어섰을때 이탈하지 않을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

국내 OTT 시장 구도는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이통사와 미디어기업을 중심을 각사가 운영하는 서비스로 분산돼 있다. 가입자 100만~300만명 수준의 군소 플랫폼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플랫폼 경쟁력을 위해선 자체제작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 정도 규모로는 '구독료를 통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 확보 및 재투자'라는 선순환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1~2년 사이 통신 및 미디어 기업들 간 플랫폼 통합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만이 장기적 생존을 위한 해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SK텔레콤의 이번 제안도 같은 맥락이다. SK텔레콤은 대대적인 플랫폼 출범을 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막상 '먹을 것 없는 잔치'라는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이번 제안은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현 OTT 시장에서 웨이브의 '최종 고립 사태'를 막기 위한 승부수인 것으로 풀이된다. 티빙은 이미 KT, LG유플러스와도 '통합'을 키워드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엔 특히 KT와의 통합설이 강하게 제기됐다. CJ ENM이 이들과 통합을 성사시키게 된다면, 넷플릭스와의 제휴도 거절한 SK텔레콤이 시장에서 유일하게 소외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SK텔레콤으로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역량 확보를 위해서도 CJ ENM과의 통합이 절실하다. CJ ENM은 국내에서 콘텐츠 제작 역량이 가장 뛰어나다고 꼽히는 회사다. 자회사로 두고 있는 스튜디오드래곤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드라마 제작사다. JTBC와의 합작 법인 출범을 통해 합류하게 될 '제이콘텐트리' 역시 스튜디오드래곤과 함께 콘텐츠 제작사 국내 투톱으로 꼽히는 곳이다.

합작으로 새로 출범되는 티빙에 양측의 독점 콘텐츠가 본격 공급되기 시작하면 넷플릭스를 잇는 토종 공룡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SK텔레콤의 경우 지상파3사 외엔 내세울 만한 콘텐츠 공급 기반이 없다.

제안을 받은 상대방 CJ ENM으로선 꽃놀이패를 쥐게 된 형국이다. JTBC와의 합작 법인 출범을 앞두고 있고, 자회사로 두고 있는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제휴도 이미 진행 중이다. 특히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드라마가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상황이라 양측의 제휴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티빙은 본업 자체가 플랫폼 구축보단 제작 및 공급이 중심이다. 티빙 입장에선 규모 확대가 그리 절실한 상황이 아니다. 즉 SK텔레콤으로선 핵심 사업의 생존 여부가 걸린 제안이었으나 CJ ENM 입장에선 여러 제휴 상대방 중 하나일 뿐이다.

◇복잡한 지분 구조도 걸림돌

실제 서비스 통합 및 법인 합병을 위해선 거쳐야할 관문도 많다. 웨이브만 해도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지분이 얽혀있고, CJ ENM 역시 JTBC와 공동 출범하는 분할 법인에 신규 투자 유치까지 계획 돼 있어 지분 구조가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웨이브의 운영사 콘텐츠웨이브는 지분 30%를 가진 SK텔레콤이 최대주주다. 나머지 70%는 지상파3사가 나눠갖고 있다. SK텔레콤은 추후 지분을 50%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다. 출범 과정에서 교직원공제회 등 다수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4년 이내로 약속한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못하고 이 물량이 지분으로 전환될 경우 지분구조는 더 복잡해진다.

티빙 역시 마찬가지다. JTBC와 합작법인 출범을 앞두고 추진한 펀드레이징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벤처캐피탈(VC)을 상대로 한 1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다. 물적 분할 상장일인 8월 1일을 전후로 작업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 모든 지분정리 작업을 마치고 합병 및 통합이 이뤄진다면, '웨이브+티빙' 합작 법인은 지배주주 없이 10여개의 기업이 쪼개서 보유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생존을 명분으로 통합은 이뤘으나, 각 주주들의 이익 측면에선 실익이 없어지는 형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27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이현중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3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