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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신 가치주 '로드플래너' 임은미 신한BNPP 주식운용본부장거침없고 강단있는 스타일, '펀(fund)다르크' 별명도...애널리스트 경험, 운용 성과로 연결

정유현 기자공개 2020-10-29 13:00:58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7일 10:3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펀다르크(펀드+잔다르크)'. 임은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의 오랜 별명이다.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와 달리 펀드 운용에 있어서는 잔다르크 만큼 강단있고 거침 없는 모습에 붙여진 별명이다. 중소형주 펀드를 오랜기간 운용하면서 적극적인 베팅을 하며 성과를 낸 것이 업계에 오랜기간 각인이 됐다.

임 본부장은 리서치를 통해 평소 저평가돼 있으면서 모멘텀이 살아있는 종목을 픽해 장기적 초과수익을 추구한다. 정통 가치주 투자 기법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는 가치주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신만의 투철한 철학을 바탕으로 '로드플래너(길을 걸으며 개척하는 사람)로서 신(新) 가치주 길을 개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수익률 앞에서 성(性) 구분이 없는 치열한 업계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서슴지 않고 있다.

◇ 성장스토리: 안전한 울타리서 벗어나 사회생활 도전 꿈꾸며 여의도 입성

임 본부장이 처음부터 펀드 매니저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서울대 소비자경제학과를 다니면서 졸업 후 마음의 70%는 고시 준비, 30% 정도는 대학원에 가서 석사 과정을 밟는 미래를 상상하고는 했다. 당시에 서울대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활용해 진로를 정하려고 했지만 막상 4학년이 되니 이 울타리를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렇게 모범생이었던 임 본부장은 딱 2년만 직장 생활을 하며 사회를 경험하고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고시의 길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우연히 행정실의 직업 게시판에 올라온 정보를 보고 지원한 후 여의도로 입성하게 된다.

임 본부장의 첫 직장은 외환코메르츠투신운용이었다. 1년에 신입 사원을 1명만 뽑던 시절 외환코메르츠투신운용 모든 임원진들은 임 본부장의 채용을 반대했다. 당시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임 본부장의 잠재력을 알아본 사장님의 추천 덕분이었다. 입사 후 펀드 매니저 시장이 여성이 하기에 거친 곳이라는 선입견을 깨는 행보를 보였고 내부에서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첫 직장을 시작으로 여성으로서 펀드 매니저가 되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 지금보다 여성 매니저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시절 이직을 하는 과정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매번 반대에 부딪쳤다. 그럼에도 항상 임 본부장을 지지하는 층이 있었던 덕분에 회사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반대했던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았고 긍정적 마인드로 매사에 임했다. 모범생의 기질을 업무에도 반영시키며 역량을 드러냈고 결국은 인정을 받는 결말을 맺었다.

3년여간 주니어로 활약할 때 즈음 IMF로 첫 회사가 위기를 겪던 시기 조흥은행(산업은행) 경영연구소 산업분석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조흥은행이 외부에서 전문가 10명을 뽑아 분석팀을 꾸리는데 임 본부장이 합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분위기의 은행 기업 문화가 임 본부장과 맡지 않았다. 공무원이셨던 부모님 밑에서 안전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도전을 즐기는 성향이었던 것이다. 이후 1년여 만에 피데스 증권 설립 초기 리서치센터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또 한번 이직은 피데스증권에서 칸서스자산운용으로 이동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이양병 본부장, 우리자산운용 이상민 주식운용본부장, 그로쓰힐자산운용 황대준 부사장이 칸서스자산운용 입사 동기다. 시간이 흐르며 리서치보다 펀드 운용을 원했던 동기들이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이직을 고민했던 것은 아니지만 하이자산운용(현 브이아이자산운용)주식운용팀 리서치 분야에 제안을 받으며 또 한번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당시 남성 매니저 위주였던 하이자산운용도 처음에는 임 본부장을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팀 분위기가 워낙 마초적이었고 여성이 오면 불편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식운용본부장이 든든한 지지자로 등장해 하이자산운용에 입성했고 임 본부장의 펀드 운용 인생에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었다.

추후에 내부에서 "여자는 못할 줄 알았는데 업계에서 처음으로 인정한 (여성)매니저"다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2015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펀드 성과가 부진해 위기였던 시절, 구원투수로 등장하며 최초의 여성 주식운용본부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투자스타일·철학: 철저한 리서치 통한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 종목 투자해 장기투자

임 본부장은 자신의 투자 철학을 짧게 "큰 틀에서 가치주"라고 표현했다. 기관들이 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성향을 판단하는 툴이 있는데 그 기준에서는 가치주가 아닐 수 있지만 큰 그림에서는 가치주 투자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스타일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가치주 기법에 자신만의 색깔을 넣고 있다.일반적으로 통용되는 PBR 또는 PER 같은 전통적인 가치주의 선별 지표를 활용하지는 않는다.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회사를 낮은 가격에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중장기적인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적인 스타일이다. 하지만 종목의 밸류에이션이 현재 비싸도 내재가치가 있으면 종목을 담는다.

특히 올해 임 본부장은 카카오와 네이버 종목을 많이 매수했다. 이 두 종목은 시장에서 성장주로 꼽히고 있다. 굳이 성장주와 가치주를 구분하기보다는 미래 성장성보다 종목이 싸면 담아 장기간 보유하는 스타일이다.

임 본부장은 애널리스트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분석 중심의 운용을 하는 것이 장점이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시하게 보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과 현금창출능력 영업이익률(OP마진) 등이다. OP 마진이 좋다는 것은 경쟁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낮은 종목은 피하는 편이다. 물론 종목의 성과가 회사의 경쟁력인지 환경의 변화인지도 파악하는 편이다.

◇트랙레코드1: '하이중소형주플러스' 30억→3500억 규모로 매니저 '입지' 다지다

입사 후 줄곧 리서치에 주력해왔던 임 본부장은 하이자산운용에서 처음으로 운용을 담당하게 된다. '하이중소형주플러스펀드'는 하이자산운용에서 처음으로 책임 운용역으로 이름을 올린 펀드로 애착이 큰 상품이다.

하이자산운용은 리서치팀이 따로 없고 운용팀 안에 팀원별로 섹터를 나눠 담당하는 시스템이었다. 임 본부장도 운용팀에서 펀드 없이 섹터만 담당하는 위치였다. 당시 '하이지주회사플러스'가 좋은 성과를 냈지만 대형주가 지는 분위기에 새로운 상품이 필요하던 시절이었다. 중소형주 펀드 라인업이 필요했고 '하이중소형주플러스펀드'가 탄생했다. 목표는 500억원을 모으는 것이었다.

리서치를 통해 각 섹터별로 세 종목씩을 펀드에 넣어놓으면 시간이 지나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펀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책임자 즉 주인이 없는 펀드인 만큼 성과가 좋지 않았다. 펀드 설정 후 수익률이 -20%가 되자 임 본부장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펀드를 설정할 당시 시딩을 받아 100억원 규모였는데, 임 본부장이 받을 당시에는 30억원까지 축소됐다.

책임 운용을 맡은 임 본부장은 대형주를 30% 편입해 변동성을 낮췄고 나머지 70%를 유망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차·화·정 랠리에 잘 올라탄 덕분에 수익률도 고공행진이었다. 한때 1년 수익률이 50%, 2년 수익률이 170%를 넘기도 했다.

마케팅도 적극 나섰다. 직원들과 세미나도 다니고 각 판매사별 WM센터를 방문해 펀드를 알리기 위해 적극 나섰다. 기관 미팅은 물론이고 대구에 성당 자금을 받는 과정에서 수녀님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일화도 있다. 임 본부장의 애정을 갖고 운용을 하면서 30억원 이었던 펀드는 3500억원 수준까지 규모가 커졌고 업계에 매니저로서 이름을 알리는 계기였다.

◇트랙레코드2: 신한탑스밸류(TopsValue)펀드 성과 개선 '주역'

'신한탑스밸류(TopsValue)펀드'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대표하는 장기펀드다. 2007년 설정돼 성장 잠재력이 높은 미래의 스타기업을 발굴하는 가치주 펀드다. 임 본부장은 신한BNPP운용에 합류하면서 이 펀드를 맡기 시작했다.

하이자산운용에서는 임 본부장 마음대로 펀드를 처음부터 만질 수 있었지만 남의 펀드를 맡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 시기는 증시 색깔도 중소형주가 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펀드를 맡자마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작업을 단행했다.

중소형주 밸류에이션이 너무 비싸지고 오히려 대형주가 싼편이었다. 대형주 위주로 싼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갈아타기 시작했다. LG화학과 한화솔루션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등의 변화를 주면서 탑스밸류 펀드의 성과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2018년 상반기까지 펀드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이 77%로 벤치마크를 45%가량을 웃돌았다. 이후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수익률이 잠시 주춤했지만 임 본부장이 맡은 이후로 1년 수익률은 25.5%, 3년 수익률은 8.7%로 선방하고 있다.

임은미 본부장은 "2013년 하반기부터 2015년 8월까지 중소형주 전성 시대였다"며 "빠르게 장의 변화를 감지해 다른 매니저들보다 빠르게 대형주를 오버 웨이트(시장 대비 초과 보유)했고 성과 개선의 비결이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 일할 때는 '강단있게'…ESG 분야 선도 운용사 도약 목표

운용 업계뿐 아니라 신한BNPP운용 내부에서는 임 본부장의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장점으로 꼽는다.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고 딱딱한 분위기도 특유의 미소로 녹이는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펀드를 운용할 때 만큼은 강단있고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한다. 오랜기간 리서치를 해온 역량을 바탕으로 남녀 구분을 하는게 의미없을 정도로 터프한 업계에서 '일을 잘하는 매니저'로 정평이 나있다. 리서치 기반이 강하기 때문에 종목을 살펴볼 때 남과 다른 통찰력이 있는 점이 장점으로도 꼽힌다.

칸서스자산운용 동기였던 이상민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친화력이 좋은 친구로 밝고 부드러운 편이나 펀드 운용에 있어서는 강단있고 전문성있게 진행한다"며 "뎁스 있게 종목을 파고드는 편으로 이 점이 운용에서 성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임 본부장은 지난 7월 신한BNPP운용 최초의 CIO가 되면서 기존과 다른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신한BNPP운용이 주식을 잘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특히 ESG 영역에서 투자를 가장 잘하는 하우스로 불리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는 시장 초기 단계지만 신한BNPP운용은 2005년부터 이미 사회책임투자(SRI)펀드를 통해 관련시장에 진입했다. 최근 기후 행동원칙 선언문(TCFD) 선포와 더불어 조직 및 프로세스도 정비해 ESG 명가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임 본부장은 "직원들의 역량이 굉장히 좋은 편으로 이 역량을 활용해 주식을 잘하는 회사로 만드는데 이바지 하고 싶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ESG는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그 선두에 서는 것이 목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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