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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피지 2세 승계, 장남 우위 점했나 지분율 앞선 이상현 씨, 지난달 입사…장녀 이은지 이사와 경쟁 구도 형성

김형락 기자공개 2021-02-05 08:43:50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3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준호 에스피지 회장이 2세 승계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장녀와 장남에게 고루 사내 역할을 맡기며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 지분 형성만 놓고 보면 장남이 앞서가는 형국이다. 다만 최대주주 지분을 쥐고 있는 이 회장의 결심에 따라 최종 후계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장남 이상현 씨는 지난달 에스피지에 합류했다. 해외 영업을 담당하는 대리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 씨는 에스피지 지분을 9.64%를 보유한 2대주주다. 사내 부서를 두루 거쳐 경영수업을 받으며 차기 주자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자연스레 장녀 이은지 에스피지 이사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이 이사는 2018년부터 에스피지 비등기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에스피지 지분 4.68%를 보유한 3대주주로 동생 이상현 씨를 뒤쫓고 있다. 이 회장은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둘째 딸 이현지 씨는 사내 역할 없이 지분 4.61%를 가지고 최대주주 특수관계자로 남아있다.


지분 경쟁에선 이상현 씨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이 씨는 에스피지가 200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 이후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상장 당시 보유한 지분 10.75%(보통주 60만주)는 이 회장이 증여한 물량이다. 액면가 500원 기준으로 3억원 규모다. 이 씨는 추가로 약 17억원을 쏟아부어 현재 지분(9.64%)을 확보했다.

이 회장은 딸에게도 지분 형성 발판을 마련해줬다. 2004년 7월 이 이사에게 지분 1.43%(보통주 10만주)를 증여했다. 당일 종가(2500원) 기준 약 2억5000만원 규모다. 이 이사는 2012년 6월 이 회장에게 증여받은 지분 1.57%(보통주 21만주)에 더해 약 16억원 들여 현재 지분(4.68%)을 구축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남매 사이의 지분 격차를 넓힐 전환사채(CB) 콜옵션(매도청구권)이 이 씨에게 넘어갔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에스피지 2회차 CB 콜옵션 물량 30억원 가운데 20억원을 부여했다. 전환가액 7690원 기준 보통주 26만78주(발행주식총수 대비 1.25%)로 바꿀 수 있는 물량이다. 전환청구 기간에 진입해 언제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최종 승계의 칼자루는 이 회장이 쥐고 있다는 평가다. 에스피지 창업주인 이 회장은 지분 20.76%를 가지고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이사와 이 씨가 각각 올해 만 32세, 만 28세로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급하게 승계를 서두를 이유는 없다. 앞으로 두 사람이 보여줄 경영성과에 따라 승계 무게추가 기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이사가 먼저 검증대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음식물처리기를 만드는 계열사 스마트카라(자산총계 243억원)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에스피지가 가지고 있던 스마트카라 보통주 290만주(지분 29%)도 이 이사에게 양도했다. 에스피지 보유 지분은 29.52%로 줄어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뀌었다.

앞서 실책을 만회할 기회다. 이 이사는 2017년 6월 CCTV를 제조하는 계열사 세모콘 대표이사에 올랐다. 재무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 운전대를 잡았다. 에스피지는 2014년 4월 12억원을 투자해 세모콘 지분 44.09%를 취득했다. 결손이 누적돼 이듬해 출자금을 전액 손실 처리했다. 2017년까지 적자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2018년 파산 절차에 들어가 지난해 11월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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