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인사 코드]외부인사 개방된 현대차, 안살림만은 내부 출신 중용①신사업 인재 영입, 외부 출신 사장 비중 과반...CFO직, 전통적 인사 방침 유지
양도웅 기자공개 2022-06-23 07:42:49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5일 09:55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보좌하는 현대자동차 사장단은 그야말로 '외인(外人) 구단'이다. 8명의 사장 가운데 5명이 다른 기업에서 영입됐다. 문화일보 출신으로 2006년 현대차에 입사해 이젠 외부 출신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공영운 전략기획담당까지 포함하면 6명으로 늘어난다. 비율로는 75%다.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폐지한 현대차와 달리 여전히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재용 부회장을 보좌하는 부회장 3명과 사장 18명 가운데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은 7명이다. 비율로는 33%로 현대차가 두 배 이상이다.
현대차의 외부 출신 사장들은 규모뿐 아니라 역할 면에서도 눈에 띈다. 당장 회사의 '얼굴'인 최고경영자(CEO)가 삼성물산과 닛산, 노무라증권 등에서 근무한 장재훈 사장이다. 장 사장은 3명의 대표이사 중 1명이기도 하다.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외부 출신 사장들의 몫이다.
삼성전자 출신의 지영조 사장은 신사업 발굴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신재원 사장은 도심항공모빌리티 경쟁력 강화를 책임지고 있다. 네이버 출신의 송창현 사장은 새로운 운송 서비스 영역을 개척하고 있고, 토요타와 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서 잔뼈가 굵은 호세 무뇨스 사장은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고 있다.
직책의 중요도를 막론하고 내부 출신을 선호해온 현대차 역사를 봤을 때 이는 큰 '변화'로 평가받는다. 5년 전인 2017년 정몽구 회장을 보좌한 부회장 4명과 사장 6명 중 외부인은 포드 R&D 출신의 양웅철 부회장 1명뿐이었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다르지 않다. 2012년 부회장 6명과 사장 4명 중 외부 출신은 1명도 없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용병술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눈을 돌리면 정반대다. CFO 자리만큼은 내부 출신 인사를 선호한다. 2000년 이후 현대차 재경본부를 책임진 인물은 현 서강현 부사장을 포함해 총 8명이다. 모두 대학(원) 졸업 후 현대차에 입사해 현대차와 계열사 등의 재무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CFO로 가장 오래 재직한 이는 이원희 전 사장이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였다. 1984년 현대차에 입사한 뒤 국제금융팀장과 미국 판매법인 재무 담당 임원 등을 역임했다. 이 전 사장은 역대 현대차 CFO 가운데 유일하게 CEO에 선임됐다.
돈과 숫자로 이뤄진 경영정보를 속속들이 알 수밖에 없는 CFO에 내부 출신 인사를 앉히는 건 당연한 조치다. 단 최근 재계에선 CFO 업무 범위가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 신사업 발굴 등으로 확대되면서 관련 부문에도 전문성을 가진 외부 출신 인사를 앉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다른 직책과 달리 CFO에 대해선 전통적 관점의 인사를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안살림은 회사와 그룹 사정에 밝은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중이기도 하다. 이는 현대차가 사실상 그룹 컨트롤 타워로 기능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CFO에 요구되는 자질 중 하나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꼽는다. 컨트롤 타워의 CFO로서 여러 계열사의 재무 상황도 살펴야 하는 현대차 CFO엔 특히 요구된다. 회사와 그룹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물이 여러 계열사와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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