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토리 모니터]원재료 확보 공들인 현대차, 효율로 증명재고자산 증가분 판매 확대로 소화… 재고 효율 개선에 영업으로만 현금흐름 7조 창출
강용규 기자공개 2023-01-16 07:39:59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원재료 확보의 필요성과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이 샌드위치 형태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2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영업활동에서 두드러지는 성과를 보였다. 판매 차종의 믹스 고급화와 판매량 확대에 모두 성공하면서 대규모의 현금흐름을 만들어냈다.이러한 성과는 재고자산 관리 전략에 기반을 둔다. 현대차는 재고자산의 보유량이 늘었음에도 운용 효율이 오히려 소폭이나마 높아졌다. 세심한 재고 관리를 바탕으로 재무구조에 큰 부담 없이도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2022년 3분기 차량부문 재고자산이 12조937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보다 2조6766억원, 비율로는 26.1% 증가했다.
이 기간 현대차 재고자산의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품 계정이 5조5542억원에서 6조9673억원으로 1조4131억원, 원재료 계정이 1조9823억원에서 3조3482억원으로 1조3659억원씩 각각 늘었다. 두 계정의 규모 확대가 총 재고자산 증가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품 재고의 증가는 고급 차종 위주의 생산 및 판매전략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재고로 보유한 완성차의 보유 대수가 늘어났다기보다는 대당 가격 상승이 금액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원재료의 경우는 다르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원재료 가격이 비싸진 효과가 물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원재료 매입에 나서 절대적 보유량도 함께 늘었다”고 말했다. 원재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비용 부담을 불사했다는 말이다.

한동안 완성차업계를 짓눌러 왔던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이 지난해 하반기 들어 점차 완화하고 있다. 현대차도 이에 맞춰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차량 공급을 늘리고 있다. 2022년 394만4579대의 완성차를 판매해 전년보다 판매량이 1.4% 늘었다.
증가율이 낮아 보이나 지난해 초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지에서의 시장과 생산능력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수치가 아니라고 완성차업계는 바라본다. 현대차는 판매량 확대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원재료 재고를 늘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완성차 판매량이 재고자산 증가분을 충분히 소화하면서 현대차는 재고자산의 운용 효율성도 함께 잡았다. 지난해 현대차의 3분기 말 재고자산 회전횟수(매출원가를 기초자산과 기말자산의 중간값으로 나눈 수치)는 8.4회다. 2021년 말의 8.3회보다 오히려 0.1회 늘었다.
때문에 현대차는 기업의 재고자산 증가가 현금흐름 둔화로 이어진다는 ‘일반론’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은 2021년 말 12조7956억원에서 2022년 3분기 말 19조5845억원까지 증가했다. 영업활동에서만 7조1003억원의 현금흐름을 만들어냈다. 원재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감수한 비용이 더 큰 현금으로 돌아온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현금 축적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는 경기침체가 고금리와 함께 도래했다는 점에서 유사시를 위한 현금의 필요성이 더욱 클 수 있다. 높은 금리는 신차 구매 고객의 금융부담 증대를 의미하며 이는 판매량에 부정적 요인이라는 점에서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해 영업으로 확보해 둔 현금은 의미가 더욱 크다. 경기침체에 재무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는 2021년에서 2022년 3분기까지 현금 보유량이 7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부채비율은 183.5%에서 188.5%로 단 5%포인트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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