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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한미약품, 연결점 없는 지주 CFO가 총괄인 이유①직급·기타비상무이사 등 연관성 없어...한미사이언스가 재무라인 컨트롤

박규석 기자공개 2023-03-02 07:38:5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3일 15:4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주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그룹 내 계열사의 곳간까지 총괄하는 사례는 재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기업 또는 그룹의 규모가 작을수록 효율성과 전문성, 유연성 등을 위해 한 명의 CFO에게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기도 한다.

국내 대표 의약품 제조·판매 기업인 한미약품도 마찬가지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CFO가 계열사인 한미약품의 CFO 역할까지 책임지고 있다. 한미약품이 그룹 내 핵심 계열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업무의 효율성 등을 고려한 조치라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한미약품의 지분율은 2022년 3분기 말 기준 41.4%다.

하지만 한미사인어스와 한미약품이 구축한 재무라인은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통상 지주사 CFO가 계열사의 재무까지 담당할 경우 관련 회사에 특정 직급을 가지고 있거나 기타비상무이사 등으로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 CFO의 경우 한미약품과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이 없다. 한미약품의 실질적인 CFO 역할까지 맡고 있지만 직급 등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까지 한미사이언스의 CFO는 송기호 상무가 담당했지만 최근에 퇴사를 결정해 관련 자리는 공석인 상태다.


◇지주 체제 전환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분리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가 현재와 같은 재무라인을 구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은 한미약품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미약품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선진 지배구조 확립과 글로벌 확장, 전문성 강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미사이언스(옛 한미약품)는 인적 분할을 단행했고 현재의 한미약품을 새롭게 설립했다. 신설된 한미약품은 의약품 제조·판매 관련 사업 부문 일체를 가지게 됐으며 분할 부문을 제외한 투자사업 등은 한미사이언스에 남게 됐다.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분할 당시에는 한미홀딩스였지만 지난 2012년부터 현재 사명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CFO의 역할은 분리되지 않았다. 존속법인인 동시에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CFO가 여전히 한미약품의 재무를 총괄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주사의 CFO가 계열사의 재무까지 담당하는 일은 이례적이지 않다. 기업별로 CFO의 권한과 역할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 같은 구조는 재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어서다.

통상적인 사례와의 차이점이라면 지주사의 CFO가 한미약품에 소속된 인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주사의 CFO라 할지라도 계열사 내에 별도의 직급을 가지는 게 일반적이다.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거나 감사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미사이언스는 이러한 케이스에도 속하지 않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에는 별도의 CFO가 없으며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CFO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인적분할 이후에도 한미약품의 재무 등은 지주에서 총괄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엇갈린 시각...효율성 vs 책임

한미약품의 이러한 구조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바로 효율성과 책임 소재다.

효율성의 경우 기업별로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경영 방식 등이 다양한 만큼 한 명의 CFO가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일은 업무 진행에 있어 유리하다는 시각이다. 지나치게 업무를 세분화해 여러 사람에게 맡길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연성 측면에서도 한 명의 CFO가 자금을 관리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법적으로는 분리된 별도의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사업 현장에서는 한 몸처럼 움직이는 사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의 경우 지나친 업무 분장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다만 기업이 성장해 일정 수준의 규모를 갖추게 됐다면 별도의 CFO를 두는 게 옳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굵직한 시선은 책임의 문제다. 업무의 효율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재무 부문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00% 자회사일 경우 결과적으로는 모회사가 리스크를 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약품처럼 최대주주 지위만 보유하고 있을 경우 기타 주주 등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 등이 불문명해질 수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CFO의 역할은 자금 조달과 집행, 투자 계획 수립 등 다양하다"며 "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인사가 이를 관리할 경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 측면에서 불투명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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