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6월 02일 08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흔히들 ‘네카라쿠배당토’라고 하잖아요. 좋은 의미이긴 한데 쿠팡은 이제 저기서 빠져야 됩니다.”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는 취준생들이 선망하는 기업들의 앞글자를 딴 신조어다. 주로 플랫폼사업을 영위하면서 높은 임금과 수평적인 조직문화, 미래비전을 갖춘 꿈의 기업으로 통한다. 당초 개발자들 사이에서 개발자 대우가 좋아 이직하고 싶은 곳으로 꼽히다가 취업시장 전반으로 확산했다.
긍정적인 이미지로 가득하지만 정작 쿠팡은 마뜩잖은 눈치다.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히는 건 좋지만 ‘네카라쿠배당토’가 대명사처럼 굳어져버리면 ‘쿠팡은 IT기업’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소비자에게 각인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시작은 IT 플랫폼과 유사했다. 2010년 지역 상권과 연계한 할인쿠폰 등을 판매하는 소셜커머스(공동구매)사업으로 출발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2014년 로켓배송을 도입해 비즈니스모델을 이커머스로 전환했다.
이때부터 쿠팡의 정체성은 리테일 사업자로 변모했다. 서서히 소셜커머스사업에서 손을 뗐고 직매입 구조를 만들기 위해 물류센터 건설과 판매상품 입고부터 배송까지 일괄 처리하는 풀필먼트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계획된 적자’라는 명목으로 한 해에 2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내며 고객을 끌어모으는데 집중했다.
누적 적자 6조원을 넘기며 시장으로부터 숱한 놀림을 받았지만 지난해 가능성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 51억133만달러(6조9800억원), 영업이익 7742만달러(1060억원)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작년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흑자 행진 중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매분기 증가해 올 1분기 58억53만달러(7조3990억원), 1억677만달러(1362억원)를 찍었다.
쿠팡 내부적으로는 기술, 물류, 라스트마일을 통합한 독보적인 물류 네트워크에 지난 7년간 투자한 결실이라고 보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고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매출 규모가 국내 대표 유통기업과 견줄 정도로 커지고 수익모델도 안정화된 만큼 쿠팡은 더 이상 정체성 인식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어느새 ‘이마롯쿠’(이마트, 롯데쇼핑, 쿠팡)이라는 신조어에 포함되며 소비자 머릿속에 '유통 공룡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쿠팡의 정체성은 명확하다. 김범석 의장이 임직원에게 했던 “아시아 넘버원 리테일러가 되겠다”는 발언처럼 지속적인 물류 혁신을 통해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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