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외국인 주주 인식을 바꾼 건 사외이사 IR"하나금융 사외이사 원숙연 이화여대 교수, "교육만 연간 18차례, 회의시간 420시간"
김형락 기자공개 2025-05-09 08:04:09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2일 10시15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내부 통제, 리스크, 연체율, 건전성일 겁니다. 담당자들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질문합니다. 쓴소리도 서슴지 않죠. 책무구조도까지 도입해 사외이사가 리스크 관리를 게을리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이사회가 책임질 수밖에 없는 구조거든요."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원숙연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사진)는 theBoard와 만나 이사회 안건 가결률만 보고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거수기라고 지적하는 건 단견이라고 강조했다. 이사회 소집 전 사외이사 간담회에서 안건이 지닌 문제점과 한계를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가결률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원 교수는 올해 3년 차에 접어든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다. 상장사 사외이사 활동은 하나금융지주가 처음이다. 서치펌 추천을 받아 행정학자이자 사회(S)·거버넌스(G) 분야 전문가로 사외이사 후보군에 들었다. 2023년 정기 주주총회 때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임기 2년)된 뒤 올해 정기 주총에서 연임(1년)했다.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금융지주 이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에 오해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원 교수도 이사회에 들어가기 전에는 비슷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사회 논의 과정에 참여해 보니 안건 가결률만으로 사외이사 독립성을 평가하는 건 한계가 명확했다.
원 교수는 "사전 사외이사 간담회 때 안건 하나를 놓고 3시간씩 논의하기도 한다"며 "14개 자회사를 포괄하는 하나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려면 거시 경제 상황 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사외이사 연수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2023년과 지난해 각각 18차례, 15차례 사외이사 교육에 참여했다. 지난해 의안 검토, 회의 참석 등에 총 421.5시간을 투입했다.
원 교수는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임기 첫해에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환경 이슈, 인권, 성별 다양성, 사회적 책임, 소비자 보호에 역점을 두고 활동했다.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이기도 했다.
사외이사 임기 2년 차인 지난해에는 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감사위원장을 맡은 뒤에는 리스크 관리 명가라는 하나금융지주 평판에 걸맞게 내부 통제가 실효성 있고, 촘촘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지난 1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연임(3년)을 결정하는 회추위 위원이기도 했다. 이사회운영위원회,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에도 위원으로 들어갔다.
원 교수는 "사내이사는 아무래도 현안에 몰두해야 하니 사외이사가 위험 자산·대체투자·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과 위험도를 점검한다"며 "투자금 회수(엑시트), 자금 재조달(리파이낸싱) 로드맵을 보고받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리뷰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IR을 들은 주주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C레벨 임원이 진행하는 IR과 별개로 이사회가 주관하는 IR을 실시한다. 2022년 11월 처음으로 이사회 주관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시작한 뒤 매년 2회 주주 관여(Engagement) 행사를 정례화했다.
원 교수는 한국 금융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외국인 주주를 설득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 29일 기준 하나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은 66%다. 원 교수는 "IR 때 이자를 탕감하고, 기금을 마련하는 상생 금융 정책 때문에 배당 재원이 준다고 문제를 제기했던 외국인 주주가 있었다"며 "은행이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하면 약탈적 금융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국내 금융 산업 구조와 금융 지원을 받은 소비자들이 다시 하나금융그룹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주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걸 사외이사들이 설명해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여성 사외이사 비율을 높여 이사회 다양성을 제고한 점도 성과다. 2023년 하나금융지주 이사회에 여성 이사는 원 교수 1명(10%)뿐이었다. 올해 주총 뒤 여성 이사는 3명(25%)으로 늘었다. 원 교수는 "이사회 다양성을 확보하지 않고 ESG 경영을 한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전문적인 여성 사외이사를 더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하나금융그룹 임직원이 성별을 불문하고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도 목표다.
사외이사 활동 기간 하나금융그룹에서 중대한 금융 사고가 없어 자부심을 느낀다고도 했다. 원 교수는 "금융 사고 제로(0)를 목표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스템과 문화를 연동해 간극을 최소화하려 한다"며 "금융 사고에 온정주의나 비밀주의가 아니라 신속하게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진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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