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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판 짜는 아주약품]오너 3세 거침 없는 경영행보, 변화의 중심에 서다②대표이사 취임 후 '패스트 무버'로 전환…임원 교체하고 분할 밑그림

정새임 기자공개 2023-11-28 12:50:40

[편집자주]

70년간 로컬 영업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올려온 아주약품이 대대적인 개혁을 선포했다. 신약개발과 CDMO 사업을 새 먹거리로 삼아 조직 개편 준비에 한창이다. 성장과 위기의 기로에 선 중소형 제약사들은 '변하지 않으면 도태한다'는 선택압 속에서도 쉬이 변화를 꾀하지 못했다. 새로운 길을 택한 아주약품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70년 구습을 탈피하고 인적·물적 전면 쇄신을 선언한 아주약품이 제시하는 청사진을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3일 13: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소형 제약사의 새로운 선례가 될 것이냐, 무모한 도전으로 끝날 것이냐. 아주약품의 법인 분할 프로젝트의 성패는 오너 3세 김태훈 대표(41, 사진)에게 달렸다.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젊은 피'인 그는 경영권을 잡은 직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구개발 법인을 세우고 외국 바이오텍의 투자도 늘려갔다. 나아가 사업부를 독립시켜 5개 법인으로 쪼개는 전무후무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주약품을 비롯해 국내 제약사들이 시도한 적 없는 새로운 길을 김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대표이사 취임 첫 해 격동의 시기 겪어…패스트무버로 전환 결심
김태훈 아주약품 대표
김 대표 취임 전까지 아주약품은 매우 '심플'한 회사였다. 70여 년간 자본금을 늘린 적도 없고 사업을 크게 확장하지도 않았다. 의약품 제조 외 아주약품이 새로 시작한 사업은 화장품과 의료기기 제조판매업 정도다.

이사진도 최소한으로 구성돼 있다.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하기 전까지 이사진은 오너 2세 김중길 전 대표와 명예 최고경영자(CEO)였던 주재순 전 대표, 김성구 부회장(현 융성기획 대표)과 감사 1인으로 구성됐다. 경영승계가 이뤄지며 김 전 대표와 주 전 대표가 빠지고 김태훈 대표가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에 올랐다.

1982년생인 김 대표는 유학파다.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세포분자생물학을 전공하고 2012년 다트머스대학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 제넨텍에서 일하기도 했다. 아주약품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한 건 2014년. 부사장으로 바로 취임하며 경영 전반을 이끌었다.

김 대표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2020년은 격동의 시기였다. 안정적으로 300억원 가까운 매출을 내던 항혈전약 '베셀듀에프'가 임상재평가 대상에 오르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약품 영업이 난항에 빠졌다.

제약업계 불확실성이 대폭 높아지면서 그는 '슬로 팔로워(Slow follower)'에서 '패스트 무버(Fast mover)'로의 전환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기반의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기조를 습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람도 조직도 모두 바꿨다…사업부 자생력 키우기 위한 강구책

김 대표는 취임 직후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의약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에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아주약품은 2020년 처음으로 경상연구개발비로 56억원을 지출했다. 이 금액은 매년 늘어나는 중이다. 2021년 57억원, 2022년에는 73억원이 됐다.

지엘팜텍과 신약개발 합작법인 '오큐라바이오사이언스'를 세운 것도 의미있는 행보다. 신약 개발 노하우가 부족했던 아주약품은 지엘팜텍이 개발하던 안구건조증 신약 후보 물질을 함께 연구하기로 했다. 양사가 임상에 자금을 공동으로 투자해 재무부담을 낮췄다.


국내외 바이오텍 투자도 부쩍 늘렸다. 김 대표가 경영에 참여한 뒤로 아주약품은 △레졸루트 △피크바이오 △피에이치파마 △오토텔릭바이오 △해암바이오 △더웨이헬스케어 등에 투자했다. 사모펀드인 뮤렉스웨이브2호에도 자금을 댔다.

이 같은 투자에는 굴곡이 있었다. 코로나19가 지나고 바이오텍의 혹한기가 닥치면서다. 아주약품은 2022년 감사보고서(3월 결산)에서 아티아파마티칼과 레졸루트, 피크바이오에 대한 평가손실을 반영했다. 세 기업에 투자한 금액 46억원 중 44억원이 평가손실로 잡혔다.

약간의 투자를 해나가는 것만으로는 회사의 비전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가 회사의 상황과 위기수준을 진단하기 위해 실시한 전략 컨설팅에서도 같은 결과를 받았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결론이다.

이때부터 김 대표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인적 자원부터 바꿔나갔다. 회사의 기존 운영방식에 안착해 있던 임원들을 내보내고 외부에서 영입한 새로운 인물들로 꾸렸다. 회사 임원 약 20명 대부분이 이 시기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 자원을 새롭게 한 뒤 구상한 건 물적 자원의 변화다. 여기서 법인을 5개로 쪼갠다는 그림을 그렸다. 법인 분할의 핵심은 각 사업부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려면 하나의 기업 내에서 여러 사업을 함께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제약사들이 특정 사업부를 스핀오프 하는 사례가 여럿 있지만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법인을 쪼개는 일은 없었다. 아주약품의 사례가 유일무이하다.

아주약품 고위 관계자는 "김태훈 대표는 외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젊은 경영진이어서 기존에 중소형 제약사가 따르던 방식을 답습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완전히 새로운 길로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높다"며 "조금씩 투자하는 걸로는 패러다임을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해 회사가 시급히 극복해야 할 네 가지 과제를 꼽고 그에 맞춰 법인을 분할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약 4년간 외부 유수 기업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며 "이제 이들과 함께 독립법인들의 경쟁력을 갖춰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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