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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EM 1년 점검]2.5조 들인 투자, 미완의 이차전지①삼성 '빅딜' 7년만 조단위 투입…전방산업 불투명 속 신성장 중추

김동현 기자공개 2024-02-15 07:35:09

[편집자주]

롯데그룹 화학사업의 총괄격인 롯데케미칼은 그룹의 보수적인 경영 기조 속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빅딜'을 성사하며 외형을 키웠다. 2000년대 현대석유화학을 시작으로 주로 범용 화학제품군을 생산하는 업체를 인수했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롯데케미칼도 고부가 첨단소재 분야로 몸집을 키워야 했고 이를 위해 다시 한번 꺼내든 카드가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롯데EM) 인수였다. 다음달이면 롯데케미칼이 롯데EM을 인수한 지 1년을 맞는다. 더벨이 인수 이후 롯데EM의 변화와 성과를 분석하고 앞으로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8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5월 '2030 비전'을 발표하며 수소·전지소재·리사이클링을 3대 미래 사업으로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범용 석유화학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가며 경쟁사들이 저마다 고부가 소재 시장에 진출한 상황에서 롯데케미칼도 더이상 석유화학 사업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롯데케미칼은 이차전지 소재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에도 나서겠다고 언급했는데 이때 인수 대상으로 나온 기업이 음극박(동박)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였다. 이미 전해액·분리막 소재와 양극박(롯데알미늄) 사업을 점차 확장하던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단번에 글로벌 동박 업체로 올라섰다.

당시 2조원이 넘는 투자가 단행된 탓에 일각에선 롯데케미칼이 고가에 인수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마침 전방산업인 전기차 업황이 둔화하는 흐름까지 겹치며 우려를 불식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다만 롯데그룹 이차전지 신사업의 중추를 맡았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업황 반등기에 대비한다.

◇롯데그룹 화학군 기틀 세운 '빅딜'

1976년 호남석유화학이라는 사명으로 출발한 롯데케미칼은 1979년 롯데그룹의 인수 이후 대형 인수합병(M&A)·투자로 성장했다. 1990년대 석유화학 투자 자유화로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구축해 기초유분 사업을 시작했고 2000년대에는 현대석유화학(LG화학 합작, 1조8272억원)과 KP케미칼(1785억원)을 인수해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M&A 금액의 규모가 더욱 커졌다. 글로벌 석유화학 회사를 목표로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던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사업장을 둔 타이탄케미칼(현 LC타이탄)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2010년 지분 100% 인수에 투입된 금액은 1조5051억원이었다. LC타이탄은 롯데케미칼의 동남아 생산거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회사의 글로벌 사업 투자 주체로 나서며 모회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M&A의 정점을 찍은 사례는 2016년 삼성과의 빅딜이다. 당시 화학사업을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한 삼성그룹으로부터 3조원을 주고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 삼성BP화학(현 롯데이네오스화학), 삼성SDI케미칼 부문(롯데첨단소재 후 롯데케미칼로 흡수) 등 3사를 인수했다. 인수금액만 놓고 봤을 때 국내 화학업계 최대 규모 M&A다.

삼성그룹 화학사업 인수를 끝으로 잠잠하던 롯데케미칼은 2020년대 들어 다시 매물을 찾기 시작했다. 새로 합병한 기업이 그룹 내 자회사로 안착하기 위해 추가 지분정리가 필요했고 그룹 내 통합 작업도 이어져야 했다. 이러한 작업 끝에 각 자회사가 안정을 찾아 연결 수익에 기여하기 시작하면서 롯데케미칼 자체적으로 미래 사업 발굴에 나선 것이다.

삼성 빅딜 이후 7년 만에 단행된 조단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가 그 결과물이다. 롯데케미칼은 2조5453억원을 주고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확보했고 일진머티리얼즈는 그룹 편입 이후 사명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롯데EM)로 바꿨다. 이를 통해 롯데그룹은 단번에 글로벌 4위(2022년 기준 점유율 13%) 동박 사업자로 올라섰다.



◇급변한 시장환경, 반등 준비하는 롯데EM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주축으로 기대를 받으며 그룹에 편입한 롯데EM이지만 그사이 시장 환경은 급변했다. 전기차·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이 한풀 꺾인 데다 인수 주체인 롯데케미칼은 어려운 석유화학 시황 속에서 적정 수준의 재무비율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EM을 인수하며 롯데EM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1조3000억원(단기 3600억원·장기 9400억원)을 차입했다. 이와 함께 일정 수준의 재무비율을 유지해야 한다(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 400% 이하·EBITDA/이자비용 5배 이상)는 약정도 걸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63.9%로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EBITDA/이자비용은 2.8배로 개선이 필요하다.

전기차 업황 부진으로 롯데EM의 실적도 급락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4.1% 증가한 8090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85.9% 급감한 120억원이었다. 전방시장 악화에도 흑자를 유지한 것에서 위안을 찾아야 했다.

롯데EM이 예상하는 반등 시점은 올해 하반기다.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은 전기차 업황이 개선되는 시점을 내년으로 보고 있는데 롯데EM은 그사이 저가 제품을 앞세운 동박 업체가 어느 정도 정리되며 공급과잉 상황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빈틈을 롯데EM의 하이엔드 고품질 제품으로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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