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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성과주의 확산]수익성 확대 여부 관심…창의성에는 오히려 '걸림돌'③실제 펀드 수익률 연결은 미지수…장기투자 방해 지적도

이돈섭 기자공개 2024-03-19 08:51:53

[편집자주]

최근 국내 자산운용업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일부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임직원들의 고용 형태를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 성과를 우선시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공모펀드 시장의 만성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업무 긴장도를 높여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운용업계에 퍼지고 있는 성과주의 확산 분위기의 면면을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4일 08: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운용업계 성과주의 확산이 실제 개별 운용사 수익성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대부분 운용사는 계약기간이 종료되더라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장기 근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익성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불안정한 근무 환경 속에서는 꾸준한 장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기 때문이다.

고용의 질이 업무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학계에서도 일반 명제처럼 받아들여진다. 계약직 비중 확대를 통한 성과주의 확산은 직원 업무 몰입도를 증가시켜 조직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되려 직원들의 위험회피 성향을 증가시켜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아 마치 양날의 칼과 같다는 평가가 나오곤 한다.

운용사의 경우 핵심 성과 지표 중 하나는 펀드 수익률인만큼,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운용사의 경우 직원 고용형태 변화가 상품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성과별로 연봉을 차등 지급할 수 있어 알파 수익 창출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형태 전환 우선 대상에 운용역이 우선적으로 꼽히는 이유다.

인공지능(AI) 고도화로 리서치 인력 규모가 축소할 것이란 전망도 성과주의 확산 명분에 힘을 보탠다. 하우스별 리서치 역량이 AI 확산으로 상향 평준화할 경우 운용사 능력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절실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실제 일부 운용사의 경우 최근 임원 세미나 주제 중 하나로 AI 업무 활용 방안을 선정키도 했다.

운용업계 담당자는 "금융회사의 경우 타 업계에 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데 제한이 많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조직 운영을 개선해 가야 한다는 명제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며 "디지털 채널이 리테일 마케팅 주력 채널로 자리잡고 있는 등 불과 몇년 전까지만해도 생각지 못했던 상황이 이미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저성과자의 경우 업무 결과로 고용 지위가 불안해질 수 있는 만큼, 창의적 전략을 구사하는 상품들이 시장에 나오기 어려워진다는 주장도 무시하기 어렵다. ETF 등과 같은 패시브 펀드의 경우 일정 수준 지수를 추종해야 하기 때문에 운용의 묘를 발휘하기 어렵지만, 개별 운용사 주력 상품 대부분은 여전히 뮤추얼 펀드다.

정규직과 계약직이 혼재하고 있는 운용사가 대부분인데 굳이 계약직 비중을 늘리는 것은 시장이 나빠질 때 수익 방어 차원에서 임직원 축소를 통한 인건비 감축을 보다 손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작년 한해 부동산 경기 악화 등 여파에 대규모 감원을 시도한 다올투자증권 사례가 운용업계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 없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극단적 예이지만 한 펀드의 운용역이 수시로 바뀌면 그 펀드에 장기 투자한 수익자에게 발생할 불이익은 없을지 생각해봄직 하다"며 "운용업계 직원 대부분 근속연수가 수년에 불과한데 성과주의 확대 명분을 내세워 계약직 비중을 확대하려는 건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경영진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정기간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사업 추진 방향이 옳다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경영진이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논리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성과주의를 안착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전제는 경영진이 유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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