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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성과주의 확산]정규직은 옛말…고용 무게중심 '인센티브 강화'①KB운용 작년 신규 경력 '계약직'…이지스·키움도 동참

이돈섭 기자공개 2024-03-15 08:19:23

[편집자주]

최근 국내 자산운용업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일부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임직원들의 고용 형태를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 성과를 우선시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공모펀드 시장의 만성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업무 긴장도를 높여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운용업계에 퍼지고 있는 성과주의 확산 분위기의 면면을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3일 16:46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실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정규직이라는 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대부분 운용업계 임직원들 근속연수가 3년이 채 안 됩니다. 임직원 성과를 독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직원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성과에 대한 보상의 천장(Ceiling)을 열어주는 게 맞겠죠. 회사 입장에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업황에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정규직 직원 비율이 나날이 축소되고 있다. 대부분의 종합자산운용사들은 신입 공채를 중단한 지 오래다. 신규 인력이 필요한 경우 경력직을 우선 채용하고, 업무에 대한 난이도가 낮을 경우에 한해 인턴을 채용한 뒤 추후 성과 등을 판단해 계약 형태를 바꾼다. 경력직은 대부분 계약직을 선호한다.

KB자산운용의 경우 지난해 말 운용업 특성상 성과주의 기업문화 확산이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 올해부터 경력직 직원을 채용할 때 계약직 입사를 기본으로 시행한다는 인사 방침을 세웠다. 연수를 채운 계약직 직원들은 향후 일련의 인사 평가 등을 거친 뒤 무기계약직 형태로 근무를 이어가게 된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정규직이었던 파트장과 실장, 그룹장 이상 임원들도 일괄적으로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해당 임원들의 역할이 그동안 근로자보다는 사용자에 가까웠다고 보고 실제 지위에 맞는 계약 형태를 제공, 각자의 역할에 대한 책임 의식을 높이기 위한 방침이었따는 게 이지스운용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키움운용 경영진이 정규직으로 근무하던 차장급 이상 운용역들의 계약직 전환을 논의키도 했다. 일부 자산운용사의 경우 대부분의 운용역을 계약직 형태로 고용하고 있어 크게 놀랄일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기존 직원들의 고용 형태를 바꾼다는 점에서 이슈가 됐다. 현재 관련 논의는 잠잠해진 상태다.

금융위원회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전체 운용업계 직원 9856명 중 비정규 직원은 1644명으로 전체의 16.7%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 데이터가 제시되기 시작한 2019년 9월 말 전체 직원 7160명 중 비정규 직원이 951명으로 13.3% 비중이었는데, 매년 꾸준히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10여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운용사가 정규직 직원을 많이 고용했는데, 당시에는 운용업권이 전반적으로 성장한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산업 자체의 성장보다는 개별 운용사의 경영 성과를 중시할 만큼 업권이 정체돼 있는 분위기가 고착화 되면서 고용 형태도 바뀌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업계 공모펀드 부진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직접투자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공모펀드 전체 수탁 규모는 계속 축소되고 있고, 그 자리를 상장지수펀드(ETF)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정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거나 높은 수익률을 내지 않는 한 시장에서 꾸준한 수익을 내는 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DC·IRP 등 리테일 퇴직연금 시장도 노려봄직 하지만, 신규 사업자 사전지정운용제도 포트폴리오에 추가 채택이 되는 건 기존의 상품을 밀어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DB 적립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그에 맞는 운용 조직을 갖춰야 하는데, 여력이 되는 운용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운용업계 안팎에선 성과주의 문화를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펀드 수익률이 신규 자금 유입 여부를 가르는 변수인 만큼 경쟁을 촉진하고 그에 맞는 성과에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마다 먼저 제기되는 주장이 계약직 직원의 비중 확대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계약직 형태가 직원 고용 형태의 기준이 됐는데, 운용업계의 경우 이 트랜드에서 빗겨져 나가있던 것이 사실"이라며 "고객 돈을 잘 운용하기 위해서는 업권 간 경쟁이 촉진돼야 하고, 이를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것이 성과 보상의 천장을 없애는 계약직 형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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