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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클러스터 기행|대전]대전 바이오 구심점, 20년 역사 바이오헬스케어협회②맹필재 회장 "상장 회원사 시총만 15조, 서로 돕는 상생 분위기 강점"

대전=차지현 기자 공개 2024-04-26 10:02:32

[편집자주]

바이오 클러스터의 아이콘 미국 보스턴. 한 세대 이상 구축된 각종 신약개발 인프라는 세계 내로라하는 바이오텍들이 보스턴을 '글로벌 바이오 메카'로 지목하는 배경이다. 한국의 보스턴을 꿈꾸는 바이오 클러스터들 또한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각자의 역량과 매력을 앞세워 기업 유치에 혈안이다. 산학연 그리고 임상 병원의 유기적 연계가 갖춰진 전국 각지의 'K-바이오 클러스터'를 찾아 경쟁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5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전 바이오 클러스터를 논할 때 이 사람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대전을 클러스터로 조성하자는 화두를 꺼낸 건 물론 실제로 이를 구현해 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바로 '친화력 갑'이라는 평판으로 유명한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 회장 얘기다.

그를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를 친밀감 있는 인물이라고 얘기한다. 유쾌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고 사교성이 좋아 다양한 분야에 인맥이 두텁다. 그가 아니었다면 대전 바이오 네트워크가 끈끈하게 유지되지 못했을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서울대 미생물학과 학·석·박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포닥을 한 뒤 충남대 미생물·분자생명과학과 교수를 지낸 그는 9년째 바이오헬스케어협회를 이끌고 있다. 대전 바이오텍들의 든든한 버팀목인 맹 회장을 만나 대전 바이오 클러스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바이오텍부터 투자사까지, 회원사 총 141곳·상장사 20곳

바이오헬스케어협회 역사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및 LG생명과학 출신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대덕연구개발특구에 바이오텍 창업 붐이 막 일기 시작했던 때였다. 인바이오넷이 대전 전민동에 지은 건물에 입주한 기업 10여곳은 대덕바이오커뮤니티를 만들었다. 활발한 교류를 통해 시너지를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사모임 형태로 운영되던 이 커뮤니티는 2015년 사단법인으로 정식 발족했다. 각종 국책과제를 따내기 위해서 법인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대전 지역 내 바이오의약, 체외진단, 바이오 소재 분야 기업 대표 등이 총집결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회장,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 김진환 알테오젠 전 연구소장 등을 포함해 발기인만 무려 17명에 달했다.

맹 회장은 "법인을 설립할 때 발기인 모두의 인감도장이 필요해서 발기인은 2~3명 정도로 두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당시에는 잘 몰라서 뜻이 맞는 17명을 전부 발기인으로 올렸고 이들이 인감도장을 찍는 데 6시간이 넘게 걸리는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생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규모는 빠르게 커졌다. 현재 회원사는 총 141곳이다. 이 가운데 바이오기업이 102곳, 타 업종 기업이 21곳, 병원·투자자·공공기관 등 기타 기관이 18곳이다. 회원사 중 상장사 20곳의 시가총액은 대략 15조원이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데일리파트너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 투자 업계도 손을 내밀었다.

대전 지역 웬만한 바이오텍은 다 가입했을 만큼 거대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했지만 운영 인력이 많지 않다.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예산도 따로 없다. 특정 기업이나 스폰서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회원사 회비로만 운영한다. 회원사들이 자발적으로 돈과 시간을 들여 모임을 이어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네트워크의 가치와 힘이 막강하다는 방증이다.

맹 회장은 "초창기 바이오 기업만 존재했는데 타이어뱅크, 금성백조주택 등 여러 업종 기업이 합류하고 미래에셋대우 등 투자 업계도 회원사로 등록하면서 존재감이 커졌다"면서 "정부 보조금이 아닌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게 더 힘들기 때문에 이는 경쟁력을 인정받은 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자체로부터 보조를 받는 게 없다 보니 하고 싶은 말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대전 바이오 업계에서 바이오헬스케어협회 역할은 막중하다. 정기적으로 포럼 및 교류회를 마련해 바이오 기업에 네트워킹 및 기술교류 기회를 제공하는 건 물론 역량 강화 교육이나 우호적인 투자 환경 조성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정부·대전시와 긴밀하게 소통해 규제를 개선하는 중책도 맡았다.

맹 회장은 "30여년 간 대전 바이오 기업의 성장사를 지켜봐 온 산 증인들이 주축이 돼 민간 클러스터 조성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로써 대전의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수는 2015년 96곳에서 작년 162곳으로 70%가량 늘었고 상장사는 20곳이 됐다"고 했다.

◇클러스터 성장 원동력, 밀고 끌어주는 '상생' 분위기

바이오헬스케어협회가 매주 개최하는 교류회에는 다른 업종 또는 다른 지역 모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별함이 있다. 서로 밀고 끌어주는 상생 분위기가 퍼져 있다는 점이다. 각자 기업이 신약개발 관련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한다. 상대의 발표를 귀담아듣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준다. 회원사 대상 혜택을 주거나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맹 회장은 "바이오 산업은 수직 구조가 아닌 수평 구조가 중요하다"며 "수직 구조에서는 어느 회사가 잘 되면 다른 기업은 밀려나지만 수평 구조에서는 협업을 통해 다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배 바이오텍에 대한 내리사랑도 유별나다. 1세대 바이오텍들은 바이오 생태계 명맥을 이어야 한다는 선배로서 사명감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신약개발에 필요한 기술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느 한 회사만 버틴다고 성공할 순 없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그는 "신약개발은 마치 지뢰밭은 통과하는 것과 같은데 바이오니아, 리가켐바이오, 알테오젠 등 이름을 들으면 알 법한 업체들은 지뢰밭을 잘 통과한 곳들"이라면서 "이들 기업은 후배 기업들에 어떻게 하면 이 지뢰를 밟지 않고 지뢰밭을 통과할 수 있을지 길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특허를 낼 땐 어떤 변리사가 유능한지, 투자를 받을 땐 어떤 투자자가 도움이 됐는지 등 내부 정보까지도 서슴없이 나눈다. 신약개발이나 경영 전략 등과 관련해 날카로운 질문도 자주 던진다. 후배 바이오텍이 시행착오를 덜 겪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에서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조언이다.

맏형격 기업들이 후배 양성을 위해 투자조합을 결성한 것도 눈에 띄는 행보다. 대표들이 개인 돈을 들여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몇몇 바이오텍 대표가 2018년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10억원을 조성한 1호 투자조합을 시작으로 호당 10억원 내외로 9호 투자조합까지 만들어졌다. 누적 투자 액수는 110억원가량. 현재 10호 투자조합을 준비 중이다.

대전 바이오 네트워크의 매력을 알아본 타 지역 기업들이 이곳으로 이전한 사례도 많다. 맹 회장은 "대전에는 바이오산업과 관련한 모든 기술이 있어서 대전에 오면 성공한다는 말도 있다"면서 "지역에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다른 지역에서 인력이 많이 넘어오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대전 바이오 클러스터의 꿈은 세계적인 바이오 메카가 되는 것. 2030년 '200조 클러스터'로 클러스터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로 노력 중이다. 그는 "50년 역사 연구단지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창업을 하며 자생적으로 태동했다 점이 대전 클러스터의 강점"이라며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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