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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작품 시장에서 저평가 되는 이유는 동시대 이우환 작품 평균 낙찰가액의 5분의 1 수준…글로벌기관 통한 재평가 필요성

서은내 기자공개 2024-06-13 08:11:19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0일 1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백남준(1932-2006)은 국내 미술시장에서 작품의 시장성과 작품성이 반비례하는 대표적인 예로 회자된다. 백남준은 세계 미술사에 기록될 만큼 큰 업적을 이룬 작가이며 한국을 세계에 알린 인물이지만 그가 이룬 업적에 비해 시장에서 거래 가격 등으로 표현되는 시장의 평가는 극히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는 게 미술업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케이옥션 경매에 나온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작품 '신전'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5월 경매에 다시 올랐으나 또한번 유찰됐다. 서울옥션 오프라인 경매 기준 최근 5년간 백남준 작품의 낙찰건수는 12건, 낙찰총액은 5억8200만원으로 평균 낙찰가액은 4850만원 정도다.

절대적인 비교가 쉽지는 않으나 백남준과 가장 가까운 동시대 작가로는 이우환이 꼽힌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고 둘다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이우환 작가 작품의 최근 5년간 서울옥션 오프라인 경매 기준 낙찰건수는 217건, 낙찰총액은 545억74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 낙찰가액이 2억5100만원으로 백남준 작품의 5배에 달한다.

백남준은 플럭서스 운동의 핵심멤버이자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로 불리는 천재 작가다. 비디오조각, 설치, 퍼포먼스, 싱글채널비디오 등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혁신적인 작품으로 세계 현대미술사에 거봉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에 없던 예술을 창시하고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 텔레비전을 통해 전 세계가 소통하는 예술을 만들어냈고, 기술과 미디어를 통해 세상의 지평이 확장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했다. 또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데에도 공을 세웠으며 1995년 광주 비엔날레 출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설립이라는 결과물을 낸 데에도 백남준의 역할이 있었다.

그럼에도 백남준 작품의 가격은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 갤러리 대표는 "미술사에 남는 거장치고는 너무 부족한 경매 낙찰가 데이터, 비교적 낮은 작품가 등 약한 시장성이 재판매에 있어서 리스크를 갖고 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갤러리업계 관계자는 "백남준은 시간이 많이 흘러도 그 위치가 결코 꺾이지 않을 작가"라며 "그의 작품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점에 대해 미술업계에서 안타까움이 크며 제대로 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데에 뜻을 같이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전시된 백남준의 <다다익선>. 보존·복원 완료후 (2022) ⓒ 2022. 우종덕 <이미지: 국립현대미술관>
◇ 미디어 아트 특수성, 유지 관리의 문제

백남준 작품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다양한 지점이 논의된다. 기본적으로는 미디어아트라는 작품 성격상 보관, 유지 관리의 문제가 첫번째로 대두된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전시, 재가동이 들어간 백남준의 대형 작품 '다다익선'은 긴 시간동안 가동이 되지 못했던 작품이다. 작품의 근간이 된 부품들이 소모가 되는 것을 놓고 '부품의 생명을 다한 작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길어졌으며 부품의 교체를 마치고 재가동에 들어갔다.

앞선 갤러리 대표는 "작가 사후에 시대가 변함에 따라 준비되지 못한 부분으로 인한 불안감이 있었다"며 "작품 크기 문제 등 미디어아트 특성상 개인의 소장, 유지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 유족·갤러리·국가 조력 필요

작품의 가치를 뒷받침할 확실한 갤러리 등 조력자의 역할이 부재하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미술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남준 사후에 국내에 그의 작품을 관리할 유족이 없고 긴 시간 그의 작품을 조명해온 갤러리는 있었으나 사후 진로에 대한 결정권이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2015년 경 글로벌 메이저 갤러리인 가고시안에서 백남준을 전속작가로서 관리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후 방향이나 선택에 대해 나오는 이야기는 없는 상황이다. 관리업계에서는 사후 작가에 대한 유족의 마케팅도 필요한 부분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또 작가의 업적이 큰 만큼 국가 차원의 재조명 역할도 필요한 것으로 언급된다.

앞선 관계자는 "이런 경우 국가 차원에서 프로모션에 힘써야할 것으로 생각된다"라며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가 기관에서 단순히 전시나 글을 쓰는데에 그치지 않고 해외 미술관과 조우해 재평가 받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남준의 높은 대중성이 높은 점이 오히려 미술시장에서 희소 가치를 떨어뜨는 요인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 미술관, 갤러리 등 곳곳에서 해마다 백남준을 소재로 한 전시가 열리지만 이같은 전시가 백남준의 성과를 재평가하고 가치를 높이는 이벤트가 될 수 있을지는 재고해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남준 Nam June PAIK, 구-일렉트로닉 포인트 Sfera-Punto Elettronico, 1990, 혼합 매체 Mixed media, 320x250x60cm <이미지: 학고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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