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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쿠팡 제재 후폭풍]유례없는 PB 상품 제재, '로켓배송' 10년만에 좌초 위기②제품 '추천' 제약 결국 투자 축소로 연결, 2150만 활성화 고객 편익 저해 전망

정유현 기자공개 2024-06-18 09:51:58

[편집자주]

중국 커머스의 공세에 긴장감이 유지됐던 쿠팡이 또 한 번 암초를 만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우대 의혹과 관련해 14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통 업체에 부과한 역대 최고액이다. 10년 전 '로켓 배송'을 도입하며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바꾼 쿠팡에게 돌아온 것은 뼈아픈 제재였다. PB 제품을 강화하고 있는 유통업계도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벨은 공정위 제재 후 쿠팡의 대응 전략과 사업 방향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1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셜 커머스 업체였던 쿠팡은 2014년 3월 빠른 배송을 모토로 '로켓배송' 서비스를 출시하며 유통가의 지형을 바꿨다. 온라인 유통 시장 규모를 빠르게 키웠고 로켓배송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25% 내외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강자로 우뚝 섰다. 적자 부담에도 수조원대 투자를 통해 물류센터를 짓고 직매입 서비스를 강화하며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쇼핑 경험을 제시했다.

하지만 10년 만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로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였다. 쿠팡의 자체 브랜드(PB)를 포함한 로켓배송 직매입 상품 밀어주기 의혹을 제시하며 1400억원(잠정)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실상 쿠팡이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추천하는 것을 막은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접근성과 구매가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 로켓배송 사업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로켓배송 성장 배경 우수 상품 추천 인터페이스, 투자 로드맵 불투명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 14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임직원을 동원해 PB 상품에 후기를 작성하게 한 것을 문제 삼았다. 쿠팡이 2019년 2월부터 최근까지 인위적으로 6만4250개 직매입과 PB상품을 검색 순위 상단에 노출했고, 임직원 상품평을 동원해 PB상품을 검색 상위에 올렸다고 결론을 지었다.

쿠팡이 수익성 제고 등을 이유로 인위적으로 상품을 1~3위에 추천 배치했다는 것이다. 경쟁력이 없는 PB 상품을 전사적인 조작을 통해 상위로 올려 사업이 확장했다고 해석했다.

업계에서 내놓는 평가는 다르다. 품질력이 우수한 상품을 추천해 주는 소비자 인터페이스(UX)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빠른 배송 시스템과 시너지를 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쿠팡은 자체 물류 모델을 통해 그동안 유통 업체들이 비용 문제로 진출하기 어려웠던 직매입·직배송을 도입해 배송 혁신을 주도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매년 매출이 20%씩 성장하며 활성 고객이 2150만명이 넘을 수 있던 배경으로 로켓배송이 꼽힌다.

그동안 쿠팡은 '쿠팡 랭킹순'을 통해 소비자 선호에 따라 PB 상품이나 직매입 상품의 로켓배송을 추천해왔다. 판매량이 적은 중소기업 상품도 제품력이나 가격경쟁력이 높으면 추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상단에 노출된 제품을 먼저 보게 된다. 더 빠르게 배송을 받고 더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를 굳이 놓치지 않았다. 반품도 무료다. 이 같은 소비자 경험이 쌓이며 알고리즘이 형성됐다. 쿠팡의 직매입이나 PB 상품이 상단에 노출되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이를 공정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직매입 상품 중 전자 기기의 경우 공정위의 판단대로 적용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공정위는 쿠팡의 PB 제품뿐 아니라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를 포함한 일반 직매입 상품을 인위적으로 노출했다고 평가했다. 직매입 전자기기의 경우 신제품이 나오면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출시일에 맞춰서 신규 기기를 상단에 노출시키고 추천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당연시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쿠팡은 '상품 추천→구매→배송→추가 직매입'의 순환 구조를 구축하면서 사업을 키우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에 첫 단계인 추천이 제약을 받게 된 것이다.

공정위 제재로 인한 쿠팡 상품 추천 금지로 소비자들이 수년간 이용해온 쿠팡에 대한 사용성과 상품 접근성이 위축되면 '구매 저하→쿠팡 매출 저하→추가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쿠팡의 핵심인 로켓배송 사업에 제동이 걸리며 최근 발표한 수조원 규모의 물류 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투자의 향방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PB 상품 선노출 업계 관행, 정부 눈치보기식 이커머스 '위축' 전망

유통 업계가 이번 제재에 관심을 갖는 것은 쿠팡뿐 아니라 국내외 이커머스 업체들은 PB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거래 관행을 미처 조사하지 못한 상황에서 쿠팡의 행위를 위법하다고 단정 지은 것이다.

타 이커머스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계란, 생수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기본 추천 순으로 PB 상품이 상단에 노출되고 있다. 유통 업체들이 내놓는 PB상품은 유통 단계를 줄이기 때문에 타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고 업체들이 주기적으로 관리를 하기 때문에 제품력 면에서도 뒤처지지 않는다. 이 같은 추천 제품을 구매할지 여부는 소비자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쿠팡의 추천 방식이 규제 대상이 되면서 타 이커머스들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편의보다 정부 눈치 보기 식으로 제품을 진열하고 노출 방식을 바꿀 수 있다. 획일적인 상품 추천 방식이 확산될 수 있다. 가격과 품질이 좋은데 비인기 상품이 하위에 배치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은 소비자 편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 측은 "고객들은 차별화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쿠팡을 찾고, 쿠팡이 고객들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 역시 당연시 했다"며 "로켓배송 상품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없다면 현 수준의 서비스를 유지하고 어렵고 결국 소비자들의 불편과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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