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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AI반도체 생존게임]'제2의 D램' 골든타임, 한국판 엔비디아 등장 갈림길①리벨리온·사피온 합병 주목, 파운드리 등 공조 관건

김도현 기자공개 2024-07-23 09:02:33

[편집자주]

사피온과 리벨리온 합병 추진으로 국내 AI 반도체 업계를 향해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토종 '빅3' 중 2곳이 뭉친 데 따른 시너지 기대와 스타트업의 한계를 보여준 단면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지난해부터 AI 시대가 본격화한 가운데 이제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와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토종 AI 반도체를 둘러싼 상황과 성공 가능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7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업계가 지금까지 연구개발(R&D)해왔고 올해와 내년 본제품 양산에 돌입한다. 데뷔도 하기 전에 많은 관심을 받은 셈인데 2025년 전후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다음으로 넘어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만난 AI 반도체 스타트업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리벨리온, 사피온, 퓨리오사AI, 딥엑스, 모빌린트 등 AI 반도체 스타트업체들이 등장한 지 4~5년 흐른 시점이다. '선두 주자'인 이들 기업도 어느 정도 결실을 보여주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챗GPT'발 AI 반도체 열풍으로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판 엔비디아로 거듭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현시점에서는 한계도 명확하다. 추가 투자, 사세 확장 등을 위해서는 출시를 앞둔 칩의 역할 증명이 중요한 시점이다.

◇2025년까지 실질적인 매출 발생 여부 관건

AI 반도체는 학습과 추론 등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수행한다. 응용처에 따라 크게 서버용과 엣지용으로 나뉜다. 제품군으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데이터처리장치(DPU) 등이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2020년대 들어 AI 반도체를 '제2의 D램'으로 낙점한 바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점유율 20%, 혁신기업 20개, 고급인재 3000명 양성 등을 주요 목표로 내걸었다.

사피온(왼쪽)과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이 과정에서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합병을 추진하기로 했다. 각각 KT와 SK텔레콤이라는 한국 대표 통신사를 끼고 있지만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경쟁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양사는 "향후 2~3년을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빠른 합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3분기 중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하고 연내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행보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개별 스타트업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주장과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가능성 있다는 의견으로 양분된다.

공통적으로는 합종연횡 여부와 별개로 2025년까지는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미 수년간 기대감으로 투자를 유치한 만큼 내년 전후로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해야 기업공개(IPO)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파두 사태'로 인해 AI 반도체 기업에 대한 평가가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AI 생태계 및 공급망 구축 필수

토종 AI 반도체 업체가 활약하려면 공조와 협력이 동반돼야 한다. 특히 대다수가 반도체 설계(팹리스) 위주인 만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과 협업이 불가피하다.

AI 반도체 생산 난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한국에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삼성전자 정도다. 삼성전자는 TSMC, 인텔 등과 10나노미터(nm) 이하 첨단 공정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 소개하는 최시영 사장

다만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등 완성도, 전략적 결정 등에 따라 해당 공정 고객 확보가 쉽지 않은 처지다. AI 반도체 팹리스를 통해 레퍼런스를 쌓는다면 '윈윈(Win-Win)' 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삼성전자와는 메모리 실력도 갖추고 있어 또 다른 측면에서도 협력이 가능하다. 이미 네이버와 손을 잡고 AI 반도체 '마하'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연내 마하1이 등장할 예정이다.

이러한 장밋빛 전망과 달리 국내 AI 반도체 업계에서 TSMC를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등 지원 규모가 부족함을 토로한다. MPW는 단일 웨이퍼에 여러 종류 칩을 생산하는 것으로 설계 및 테스트 단계에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삼성전자 나름대로 매년 횟수를 늘리고 있지만 TSMC 대비해서는 아쉬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에서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반도체 설계를 위한 전자설계자동화(EDA) 등 소프트웨어, 지적재산(IP) 등 비용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파운드리 앞뒤에서 보조하는 디자인하우스,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외주(OSAT) 업체들의 동참도 필요하다. 실제로 가온칩스, 세미파이브 등이 AI 반도체 고객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최근 AI 반도체와 메모리 등을 잇는 패키징 기술도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OSAT가 힘을 보태기도 해야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에서 AI 반도체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단편적인 지원이 대부분이다. 큰 그림을 그리려면 분야별 기업을 연결하고 각자 역할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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