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04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팔방미인(八方美人). 어느 방향에서 봐도 아름다운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여러 방면에 능통한 사람의 비유적인 표현이기도 하다.삼성전자는 전자업계의 팔방미인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가전, TV, 통신장비 등을 모두 다룬다. 반도체로 한정해도 메모리부터 시스템반도체 설계, 위탁생산(파운드리) 등을 다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곳은 없다.
다양한 영역에 발을 들이면서도 삼성전자는 업종별 선두권에 올랐다. 특히 메모리는 30년 넘게, TV는 20년 가까이 1위다. 그야말로 장기집권이다.
경쟁사 면면을 보면 삼성전자의 위엄이 재차 느껴진다. 인텔, 애플,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국내 업체까지 모두 삼성전자의 대결 상대다.
세상이 달라졌을까. 두루두루 잘하는 멀티플레이어보다는 특정 분야에서 특출난 스페셜리스트가 각광받고 있다. 전례 없는 업적을 이뤄온 삼성전자의 계속되는 위기설과 맞물린다.
이름 그대로 대기업인 삼성전자도 '캐파'의 한계가 있다. 광범위한 사업을 영위하다 보니 하나둘씩 구멍이 났다. 컨트롤타워격인 사업지원TF의 기능변화와 함께 과거와 같은 협업 및 시너지도 미미해졌다.
그러는 동안 아래에 있거나 동등했던 경쟁사들은 한우물만 팠다. 결국 각자의 분야에서 선두로 올라섰고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SK하이닉스, 파운드리 TSMC, 스마트폰 애플, 생활가전 LG전자 등이 그렇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점차 애매한 위치로 밀려났다. 초격차의 상징인 메모리마저 무너졌다는 점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수십년간 반도체 왕좌를 지켜온 인텔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동안 기술 개발을 게을리하던 인텔은 부랴부랴 파운드리 부문을 확장하는 등 몸부림쳤지만 시대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있다. 주력인 중앙처리장치(CPU) 경쟁력이 저하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제 반도체하면 엔비디아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인텔보다는 상황이 낫다. 여전히 많은 문제를 직면하고 있지만 일부 개선되는 부분이 있다. 올라운더인 만큼 돌파구가 여럿이기도 하다. 다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팔방미인은 긍정적인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다. 이도 저도 아닌, 한 가지에 정통하지 못한 이들을 비꼬기 위해 활용되기도 한다. 지금의 삼성전자는 '하나라도 잘하자'라는 주주들의 지적에 반박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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