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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홍 S&P 상무 "EV 캐즘 탈출 키 '배터리 가격'" [thebell interview]석유화학·철강, 차별화 통한 수익성 확보 관건

안정문 기자공개 2024-07-15 15:59:53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2일 09: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준홍 상무는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S&P에서 한국기업신용평가 팀장을 맡고 있다. 박 상무는 국내 기업 가운데 비금융 부문 기업들의 크레딧을 담당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박 상무가 속한 팀에서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국내기업은 삼성전자, KT, SK그룹, 포스코그룹, LG그룹, 현대차그룹 등 27곳 정도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 및 소재기업이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등급전망에 긍정적이 붙은 현대차그룹에 대해 균형잡힌 포트폴리오가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에 대해선 중국기업과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시장에선 SK하이닉스의 선점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캐즘 탈출 키는 가격경쟁력


11일 박준홍 S&P 글로벌 아태지역 기업신용평가부문 한국기업신용평가 팀장(사진)은 더벨과 인터뷰에서 올해 짚어야 할 만한 산업군에 대한 견해를 내놨다. 우선 전기차 시장이 거론됐다. 캐즘을 벗어나기 위해선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가격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짚었다.

박 상무는 "인프라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가격으로 여전히 전기차가 내연기관, 하이브리드보다 20%~30% 더 비싸다는 것"이라며 "배터리 원가가 낮아지고 전기차의 가격을 낮출 수 있어야 수요가 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봤다.

전기차시장 캐즘은 완성차보다 배터리 제조, 배터리 소재기업에 기업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전망은 S&P의 등급에서도 드러난다. S&P는 올해 들어 LG에너지솔루션의 등급 및 전망을 'BBB+, 안정적'에서 'BBB+, 부정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등급을 BBB-, 안정적에서 BB+,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박 상무는 "현대차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라며 "다른 글로벌 피어랑 비교를 해보면 일본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에 편중돼 있고 전기차는 많이 뒤처져 있고 미국이나 유럽 업체들 중에는 전기차만 가지고 있고 하이브리드 기술력이 없는 회사도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등급 조정 가능성에 대해선 "BBB+ 이상 등급이 부여된 회사들의 등급조정 시점은 전망변경 이후 2년 이상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며 "회사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이어가게 된다면 1년 안에도 리뷰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의 재무관리 전략에도 긍정적 점수를 줬다. 박 상무는 "현대차가 촘촘하게 재무관리를 하는 것 같다"며 "최근 현대차그룹은 투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등 재무안정성에 방점을 찍고 재무전략을 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석유화학 및 철강, 차별화 통한 수익성 확보가 관건

먹구름이 낀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에 대해선 중국기업과 가격경쟁을 피하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 상무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업체랑 맞대결을 하는 경우에는 가격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며 "한국기업은 이제 프리미엄, 하이엔드 차별화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산업은 '부정적' 등급전망이 가장 많이 달려있는 업종이기도 한다. S&P는 LG화학에 'BBB+, 부정적', 한화토탈에 'BBB, 부정적'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그는 "철강에선 중국 업체들이 중국 업체들이 보면 보통 건설용 제품 쪽에 더 비중이 높은데 국내 기업들은 자동차 제작이나 조선업에 쓰이는 특수강판 등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케미컬 쪽에서도 제품군을 다각화를 하면서 중국기업과 차별화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 SK하이닉스의 선점효과 이어질 듯

반도체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선점효과를 한동안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박 상무는 "AI가 부각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쪽이 강조되고 있다"며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좀 뒤처져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HBM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5년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2세대 HBM2 개발에 성공했지만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보고2019년 HBM 연구개발팀을 해체했다. 약 10년 동안 삼성전자가 HBM 시장의 빠른 성장을 예상하지 못하고 투자에 주저하는 사이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선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이 시장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해 대응을 잘 못했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지금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실적개선 폭이 가파르다"고 봤다.

박 상무는 "삼성전자는 규모도 있고 재무적 역량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따라올 가능성이 있긴 있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좋아지고 나서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여전히 좀 삼성전자가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로 봐서는 격차를 쉽게 좁히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적어도 올해 하반기라든지 향후 한 12개월 정도는 선점효과를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S&P 근무만 14년

박준홍 상무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1년6개월 근무한 이후 입대했다. 군대에서 그는 장교로 임관해 해군사관학교에서 경영학 관련 강의를 하는 강사로 3년 정도 복무했다. 전역한 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통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생명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S&P엔 2010년에 합류했으며 올해로 14년째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박 상무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에게 크레딧이슈와 관련된 질문을 하고 답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인사이트가 쌓여가는 것 같다"며 "다른 산업에 있는 여러 회사를 종합해서 보다 보면은 좀 큰 흐름이 어느 정도 보이는 그런 부분이 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팅을 할 때 실무진도 만나지만 C레벨도 면담할 기회가 종종 있다"며 "회사들이 재무전략을 짜면서 어떤 걸 우선순위로 두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산업군의 기업을 만나다 보면 한국 기업들이 최근에는 좀 흐름이 이렇구나 이런 부분이 가장 좀 눈에 띄는구나 이런 것들을 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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