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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대해부]성장 방정식은 M&A…'신의 한수'와 '악수'③[성장]위젯·네오플 인수로 약진…실패한 투자 '엔씨소프트'

고진영 기자공개 2024-07-18 10:08:48

[편집자주]

국내 게임업계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는 양상이다. 세 회사는 10년 가까이 '삼국지'처럼 국내 게임시장을 삼분하며 각축전을 벌여 왔지만 최근에는 넥슨 홀로 질주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 넥슨만의 성장스토리와 지배구조, 성장전략, 키맨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6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넥슨은 인터넷산업 태동과 함께 탄생한 젊은 기업이다. 창립 30년도 안돼 시총 20조원을 돌파, 폭주기관차가 달리듯 가파르게 성장한 배경엔 공격적 인수합병(M&A)이 있다. 어떤 딜은 넥슨의 성장통을 덮을 정도로 성공적이었지만 오판도 없지 않았다.

◇<메이플스토리>의 빛과 그림자

넥슨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해외 성적이 변변치 않았다. 싱가폴에 아시아법인을 세워두긴 했지만 구색만 갖춘 것과 다름없었다. 첫게임 <바람의나라>가 강렬했던 빛을 잃어가던 시기다.

이 무렵 고 김정주 회장은 문 닫았던 일본법인을 다시 세운다. 일본을 교두보로 해외에서 일을 키우길 원했다. 김 회장은 소프트뱅크에 찾아가 손정의 회장을 직접 만났다. 일본 상장기업 중에서 제일 빠르게 컸다는 소프트뱅크의 초고속 성장, 그 발판이 된 M&A 기법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회장이 얻은 것은 손정의 회장보다는 그의 비서 '데이비드 리'와의 인연이다. 변호사 출신인 그를 일본법인 부사장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때마침 위젯이 만든 <메이플 스토리>가 등장했다.

<메이플 스토리>는 2003년 4월 출시와 함께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위젯은 태생부터 넥슨과 가까웠는데, 넥슨에서 <퀴즈퀴즈>를 만들었던 이승찬 전 개발 1본부장이 회사를 떠나 김진만 디렉터와 함께 설립한 곳이다. 이 전 본부장을 붙잡고 싶었던 넥슨은 위젯에 일부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연결고리를 남겨놨다.


<메이플스토리>의 일본 배급권도 넥슨이 가지고 있었다. 2004년 넥슨재팬 대표로 승진한 데이비드 리가 <메이플스토리>에 '아이템 뽑기' 방식을 적용하면서 매출이 놀랍도록 뛰었다. 이 게임을 넥슨이 만들었어야 했는데. 위협을 느낀 김 회장은 위젯의 역작 <메이플스토리>를 완전히 손에 넣어야겠다고 판단했다.

위젯 인수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김 회장과 데이비드 리, 이승찬 전 본부장이 2004년 가을 롯폰기 하얏트 호텔에서 만났다. 넥슨 측이 제시한 400억원을 개발에 지쳐있던 이 전 본부장이 받아들였다. 넥슨 역사상 가장 중요한 M&A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위젯은 회사에 내분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미 넥슨은 개발자들의 불만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엔씨소프트(2000년 7월)를 비롯해 한빛소프트 (2002년 1월), NHN(2002년 10월), 웹진(2003년 5월) 등 게임회사들이 줄줄이 상장하면서 직원들이 돈방석에 앉았기 때문이다.

반면 김 회장은 신중한 태도를 고집하고 있었다. 매출 3000억원을 넘어야 상장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2001년 1월 전 직원에게 보냈다. 2000년 넥슨의 매출이 268억원이었으니 목표가 까마득했다. 그 와중에 이승찬 전 본부장은 회사를 나가 위젯을 세우고 수백억원을 벌었다. 개발자들의 박탈감이 당연했다.

게다가 넥슨은 있던 현금을 위젯 인수에 탈탈 털어넣었다. 개발자들로선 지분 교환이 아닌 '전액 현금' 이라는 인수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버팀목 역할을 하던 정상원 개발본부장이 회사를 떠났고 대규모 인력 이탈이 이어졌다. 어부지리로 경쟁사들의 개발 역량이 강화됐으며 넥슨은 당시 입은 타격을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위젯 인수를 완벽한 성공으로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하지만 하락세를 맞기 전까지 <메이플스토리>가 소프트코어 MMORPG 시장을 지배했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복잡한 득실에 대해 김정주 회장의 평가는 어떨까. "안 샀으면 큰일 났을 것"이라고 인수 1년 뒤 그는 소회했다.

◇'황금 알' 낳는 <던전앤파이터>

넥슨은 개발역량을 회복하지 못한 채로 전성기를 맞았다. 겉으로 보기엔 좋았지만 새로운 게임 개발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던파(던전앤파이터) 신드롬'이 게임시장을 덮친 것이 이 즈음이다.

네오플의 창업자 허민이 개발한 횡스크롤 게임 <던전앤파이터>는 2005년 8월 출시, 2006년 말 동시 접속자 수 10만 명을 넘어서면서 게임시장을 장악했다. 2007년 열린 ‘던파 페스티벌’엔 무려 3만명의 게이머가 모였다.

위젯을 살 때 있는 자금을 전부 썼다면, 네오플 인수엔 가진 돈도 모자라 대출까지 받았다. 일본 법인에서 약 2800억원을 융통하고 차입을 합쳐 총 3853억원에 지분 100%를 인수했다. 목말랐던 신작을 직접 개발하진 못했지만 외부 수혈에 성공한 셈이다.

<던전앤파이터>는 2009년 한 해 동안만 10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벌어왔다. 중국 시장 덕분이다. 변동비 중심의 비용구조 덕분에 영업이익률이 90%대를 찍기도 했으니 황금 알을 낳는 거위와 다름없었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네오플은 넥슨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

◇회심의 글룹스, 애물단지로

이후로도 넥슨은 2010년 게임하이(1192억원), 2012년 글룹스(5230억원), 2014년 스토케(5000억원)의 지분 100%, 2017년 코빗(913억원) 지분 65%, 2018년 넷게임즈(1450억원) 지분 30% 등 대규모 M&A를 연이어 성사시켰다. 다만 모든 인수가 성공적이진 못했다.

특히 5000억원 넘는 거금을 들인 글룹스가 대표적 실패 사례다. 2012년 넥슨은 모바일 분야에서 뒤쳐진 점이 고민이었다. '모바일 전환'을 이야기한지는 오래됐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모바일 매출 비중이 1%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 해 3월 넥슨은 일본 모바일 게임사 글룹스에 인수 제안을 넣었다. 피처폰 모바일게임이 주력이던 기업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글룹스가 그리(GREE)나 디엔에이(DeNA)에 이은 유력 모바일게임 회사로 평가됐다. 2010년 6월 결산기준 1억엔(약 9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2012년 6월 약 237억엔(약 2070억원)으로 급격히 뛰었을 정도다.


애초엔 글룹스가 상장을 준비 중이라 넥슨과의 거래가 물건너갔다. 하지만 이후 상장이 불발되자 일사천리로 매각작업이 진행, 2012년 10월 마무리됐다. 일본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최대 규모의 M&A로 기록되기도 했다.

인수를 마쳤을 때는 분위기가 좋았다. 품기엔 너무 덩치가 컸던 디엔에이를 제외하면 넥슨이 최선의 선택지를 골랐다는 게 중론이었다. 실제로 넥슨의 일본 매출에서 모바일 비중은 2012년 4분기 70%로 늘었다.

하지만 인수효과는 반짝하고 끝났다. 하필 모바일 패러다임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대전환을 이루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글룹스는 이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넥슨은 인수 2년 만인 2014년부터 손상차손을 반영하기 시작했고 글룹스의 장부가액은 0원까지 떨어졌다. 결국 2019년 넥슨은 글룹스 지분 전량을 일본 지알드라이브에 팔았다. 매각금액은 단돈 10원(1엔).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한 회사를 공짜로 넘겼다.

◇엔씨소프트와 불편했던 동거

M&A로 볼 순 없으나 넥슨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실책이라면 엔씨소프트와의 동맹을 빼놓기 힘들다. 김정주 회장은 엔씨소프트와 언젠간 손잡아야 한다는 말을 원래 입버릇처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을 든 이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였는데, 2012년 봄 그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넥슨은 그 해 6월 엔씨소프트 주식 14.68%를 김택진 대표로부터 8045억원에 매수한다. 넥슨이 엔씨소프트 최대주주가 되고 김 대표는 2대주주(9.98%)로 내려왔다. 게임업계 판을 흔들 수 있는 빅딜이었지만 넥슨은 지분 취득목적을 경영 참여가 아닌 '단순 투자'로 명시했다.

이 독특한 거래의 처음 의도는 불필요한 경쟁을 멈추기 위한 협력에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 더 상대할 적이 많았다. 하지만 연합은 별다른 시너지를 보지 못했고 오히려 내전으로 번졌다.

넥슨은 2014년 10월 엔씨소프트지분 0.4%를 추가로 취득, 총 15.08%를 확보했다. 이유는 여전히 단순 투자였다. 그러다 이듬해 경영 참여로 보유목적을 변경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

엔씨소프트는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중 하나인 넷마블게임즈를 백기사로 끌어왔다. 엔씨소프트가 넷마블 지분 9.8%를, 넷마블이 엔씨소프트 자사주 8.9%를 서로 사들였다. 김택진 대표 지분에 우호지분을 합치면 총 18.88%로 넥슨 지분을 크게 앞섰다. 이제 넥슨은 엔씨소프트 주식을 들고 있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2015년 2월 17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전략적 제휴식에서 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넥슨은 2015년 엔씨소프트 지분을 전부 블록딜로 팔았다. 매각대금은 6051억6200만원이다. 넥슨이 주식을 엔화로 샀기 때문에 환율 변동을 계산했을 때 60억엔 정도를 차익으로 얻었다. 하지만 남보다 못해진 동맹을 감안하면 끝맛이 씁쓸했던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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