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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s View]길어지는 전기차 캐즘, 낙관 vs 신중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 지속…LG엔솔 "과잉투자 경계" 삼성SDI "투자 그대로"

고진영 기자공개 2024-08-14 08:17:32

[편집자주]

장 전체를 '숲'으로 본다면, 시장 속 플레이어들인 개별 기업들은 '나무'입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개별 기업이 숲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창구입니다. CFOs View는 기사 형식으로 담아내기 부족했던 CFO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는 콘텐츠입니다. 금리·환율·제도 등 매크로한 이슈를 비롯해 재무, 인수·합병(M&A), 주가,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CFO들의 발언을 THE CFO가 전달합니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0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Topic]
'전기차 캐즘(Chasm)'에 대한 전망과 대응

[THE CFO's Summary]

수년 전만 해도 전기차 시장은 순풍에 돛 단 듯이 내달렸죠. 테슬라가 시가총액 1조달러를 찍고 바이든 행정부가 신차 판매 5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고 약속했을 때의 얘깁니다. GM은 2035년 전기차만 팔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기도 했고요. 그런데 일이 생각처럼 흘러가진 않았습니다. 이른바 전기차 '캐즘(Chasm)'이 시작됐거든요.

캐즘은 틈새, 균열을 뜻하는 말로 새로운 기술이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전기차 역시 얼리어답터에서 대중 상대로 고객층을 전환해야 하는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죠. 전기차 캐즘은 올 들어 특히 두드러지고 있는데, 테슬라를 보면 분명합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애플, 메타 등과 함께 '매그니피센트 7'로 불리면서 주가가 고공행진했지만 이제 시총이 6000억달러대로 반토막 났습니다. 5000억달러마저 붕괴됐던 4월보다 회복하긴 했어도 괴로운 한 해를 보낸 것은 사실이죠. 시장에선 빅테크 7개 중 이름값 못한 테슬라 등을 빼고 '판타스틱 4'로 줄이자고들 하네요.


전기차 가격 역시 지난 2년간 크게 떨어졌는데요. 공급은 넘치고 수요는 주춤했으니 불가피한 일입니다. 테슬라의 모델 Y는 2022년 6만달러를 넘었다가 올해 4만달러대까지 내렸답니다. 전기차 침체를 부정할 수 없어 보이죠.

미국 대선과 맞물리면서 상황은 한층 혼란스워졌습니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앞서 트럼프는 기후 변화를 '사기'로 일축하고 전기차 판매 장려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전기차를 기후 의제의 핵심에 놓은 바이든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셈이죠.

물론 최근 스탠스를 좀 완화하긴 했어요.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의 최대 지지자 중 한 명이기 때문인데요. 이달 초 애틀랜타 집회에서 트럼프는 "나는 전기자동차를 지지하고 그래야만 한다, 일론이 나를 강력하게 후원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전기차를 자동차 산업의 '작은 부분(small slice)'으로만 지지할 뿐이라며 비판적 태도를 견지했고요. 어쨌든 전기차를 못마땅해하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자동차 산업의 헤게모니 변화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요. 종국적으로 전기차 전환을 막기는 힘들겠지만 속도를 늦출 수는 있겠죠. 2년 전엔 전기차 산업이야말로 승리가 확실한 분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운명을 점치기 어려워 보이네요.

원래 전기차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했던 GM은 6월 조금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올해 전기차 판매량 추이를 업계 컨센서스보다 낮게 예상했거든요.

전기차 산업의 향방에 미래가 달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어떨까요. 배터리 3사 컨퍼런스콜에서 언급한 내용을 보니 각자 입장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삼성SDI은 대담한 편입니다.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의 2배가 넘는 투자를 집행한 상황인데요. 앞으로도 투자계획에는 변화가 없다고 합니다. 볼륨, 엔트리급 전기차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며 낙관하기도 했습니다.

그에 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는데요. 캐즘이 길어질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과잉투자를 경계했습니다. SK온의 경우 캐즘 현상을 부인한 것은 아니지만, 정체 기간에서의 가격 인하 등으로 결국 전기차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에 더 주목했고요. 다만 두 회사 모두 캐즘 시기 비용구조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선 같았습니다.

그래서 전기차 시장은 '틈새'를 언제끔 건너게 될런지, 갈 길이 마냥 수월하진 않아 보입니다. 캐즘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제프리 무어가 저서 '캐즘 마케팅(Crossing the Chasm)'에서 그랬죠. "캐즘을 건너는 것은 끝이 아니예요. 오히려 메인스트림 시장 개발을 위한 시작입니다."


폴 제이콥슨(Paul Jacobson) GM CFO

"전기차 판매 비중 업계 예상보다 낮을 것"

업계 분석가 대부분은 올해 전기차 판매량의 10%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우린 8% 정도에 그칠 것으로 봅니다. 전기차업계는 과잉 생산을 했고, 그 선택이 가격이 미친 영향을 볼 수 있었죠. 올해 GM의 전기차 생산목표는 기존 30만대에서 20만~25만대로 하향 조정할 예정입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

"생각보다 캐즘이 길어질 가능성 염두, 과잉투자 안 할 것"


글로벌 전기차의 수요 성장 방향성이 바뀐 것은 분명히 아닌 것 같습니다만, 미국 대선같은 정치적 이벤트가 가까워지고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올해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연초의 기대치에 못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캐즘이 배터리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존 공장 가동률을 최대화하면서, 신규 증설 프로젝트의 경우 전략적으로 시장 수요의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되 조정해야 할 부분들은 즉시 조정해서 과잉 투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입니다.


김종성 삼성SDI 부사장(CFO)

"수요 감소는 단기적 현상"


하반기 수요는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당초 전망에는 미치지 못하고 본격적인 회복 시점도 예상보다 조금 늦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전기차 캐즘과 주요 고객들의 재고 조정,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 등에 따른 단기적인 현상이며, 중장기적으로 전지 산업의 고성장은 변함 없을 것으로 봅니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

"투자계획 변동없다"

2차전지 사업의 특성에 맞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헝가리 법인 증설, 미주 스텔란티스JV 공장 건설 등 이미 확보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전고체 전지 및 46파이 등 중장기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투자들을 하고 있어서 투자 계획에는 큰 변동이 없습니다.

다만 단기적인 전기차 수요 약세 등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최적의 투자 결정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겠습니다.


김경훈 SK온 CFO

"상반기 대비 하반기 수요는 증가할 것"


전방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으나, 고객사 배터리 재고와 더불어 신차 라인업 확대, 금리 인하, 하락한 메탈 가격을 기반으로 상반기 대비 전기차 및 배터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사 차원의 원가 절감 활동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할 계획입니다.


전현욱 SK온 IR 담당

"본원 경쟁력 강화할 기회…비용구조 재점검"


캐즘으로 인해서 전기차 시장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것은 맞지만 대부분의 조사 기관에서는 장기 전망치에서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체 기간 중 전기차 가격 인하와 충전 인프라 개선, 소비자 경험 누적 등을 통해 결국에는 전동화가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봅니다.

중장기적 성장 모멘텀은 유효하므로 캐즘 구간을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손익 개선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용구조의 모든 항목을 원점에서 철저히 재검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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