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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 Match up/LG전자 vs 월풀]'이사 전문성 공개' 적극적…'리더십' 가장 중시[BSM분석]④월풀 '대규모·복합조직' 경험 초점…LG전자 'CEO·CFO·벤처창업' 세분화

박동우 기자공개 2024-08-30 08:14:12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뛰어난 개인 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하지만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다. 기업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2일 14:2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사의 전문성은 기업 경영에 일조하는 핵심 가치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바람직한 방향을 조언하는 만큼 적절한 지식과 소양을 갖추는 노력이 중요해졌다. 자연스레 이사진이 보유한 전문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투자자를 비롯해 일반에 알리는 트렌드도 생겨났다. '이사회 역량 지표(BSM·Board Skills Matrix)'가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LG전자와 월풀 모두 BSM을 토대로 이사진의 전문성을 공개하는데 적극적이다. 여러 역량 가운데 단연 중시하는 가치가 '리더십'이다. 회사 중요 안건을 심의하고 승인하는 주체가 이사회라는 인식과 맞물렸다. 월풀은 대규모 복합조직에서의 경험에 초점을 둔 반면 LG전자는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벤처 창업 경험으로 세분화했다.

◇월풀, 12대 역량 열거…'글로벌' 키워드 돋보여

월풀은 올해 4월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배포한 위임장(Proxy Statement)에 BSM을 수록했다. 역량 구성표를 소개하면서 "이사들이 회사의 전략적 중요사항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이사회 숙의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개별 이사 후보자들이 스스로 식별한 전문역량과 특성, 성별, 인종 등을 강조했다"고 기술했다.

BSM에는 12대 전문역량이 열거됐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전문성이 '대규모·복합조직 고위 리더십 역할'이다. 월풀이 미국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가전제품 사업을 수행하는 거대 기업이라는 특성과 맞닿아 있다. 경영 범위가 방대하고 의사결정 난도 역시 높은 만큼 회사 전략을 이해하고 목표 달성을 원활히 평가하는 능력을 단연 중시한다.


세계 가전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형성한 회사답게 '해외'와 밀접한 키워드도 돋보인다. △글로벌 사업운영 및 국제업무 경험 △글로벌 공급망·제조·물류 항목이 방증한다. 사내이사 마크 비처(Marc Bitzer) 회장과 사외이사 사무엘 앨런(Samuel Allen) 전 디어앤컴퍼니 회장 등 8명이 2개 전문성에 모두 부합했다. 12인 이사 전원이 글로벌 사업 운영 역량을 보유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사회 구성원 모두가 보유한 전문성으로는 '기업지배구조·지속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월풀은 "다른 상장사 이사회 경험과 기업을 책임진 경험을 가진 이사들"이라며 "효과적인 거버넌스와 감독, 최신 거버넌스 동향에 대한 귀중한 관점을 제공해 지속 가능한 주주가치를 달성하는데 기여한다"고 풀이했다.

개별 이사 가운데 12대 전문역량을 모두 충족한 이사도 있다. 리처드 크레이머(Richard Kramer) 전 굿이어타이어 회장과 제임스 로리(James Loree) 전 스탠리블랙앤데커 회장 등 사외이사 2인이다. 크레이머 전 회장은 회계법인 PwC에서 13년 동안 근무하고 2000년부터 굿이어타이어에서 CFO·CEO 등의 직책을 24년간 지낸 인물이다. 로리 전 회장도 GE와 스탠리블랙앤데커를 거치며 재무총괄 임원과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했다.


◇LG전자, 2022년 첫 도입…4대 가치 제시

LG전자는 2022년부터 BSM을 도입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홈페이지에 수록하고 있다. 역량 지표 공개를 염두에 두고 '이사회 전문성·다양성 가이드라인'도 수립했다. 2022년 11월에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가 승인하고 제정한 가이드라인에는 이사 전문성을 판단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이 적시돼 있다.

△경영(조직 운영) △경제 △법률 △회계 △환경 등의 전문성 보유 여부를 살피는 건 물론 사외이사 직무를 둘러싼 이해 수준도 살핀다. 산업 전문성 역시 눈여겨본다. 여기에는 LG전자와 주요 관계사가 영위하는 산업에서 근무한 경력의 유무도 중요한 고려 대상으로 포함된다.

12대 전문성을 기술한 월풀과 견줘 LG전자가 제시한 전문역량은 단출하다. △리더십 △경영·회계 △연구개발 △법률 등의 4대 가치만 열거했다. 회계·재무·자본구조, 제품개발·혁신·엔지니어링, 법률·규제·정부관계 등 월풀 BSM에 드러나는 항목과 비슷하다.


LG전자 역시 월풀과 마찬가지로 BSM 최상단에 '리더십' 역량을 제시했다. 리더십 분야를 다시 상세 분류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CEO, CFO, 벤처 창업 등의 3대 경험으로 나눴다. 재무건전성을 중시하는 LG그룹의 전통적 기조를 중시하는 한편 유망한 신생기업을 발굴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계속 탐색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리더십 전문성에 부합하는 인물은 전체 구성원 7명 가운데 5명(71.4%)으로 나타났다. 사내이사 조주완 대표와 기타비상무이사 권봉석 LG 부회장은 'CEO 경험'으로, LG전자 재무를 총괄하는 김창태 사내이사는 'CFO 경험'으로 분류됐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이상구 교수와 전기·정보공학부 서승우 교수 등 사외이사 2명은 '벤처 창업 경험'으로 적시됐다. 이 교수는 전자상거래 업종에 맞춰 개인화 큐레이션 기술을 개발한 인공지능(AI) 분야 스타트업 인텔리시스를 2017년에 설립한 인물이다. 서 교수 역시 2015년 토르드라이브를 세우고 배달·물류 전용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데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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