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27일 08:1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왜 한국 기업들은 사외이사 중에 교수가 많아요?”10여 년 동안 리더십과 지배구조를 연구해 온 연구자가 해외 학회를 가서 한 외국인 연구자에게 들은 질문이다. 유독 한국에서는 기업 경험이 없는 교수들이 이사회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현상이 의아하다며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의 이사회 구성을 보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직업군은 단연 교수다. 회계, 법률 등 전공은 다르지만 교수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그 뒤를 변호사, 기업인 등이 잇고 있다.
질문을 받았던 연구자는 한국사회에서 ‘스승’이 갖는 특수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사외이사제도는 19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내에 도입됐다. 갑작스럽게 도입된 제도에 국내 기업들은 사외이사를 어디서 모셔와야 할지도 난감했다. 기업들의 눈이 쏠린 곳은 학계였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군주와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같다'는 뜻을 가진 말이 한국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졌을 시절이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큰 나라이기에 스승을 기업의 조언자인 사외이사로 모시는 것이 자연스러웠다는 해석이다.
물론 해석은 여러가지다. 혹자는 같은 질문에 교수가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가장 객관적일 수 있는 직업군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교수라는 직업 특성상 외부로부터 어떤 압력이 들어와더라도 본업은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가장 객관적으로 조언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사외이사(社外理事)는 사외이사(師外理事)가 되어버렸다. 교수들이 사외이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부정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사회가 조언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교수보다는 실제 기업 경험이 많은 기업인들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이사회 중심 경영이 자리잡은 금융지주의 경우 이미 이사회 구성원들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교수 비중을 줄이고 있다. 그 자리는 실제 기업 경영 경험이 있는 기업인들로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아직 관련 기업인 사외이사 풀(Pool)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기회를 포착해 은퇴한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사외이사 풀을 꾸리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지 26년이 흐른 지금, 기업 이사회는 더 강해진 변화의 압력을 받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흐름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닌 '코리아 프리미엄'을 만들어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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