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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유도 미사일, 'RPT' 시장의 개화]'플루빅토'가 연 시장, 잇단 빅파마 조단위 빅딜로 본 가능성[총론]방사성 동위원소에 리간드 결합 암세포 정밀 공격, 노바티스 RPT로 매출 2조

차지현 기자공개 2024-09-09 09:09:03

[편집자주]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에만 정확하게 도달해 공격하는 약물 기술이 있다면. 이 같은 개념을 구현한 게 항체-약물 접합체(ADC)다. 그리고 이를 이을 차세대 기술로 방사성 동위원소를 암세포에 직접 전달해 파괴하는 방사성 치료제(RPT)가 주목받고 있다. RPT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려는 빅파마들의 조단위 M&A 등의 거래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 기업도 앞다퉈 관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시장 현황과 국내사들의 전략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5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은 항암 치료의 오랜 도전 과제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암세포에 직접 전달해 파괴하는 방사성 치료제(RPT)가 차세대 항암 요법으로 부상했다.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오는 2032년 137억달러(약 19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RPT는 단 3개.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새로운 방사성 물질을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 앞다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들 기업이 RPT 개발의 핵심으로 꼽히는 공급망 관리 역량을 어떻게 확보할지 역시 관전 포인트다.

◇일라이릴리·AZ·노바티스 등 도전장, 차기 'ADC' 각광

글로벌 빅파마들의 RLT 기술 확보 경쟁이 뜨겁다. 미국 일라이릴리는 최근 2년 새 RPT 관련 계약을 3건이나 체결했다. 7월 미국 바이오 업체 레이디오네틱스온콜로지와 인수 옵션 계약을 맺었다.

래디오네틱스에 선급금 1억4000만달러를 지급하고 일정 기간 후 10억달러에 인수할 수 있는 독점 권리를 획득했다. 래디오네틱스는 고형 종양을 적응증으로 G단백질 결합 수용체(GPCR) 표적 RPT를 개발 중인 곳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미국 포인트 바이오파마를 14억달러에 인수,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 'PNT2002' 와 신경 내분비 종양 치료제 후보물질 'PNT2003'를 확보했다. 이어 5월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표적 항암제를 개발 중인 미국 악티스 온콜로지와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전립선암 RPT 치료제 '플루빅토'로 RPT 시장을 선점한 노바티스는 입지 굳히기에 돌입했다. 4월 일본 펩티드림과 RPT 공동개발 협력을 맺은 데 이어 5월 미국 마리아나 온콜로지를 인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펩티드림은 펩타이드와 방사성 핵종을 붙이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마리아나는 액티늄 기반 RPT 'MC-339'를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아스트라제네카(AZ)는 3월 캐나다 퓨전파마슈티컬스를 41억달러에 인수했고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는 지난해 12월 미국 레이즈바이오를 36억달러에 사들였다. 퓨전파마슈티컬스와 레이즈바이오 모두 RPT 치료제를 개발 중인 업체다.

◇방사성 동위원소와 약물 결합한 표적 치료, RPT 본격 개화

빅파마들이 앞다퉈 RPT에 베팅하는 배경엔 성장성에 대한 믿음이 있다. RPT는 특정 장기나 암을 표적하는 '물질'과 치료용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한 차세대 항암제다. 암세포만 정확하게 찾아가는 약물의 표적 특이성에 방사성 동위원소의 암세포 사멸 효과를 더했다는 점에서 '유도미사일'이라고도 불린다.


사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암을 고치려는 시도는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 과거 70년 동안 임상에서 사용돼 왔다. 수술할 수 없는 갑상선암 환자에게 방사성 요오드를 사용해서 치료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만 연간 약 2만명 이상 환자가 방사성 요오드로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방사성 요오드 요법을 갑상선암 외 다른 적응증으로 확장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었다. 요오드는 갑상선호르몬을 만들어내는 데 꼭 필요한 물질로 갑상선 세포에 흡수되는 성질을 지닌다. 반면 이런 특성이 없는 다른 암종에선 동일한 방식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없었다.

확장성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 게 바로 종양 세포로 약물을 이동시키는 리간드다. 방사성 동위원소에 항체나 저분자 물질 등을 붙여 원하는 부위로 이동시키겠다는 아이디어였다. 암세포 표적 항체에 페이로드를 링커로 붙인 ADC와 비슷한 원리다.

수많은 도전 끝에 신경내분비계 종양에 소마토스타틴 수용체(SSTR), 전립선암에 전립선 특이 막 항원(PSMA)을 타깃으로 저분자화합물 및 펩타이드 페이로드를 방사성 동위원소와 결합한 표적항암제들이 탄생했고 본격적으로 RPT 시장이 개화하기 시작했다.

◇론칭 2년차 매출 2조 '플루빅토'…새 방사성 물질 등 후발주자 가세

현재 RPT 시장의 강자는 단연 노바티스다. FDA로부터 2018년과 2022년 각각 '루타테라'와 플루빅토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과거 2014년 바이엘이 첫 전립선암 RPT '조피고'의 허가를 받았으나 골조직 전이에 제한된 전립선암에만 제한돼 있어 시장성이 없었다.

특히 플루빅토는 전립선암 치료제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르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임상 3상에서 기존 표준 치료제 대비 사망위험을 38% 감소시키고 무진행 생존기간을 2배 이상 늘렸다. 출시 2년 차인 작년 매출이 9억8000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입지를 키우고 있다.

이미 노바티스라는 강력한 선행 경쟁 약물이 존재하는 상황이지만 후발주자들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빅파마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하나둘 관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제 막 RPT 시장이 열렸다는 점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걸로 풀이된다.

'넥스트 플루빅토'를 꿈꾸는 업체들은 새로운 방사성 물질로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방사성 물질은 크게 베타선과 알파선으로 나뉜다. 현재 시판 중인 RPT 치료제는 베타 방사성 동위원소를 기반으로 하는데 알파 방사성 동위원소는 이보다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해 보다 안전하고 효능이 높은 RPT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공급망 관리 역량도 관건으로 꼽힌다. RPT의 원료인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가 짧은 데다 매우 비싸다. 플루빅토와 루타테라에 쓰인 Lu-177의 경우 1mci(밀리퀴리)당 20달러 수준이다. 플루빅토 1회 Lu-177의 투약량이 200mci에 달하는 만큼 안정적인 약물 공급이 RPT의 핵심으로 거론된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플루빅토를 통해 RPT의 가능성을 엿본 데 따라 관련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국내외 기업들이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면서도 "새 리간드 및 방사성 물질을 찾는 것에 더해 원료 공급, 생산 인프라 확보 등에서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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