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풍선효과 들여다보는 당국…'카드론 영끌'도 막힐까 카드론 잔액 작년 말 38조→올 7월 41조…서민 급전창구 보장에 당국 고심
김보겸 기자공개 2024-09-10 12:46:04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9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등세 고삐 조이기에 나선 가운데 '영끌' 수요가 감지될 경우 카드론 한도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우선 은행 대출이 막히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 내서 투자)' 수요가 카드사로 흘러가는지 여부부터 점검한다는 방침이다.카드업계는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흐름이 이어지면서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고금리 상품인 카드론 취급을 크게 늘려오면서다. 다만 금융당국이 그간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에는 메스를 대지 않은 측면이 있어 실제 한도 축소나 카드론 다중채무자 제한 등 조치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내로 축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신용대출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카드론 등을 포함하기로 했다. 은행에서 신용대출이 막히면 카드사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신용대출로 대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있는지 사전 점검한다는 취지다.
그간 카드사는 신용대출 점검 대상에서는 빠져 있었다. 앞서 상호금융과 보험업권은 지난달부터 주택담보대출 증감 건수를 하루 단위로 점검받고 있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라고 압박하자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보험사 주담대 금리가 이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등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가 포착되면서다.
풍선효과 여파가 카드사 카드론에도 미치는지 여부를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번 주부터 카드론과 저축은행 신용대출도 매일 점검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카드론 취급 잔액이 증가하고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감원이 신용대출 제한에 나설 경우 카드사 카드론이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론은 최근 들어 잔액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원으로 전달(40조6059억원)에 이어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세웠다. 지난해 12월 38조7613억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 증가세다. 올 들어서는 카드론 잔액은 2조4653억원 늘었다.
반면 저축은행은 올 들어 가계대출 자산이 100조원가량 감소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정리해야 하는 만큼 보수적으로 대출을 취급한 결과다. 금감원의 신용대출 제한이 현실화하면 대출을 줄여 온 저축은행보다는 늘려 온 카드사에 미칠 여파가 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론까지 찾는 차주들은 이미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아 본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카드론 잔액이 늘긴 했지만 저축은행 가계대출 감소폭이 더 큰 만큼 2금융 대출 수요가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론 한도가 축소될 경우 중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로 내몰릴 수 있는데다 카드사들도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이를 인지하고 카드론 한도 제한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카드론 취급에 있어 대출 한도 등을 줄이게 되면 이를 필요로 하는 취약차주들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미 카드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있어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DSR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이 갚아야 하는 원리금의 상환액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60%였던 카드사 DSR 기준치는 지난 2022년부터 50%로 낮아졌다. 이는 은행(40%)에 이어 금융권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그간 DSR 규제에서 제외됐던 카드론도 DSR 산정에 포함하기로 했다.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출을 더 조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민들의 급전창구를 보장하는 동시에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해야 하는 금융당국으로서도 고민이 깊은 대목이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건전성 규제를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5군데 넘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고위험 차주를 대상으로 한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20~30%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는 내용이다. 9월 충당금 적립분부터 이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주요 고객들의 자금 지원 필요성이 커진 탓에 1년 6개월 뒤 실시하기로 하면서다.
다만 그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카드론을 늘려 온 카드사로서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졌다. 고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카드사들이 회수하지 못해 상각 처리한 채권은 2조원을 넘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2조원은 연간 대손상각비에 맞먹는 규모"라며 "당장은 신용대출 규제 대상에 카드론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이전만큼 카드사들이 카드론 취급을 적극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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