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은 지금]'위기와 불황에 강한 성장 DNA', 과제는 '계열사 지원'①브랜드 매각으로 위기 벗어나, '라이선스·제조' 투트랙 안정적 사업구조 구축
김혜중 기자공개 2024-10-08 07:43:48
[편집자주]
이랜드그룹은 매출 규모 5조원, 자산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서는 국내 굴지의 기업이다. 패션을 바탕으로 유통시장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호텔 및 리조트 사업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가고 있다. 다만 확장 과정에서의 진통도 존재했고 2010년대에는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신사업을 위해 계열사 간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더벨은 이랜드그룹의 주요 사업을 분석하고 향후 그룹의 방향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2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랜드그룹은 지주사 이랜드월드를 중심으로 패션 사업에서 빠르게 외형을 키웠고, 201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유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외부 자금 조달을 병행하며 재무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이랜드월드의 수익성 부진과 함께 그룹의 유동성이 둔화됐고 사드 배치로 인한 악재까지 겹치면서 그룹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이랜드월드는 주력 브랜드와 부동산, 물류센터 등의 매각으로 자금을 수혈해 위기를 넘겼다.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현재 경영 효율화를 이뤄내면서 안정적 재무구조를 구축했다. 라이센스 사업 전개와 함께 직접 제품을 생산하며 패션업계의 불황도 안정적으로 넘기고 있다. 다만 최근 계열사에 지원하는 자금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 속 유동성 위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본업에서의 성장세가 지속돼야 한다는 평가다.
◇삐끗한 사업 확장, '존폐 기로' 탈출 도운 '자산 매각'
1980년 태동한 이랜드월드는 ‘보세’를 벗어나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패션 사업을 확대했다. 1994년에는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이자 현지 법인인 E.Land Fashion Shanghai를 설립하면서 중국 패션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05년 중국 매출액 1000억원, 2010년 1조원을 넘어서면서 빠르게 성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사업 영역 확장에도 나섰다.
당시 이랜드그룹은 지주사이자 핵심 회사인 이랜드월드를 중심으로 성장을 위한 지속적인 브랜드 M&A, 적극적인 매장 확장 등을 펼치고 있었다. 뉴코아 인수로 아울렛 매장 전개, 한국까르푸 인수로 대형할인마트 시장 진출 등 유통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2009년 1조3371억원이었던 이랜드월드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010년 2조1624억원으로 늘어날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유동성이 저하되기 시작한건 2015년부터다. 2015년 이랜드월드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00%를 상회했는데, 재무 건전성을 뒷받침하던 수익성이 주춤한 영향이었다. 2015년 이랜드월드의 영업이익은 41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국내외 패션사업 부진과 중국 유통사업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재고 부담, 면세점 추진 등 확장 과정에서의 자본적 지출도 늘어나면서 차입금이 5.5조원으로 1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시장에서도 우려의 시각을 내비췄는데, 당시 신용평가사들은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기존 그룹의 신용도는 다소 높은 재무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사업안정성에 의해 지지됐지만 수익성 저하로 사업안전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2017년부터는 사드 배치라는 악재도 겹쳤다. 현지에서 혐한 정서가 짙어지면서 소비재를 판매하는 이랜드월드 역시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2016년 2조를 웃돌던 중국 지역 매출액은 2017년 1조4784억원, 2018년 1조3651억원으로 감소했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잘 키운 브랜드’ 판매였다. 2016년 말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1000억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던 브랜드 ‘티니위니’를 8770억원에 매각했다. 2019년에는 쥬얼리사업부를 계열사 이월드에 2200억원을 받고 매각했으며 같은 해 9월 케이스위스를 3000억원에 처분했다. 이외에도 부동산 및 물류센터 등을 매각하면서 5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확충했고 그 결과 이랜드월드는 2019년 말 기준 부채비율을 174.8%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한 차례 격동의 시기를 보낸 이랜드월드는 리오프닝과 함께 실적 회복에도 성공했다. 2023년 이랜드월드 별도로는 1조5498억원, 중국 법인에서만 1조4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 5.7% 증가한 수치다. 올해 반기에도 별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8086억원, 912억원을 기록하면서 8.4%, 9.3% 늘었다. 경기 침체로 인한 불황으로 경쟁사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뉴발란스·스파오' 덕 빗겨간 불황, 계열사 지원 부담 '성장 지속' 필요성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일 수 있던 배경으로는 이랜드월드가 갖춘 '생산 시설'이 배경으로 꼽힌다. 이랜드월드는 국내 또는 해외에서 디자인을 한 후 중국, 베트남 등 생산공장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물류센터에 집결한 후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현재 이랜드월드는 ‘뉴발란스’ 브랜드에 한해 라이선스 사업을, 뉴발란스를 제외한 브랜드는 대부분 자체 브랜드로 제품의 기획 및 생산, 판매를 이랜드월드가 총괄하고 있다. 뉴발란스도 신발 제품만 본사에서 들여오고 의류 제품의 경우 90% 이상 이랜드월드가 디자인 및 생산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2008년 당시 한국 시장에서 연매출 350억원에 불과했던 뉴발란스 사업권을 인수했다. 한국 내 패션 트렌드에 맞춘 글로벌 본사와의 조율 및 제품 출시와 함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젊은 층으로부터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2023년 뉴발란스 연매출은 9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 1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랜드그룹은 창립 44주년을 맞이한 경영진 인사에서 한국패션부문 대표에 뉴발란스 브랜드장을 맡아 온 조동주 상무를 임명하기도 했다.
또한 불황 속 자체적으로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개하는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스파오가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브랜드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총괄하며 중간 과정을 생략해 값싼 제품을 빠르게 판매까지 연결시킬 수 있다. 작년 스파오 브랜드의 매출액은 4800억원이었다.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스파오 브랜드 매출 신장률은 25%에 달하고 연매출 목표는 6000억원이다.
이랜드월드의 패션 사업은 안정됐지만 계열사로 향하는 자금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다소 부담이다. 이랜드월드의 올해 반기말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705억원으로 전년 동기 622억원 대비 개선됐다. 다만 계열사에 대여금 제공,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투자활동을 통한 현금 유출 폭 역시 746억원으로 245억원가량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반기말 총차입금 역시 1조43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늘었다. 이자지급 비용도 468억원으로 42%가량 늘어났다. 안정적인 지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랜드월드 자체적으로 현금흐름 및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면서 스포츠와 SPA 브랜드를 쌍두마차로 끌고 나갈 예정"이라며 "뉴발란스를 중심으로 스포츠 브랜드를 브랜딩하고 SPA의 경우 스파오를 1조 브랜드로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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