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남양유업, 경영 정상화·주주환원 기대감 '투심 자극'기관 주도 한달 주가 22% 상승, 기업가치 제고 노력
정유현 기자공개 2024-10-16 10:15:31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1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남양유업 주가가 오랜만에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달 새 주가가 20% 넘게 올랐습니다. 9월 9일 장중 46만50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찍었는데 다음 날인 9월 10일 장중 58만10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하루 만에 냉탕과 온탕을 오고간 모습입니다.
남양유업은 10년 전만 해도 장중 100만원을 넘기는 등 황제주 반열에 올랐던 종목입니다. 하지만 갑질 이슈 등이 터지면서 주가가 계단식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자본시장에서 소외주로 꼽혔던 남양유업의 주가가 움직인 것은 대주주 변경과 궤를 함께 합니다.
올해 초 사모펀드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로 최대주주가 변경이 됐습니다. 리스크를 안고 있던 오너가가 떠나는 것이 호재로 작용하며 2월에 종가 기준 60만원대를 회복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 다시 하락세를 탔는데요. 최근 주주환원 정책 등을 내놓은 것이 마중물로 작용해 주가에 힘이 붙은 것으로 해석이 됩니다. 이 흐름대로라면 조만간 60만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 한 달간 남양유업의 수급을 책임지고 있는 투자자는 기관입니다. 9월 10일과 10월 10일 사이 기관은 총 101억5287만원 규모로 남양유업의 주식을 순매수했습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와 외국인은 남양유업의 주가 상승을 차익 실현 기회로 활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개인은 총 86억3650만원, 외국인은 12억6704만원 규모로 팔았습니다.
◇Industry & Event
남양유업의 주가가 상승한 배경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9월 9일 발표한 주식 소각 및 주식 분할 계획입니다. 유통량을 늘리고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목적인데요.
그동안 남양유업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곳은 아니었습니다. 2004년부터 배당은 매년 실시했지만 배당 성향은 낮은 편이었습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1주당 1000원, 배당 총액은 8억원선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맥락에서 저배당 정책을 고수하는 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보고서의 '배당에 관한 사항'을 살펴보면 저배당 정책에 관한 회사 측의 의지가 드러납니다. 2013년 이후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세를 탄 것과 '코로나19' 등 악재로 인해 부침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2012년도 영업이익 수준(약 637억원)까지 회복될 경우에 배당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명시한 상태입니다.
주식 액면분할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1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하기로 했습니다. 이 건은 25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결의를 할 예정입니다. 보통주식은 4만269주 소각 완료 후 변경 예정된 67만9731주에서 679만7310주로, 종류주식은 20만주에서 200만주로 총 10배 늘어납니다.
대주주인 한앤코가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자 한 노력이 빛을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Market View
남양유업은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이지만 자본 시장에서 관심이 크지 않았던 곳으로 보입니다. 최근 1년간 리포트를 찾아보면 1월 23일에 '오너 경영 끝'이란 제목으로 한화투자증권에서 발간된 건 1개가 나옵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어봐도 2017년 이후로 애널리스트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대리점주 물량 밀어내기와 갑질 등의 이슈가 불거진 이후 사업보다는 오너 리스크가 조명을 받고 있었던 상황과 맞물립니다. 추가로 2021년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고 이 주장은 오너가를 물러나게 한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홍원식 전 회장은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면서 주당 82만원에 한앤코에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얼마 후인 2021년 9월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한앤코와 홍 전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습니다.
올해 1월 법원이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고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이 시기 리포트가 발간된 것으로 보입니다. 1월 리포트를 다시 살펴보면 한유정 연구원은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고부가가치 사업 확대, 기존 대형 브랜드 리뉴얼을 통한 경쟁력 제고, 동남아 수출 확대, 비용 절감, 자산유동화 등 할 일이 많다"며 "뭐가 먼저든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평가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남양유업의 공시 작성책임자는 서경민 경영전략본부장입니다. 올해 4월 신임 상무로 임원 목록에 이름을 올린 인물입니다. 분기보고서에도 별다른 이력 등이 나와있지 않아 프로필을 확인하기 쉽지 않지만 세종공장 품질보증팀장 등을 거쳐 승진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남양유업에서 신규 임원을 배출한 것은 약 3년 만입니다.
남양유업은 IR에 적극적인 곳은 아니었습니다. 전자공시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업설명회 공시를 찾아보면 10년 간 제로(0)입니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최근 '기업지배구조보고서공시' 보고서를 올해 처음 발간한 점입니다. 준수율이 26.7%로 낮지만 보고서를 제출한 것에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서경민 경영전략본부장에게 직접 최근 주가 상황에 대해 묻는 게 쉽지 않아 홍보실을 통했습니다. 지난 5월에 남양유업에 합류해 홍보실을 이끌고 있는 김보람 이사는 "주가와 관련해서 영향을 주는 직접적인 언급은 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한앤코로 대주주 변경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내실을 다지고 있는 상황인 점에 대한 설명은 덧붙였습니다. 김 이사는 "다만 경영 정상화로 회사 가치를 높이고 주주들에게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기업의 목표이자 영속성을 가져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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