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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2024]산업은행, 한국계 금융사 런던 진출 이정표 세운다인력·조직 현지 진출사 중 최대 규모…'파생상품·벤처' 등 신규 비즈니스 도전

런던(영국)=최필우 기자공개 2024-10-16 11:04:15

[편집자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본점 지원의 성격에서 벗어나 현지화에 집중하는 단계를 거쳐 IB 부문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을 가리지 않고 '기회의 땅'을 찾아나서고 있다. 은행에 치우쳤다는 한계 역시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전략이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4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은 국책 은행으로 국가의 경제적 위상과 발전 정도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역할과 기능이 늘어난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우량한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산업은행도 세계 무대에서 영위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 특히 자금 조달과 투자 기회가 많은 런던 시장에서 국내 금융사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은행 런던지점의 인력과 조직은 현지 진출 한국계 금융회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아직 중국, 일본의 대형 은행과는 비교가 어렵지만 조직을 빌드업하며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영업 프론트 뿐만 아니라 컴플라이언스 등 현지 규제 대응과 리스크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미들·백오피스를 두텁게 해 본점에 준하는 기능을 갖춘다는 목표다.

◇런던지점 '64명' 근무…핵심은 '조달·기업금융'

산업은행 런던지점 인력은 지난 7월말 기준 64명이다. 주재원과 현지 채용인원이 각각 15명, 49명으로 현지인 비중은 76%다. 본점에서 파견된 데스크를 제외한 인력은 지난해 50명에서 올해 56명으로 늘어났다. 2028년에는 90명까지 숫자를 늘릴 계획이다. 대형화·현지화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현지직원을 상시 충원하고 있다.


이는 런던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은행 지점 중 가장 큰 규모다. 진출 시점도 산업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앞섰다. 산업은행은 1975년 사무소를 열었고 1989년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1997년에는 법인으로 전환했고 현재의 형태가 됐다.

런던지점이 법인에서 지점으로 전환한 건 국책은행으로 갖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런던에 법인을 설립하면 현지에서 확보하는 신용등급을 자금 조달해 활용해야 한다. 현지에 법인이 아닌 지점으로 진출해 있을 경우 본점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국책은행 메리트를 극대화하려면 지점 형태가 유리하다.

산업은행 런던지점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하는 모든 글로벌 비즈니스의 원천은 조달 자금"이라며 "런던 금융시장은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런던지점이 자금을 조달해 유럽 등에 있는 KDB 네트워크에 유동성을 공급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자금조달과 함께 런던지점 양대 비즈니스로 꼽히는 건 기업금융이다. 산업은행 런던지점은 자금 조달과 기업금융이라는 해외 진출 점포의 기본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 오랜 기간 기본기를 다졌다.

현재 런던지점은 전통적인 기업금융 업무를 복수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계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CB1팀으로 시작해 올해 CB4팀까지 신설됐다. 여기에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관련 기업을 관리하고 딜을 취급하는 MENA(Middle East North Africa)팀, 무역금융 관련 업무를 하는 Trade Finance팀도 있다. 장기적으로 각 팀이 부서로 승격하는 것을 목표로 조직을 세부적으로 분화시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은행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조달과 기업금융을 잘 하는 게 산업은행 런던지점의 특색"이라며 "본점에 있는 관련 기능과 역할을 런던지점에 이식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히드로공항·ABP그룹' 이자율스왑 거래로 새 이정표

산업은행 런던지점은 전통적인 업무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 이자율스왑거래가 런던지점이 취급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런던지점은 파생 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파생데스크를 두고 있다.

런던지점 파생데스크는 지난해 굵직한 거래를 잇따라 완료하며 현지 금융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10월에는 영국 최대 공항 히드로공항, 11월에는 영국 최대 항만 운영업체 ABP그룹과 금리위험 헤지를 위한 이자율스왑 거래를 완료했다. 본점 글로벌사업부문과 런던지점 파생데스크가 합작한 성과다.

또 런던지점은 한국계 은행 런던지점 중 유일하게 벤처데스크를 운영한다. 현지 벤처데스크가 영국 투자자들에게 한국에 있는 벤처기업을 소개하고 있다. 투자 결정이 이뤄지면 미들, 백오피스가 원활한 업무 진행을 지원한다.

산업은행 런던지점의 신규 비즈니스는 다른 은행 런던지점의 귀감이 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또는 국책은행의 경우 지점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조직에 신사업과 신규 데스크를 위한 인력을 이제 막 충원하기 시작했다. 산업은행 런던지점이 안착시키는 신규 비즈니스와 조직이 다른 지점들이 참고할 이정표가 되는 셈이다.

산업은행 런던지점 관계자는 "현지에서 고객을 확보하기가 쉬운일이 아니어서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파생데스크 초창기에는 한국계 기업과 주로 거래를 했으나 이젠 글로벌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적인 세일즈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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