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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금융리스의 역사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4-11-06 09:27:15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6일 09: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더 머니’(All the Money in the World, 2017)의 주인공 인물 폴 게티가 했다는 말이 있다. “가치가 올라가는 물건은 사서 쓰고, 가치가 떨어지는 물건은 빌려서 써라.” 돈을 받고 뭔가를 빌려주고, 돈을 주고 뭔가를 빌린다는 생각은 청동기 시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토 지, 농기구, 가축, 선박 등이다. 고대 바빌로니아와 로마의 기록에도 있다. 역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리스 목적물은 농경지였는데 농부는 지주에게 농산물로 대가를 지불했다. 농부는 농기구도 리스했다. 농기구 리스에서는 주로 성직자들이 채권자였다.

1700년대에는 마필 대여가 많았다. 현대의 교통수단 리스로 발전했다. 선박과 항공기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좋은 리스 목적물이다. 항공기와 같은 고가의 물건은 운용리스도 하지만 금융리스도 한다. 신형 보잉747-8 여객기는 한 대에 약 2억5천만 달러다.

1877년에 벨전신회사가 전화기 대여를 시작했다. 현대적 리스의 출발이다. 그리고, 드디어 미국에서 자동차 리스가 시작되었다. 포드가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자동차리스산업이 없었으면 오늘날만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1914년 졸리 프랭크라는 사람이 중산층도 자동차를 탈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데서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부자들만 자동차를 소유했다. 1932년에 GE Credit Corporation이 할부 판매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가 후일의 GE Consumer Finance가 되었다. 1977년에 GE캐피탈이 출범했다. GE캐피탈은 한때 5천억 달러 자산, 40여개국 3만5천이 넘는 맨파워로 금융계를 주름잡았다.

리스업은 물건을 빌려주는 사업이다. 자동차를 사지 않고 리스회사에서 빌려서 타고 다닌다. 자동차는 리스회사 소유다. 관리도 리스 회사에서 한다. 전형적인 임대차다. 이를 운용리스라고 부른다. 리스에는 그 본질이 금융인 금융리스도 있다. 특정 리스가 어디에 해당하는 지는 사실관계에 따른다.

리스의 실질적인 중요성은 운용리스보다는 금융리스에 있다. 고가의 터널굴착장비를 생각해 보자. 건설회사는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대규모 터널공사에 필요한 장비를 구하기 위해 제조사와 연락해서 장비를 주문한다. 그리고 리스회사에 연락해서 해당 장비를 매수할 것을 요청한다. 리스회사는 제조회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한다. 대금도 지급한다. 계약의 이행이 완료되면 장비는 직접 제조사에서 건설회사로 인도된다. 건설회사는 리스회사와 리스계약을 체결하고 리스료를 지급한다. 금융리스다. 그 핵심은 건설회사가 장비의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일시에 조달해서 지출하지 않고 리스회사에 리스료의 형식으로 분할해서 지불하는데 있다.

즉, 리스료는 물건의 사용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물건의 구매대금에 대한 원금과 이자의 분할상환금이다. 따라서 전형적인 리스계약은 물건의 인도 지연이나 하자에 대해 리스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포함한다. 금융리스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여기서 자명해진다. 고가의 특수기능을 가진 여러 대의 터널굴착기를 갖추고 그 기계를 빌려가기만 기다리는 사업이 있을 수가 없다. 여기서 리스회사의 실질적 속성은 대여업이 아니라 금융업인 것이다.

금융리스가 크게 부상한 것은 21세기에 들어서다. 자동차리스는 영국에서 2019년에만 14% 성장했다. 오늘날 약 500만 대의 자동차가 리스다. 미국의 경우 출고되는 신차의 32%가 리스업계로 나간다. 최근 5년간 41% 증가한 것이다. 최근에는 IT산업에서 사용되는 장비 리스가 늘고 있다. 친환경에너지 생산 장비 리스가 증가한다. ESG시대에는 장비나 설비의 재활용 못지않게 리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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