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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산업, 한계 넘는 기업들]설립 3년 두비덥, 투자자가 주목한 핵심은③ 두비덥 안성진 대표이사, 장균은 CTO(최고기술책임자)

이지혜 기자공개 2024-10-28 07:36:14

[편집자주]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K-팝과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시장의 포화 △경쟁 심화 △소비자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과거같은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지만 진정한 강자는 위기 속에 드러나는 법. 한계를 뛰어넘고자 도전하는 기업을 조명하고 이들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심층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5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웹툰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했는데도 업계는 전혀 들뜨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소리 없는 아우성’이 가득하다. 주요 웹툰 대기업은 물론 유명 웹툰 스튜디오까지 실적이 줄거나 적자를 내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웹툰기업을 향한 투자자의 지갑도 꽉 닫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두비덥이 이런 분위기를 뒤집었다. 500억원 정도의 밸류를 제안 받은 가운데 여러 투자사에서 긍정적 피드백이 돌아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경영실적조차 나오지 스타트업이 투자사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성진 대표이사 "새 길을 개척하는 설렘으로, 웹툰 새 패러다임 제시"

“누구도 걷지 않았던 길을 걷는다는 설렘.” 안성진 대표에게 두비덥에 합류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 생활 30여 년 중 20여 년을 신사업을 맡아 이끌던 발걸음이 두비덥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1968년생인 안 대표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한 뒤 SK㈜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공장자동화, CRM콘택트센터 개발업무를 맡았던 그는 지금 한솔인티큐브라 불리는 기업에서 신사업 전문가로 경력을 본격화했다. 이후 티맥스그룹, 크로센트, 써밋태크 대표 등을 거쳤다.

그런 안 대표가 두비덥에 합류한 건 올해 초의 일이다. 안 대표는 음성이 저작권이 된다는 개념 자체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웹툰에 음성과 음향을 입힌 플레이툰이 업계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바라봤다. 안 대표는 "음성저작권 시장을 만들어 웹툰 등 콘텐츠산업 전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웹툰에 음성을 입히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많이 이뤄졌다. 무빙툰, 오디오 코믹스, 오디오 웹툰 등이다. 그러나 이런 콘텐츠가 대중화하지 못한 건 일반 동영상 방식으로 만드는 탓에 제작기간이 너무 길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다. 한 해에 공급되는 작품 수가 10여 편 남짓이었으니 대중에게 알려지기가 어려웠다.

반면 두비덥의 시스템은 다르다고 안 대표는 강조했다. 기존 제작 방식 대비 30배 이상 생산성이 좋다고 한다. 당장 지금 보유한 시설만으로도 플레이툰 280여 개 작품을 동시 연재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안 대표는 두비덥의 시스템이 시장의 주요 구성원에게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아티스트는 매절 방식에서 벗어나 저작권 기반으로 수익을 나누고 △플랫폼기업은 적은 초기비용으로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점을 누리며 △사용자는 웹툰과 애니메이션 중간에 해당하는 스낵컬처 시장에서 내가 원하는 목소리를 마음껏 캐스팅하며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두비덥의 플레이툰이 "약 80%에 달하는 무료 웹툰 이용자층을 유료 구독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명 웹툰이나 전자책 플랫폼에서 두비덥에게 협력을 제안하는 러브콜이 잇따르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로맨스가 주요 장르인 자체 플랫폼 ‘푸딩툰’과 어린이 전용 플랫폼 ‘아이나무툰’을 중심으로 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사업 모델이 주력이었다면 앞으로 B2B(기업 간 거래)사업모델도 본격화할 채비를 갖췄다는 얘기다.

경영실적이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 두 개의 플레이툰 플랫폼을 운영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여러 투자사의 관심을 받으며 최소 500억원 밸류로 투자유치를 준비할 수 있게 된 비결이다.

사실 지난해 초 두비덥은 3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아 총 25억원의 엔젤투자를 유치했었다. 지암기업, 스토리메이커컴퍼니와 전문엔젤투자사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2022년 4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해까지 누적 투자금은 30억원에 가깝다.

안 대표는 투자자금 유치 이후 계획도 착실히 마련해뒀다. 해당 자금을 확보한 뒤 △시스템 고도화 △플랫폼 확장 △글로벌 진출 △AI(인공지능)음성저작권 사업 확대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보이스 아티스트 1인 창작 프로그램인 덥라이트를 업그레이드하고 해외에 진출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장균은 CTO "플레이툰과 독자를 위해 복무하는 두비덥 기술…AI와 동행 가능"

두비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인물은 장균은 CTO다. 장 CTO는 두비덥의 심장인 더빙센터와 덥라이트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며 기술 혁신을 주도한다.

전북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KT에서 20년간 근무했다. 경영인프라 혁신기획팀, 정보기획부는 물론 사업 사업기획본부 IoT(사물인터넷) 기획팀을 거치며 여러 신사업과 혁신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클라우드, AI(인공지능)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베스핀글로벌에서 MSP사업, 즉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제공 사업의 기반을 다졌다.

2022년부터 클로잇에서도 경영전략본부 MSP사업 기획을 맡아 이끌다 올 초 두비덥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음성저작권 통합 관리 플랫폼'의 핵심이 덥라이트라고 소개했다. 장 CTO는 "덥라이트 하나만 있으면 △콘텐츠에서 대사를 자동으로 추출하고 △보이스 아티스트가 음성 녹음을 할 수 있으며 △음향효과를 적용 △배경음악을 추가하며 △웹툰 스크롤과 동기화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여러 전문가가 나눠서 처리했던 작업을 프로그램 하나만으로 모두 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안 대표의 말처럼 두비덥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두비덥은 이 기술력과 사업모델을 인정받아 현재 한국,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주요국에서 특허를 취득했다.

사람의 목소리를 다루는 두비덥. 하지만 위기론도 만만찮다. AI가 급부상하며 성우는 물론 아나운서 등 사람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장 CTO는 지난 몇 년간 AI 기술이 사람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모방하거나 새로운 목소리를 만들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적 감정 표현은 AI가 할 수 있어도 감정이 중첩되거나 상황의 맥락을 반영하는 연기, 청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지는 AI 보이스가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봤다.

장 CTO는 "사람의 목소리와 AI보이스는 보완과 협업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전혀 대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장 CTO는 AI보이스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없기에 만반의 준비를 해놓을 계획이다. 두비덥에서 'AI음성저작권'과 '음성지문'을 지원하는 'AI음성 연기 및 저작물 관리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유다.

현재 두비덥에 매달 쌓이고 있는 전문 아티스트의 112시간분의 연기 음성 소스, 그리고 내년부터 매달 2686시간으로 늘어날 고품질 음성 데이터는 두비덥의 핵심자산이자 AI와 동행하기 위한 재료가 된다. 쉽게 말해 아티스트 본인이 자신의 목소리에의 주체로서 권리를 쥐면서도 내 목소리를 흉내 내는 AI를 직접 훈련시킨다는 말이다.

장 CTO에게 가장 중시하는 원칙을 묻자 그는 "기술은 상품과 고객을 위해 복무한다"고 답했다. 그는 "좋은 구슬이 기술이라면, 그것을 꿰는 것은 회사의 상품과 고객이 중심에 있는 고품질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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