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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산업, 한계 넘는 기업들]두비덥, 목소리로 만든 웹툰의 신세계 '플레잉툰'①음성저작권 생태계 구축 목표…국내 최대 더빙센터, 비용 효율성 '강점'

이지혜 기자공개 2024-10-24 09:51:25

[편집자주]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K-팝과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시장의 포화 △경쟁 심화 △소비자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과거같은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지만 진정한 강자는 위기 속에 드러나는 법. 한계를 뛰어넘고자 도전하는 기업을 조명하고 이들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심층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2일 16: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목소리에 반해 '입덕'할 때가 있다. 노래 외에는 주로 애니메이션에서 특정 캐릭터의 목소리에 반해 입덕하는 경우가 많다. 막상 성우의 얼굴을 보면 '탈덕'할 때도 있지만 우리에겐 무기가 있다. 망각. 성우의 얼굴은 잊고 목소리를 다시 듣는 순간 그는 다시 아름다운 연인, 영웅이 된다.

이제 웹툰에서도 이런 경험이 가능해졌다. 두비덥(DOBEDUB) 덕분이다. 두비덥은
'Do(행동하다)'와 'Be(존재하다)', 그리고 Dubbing(더빙)을 합친 말이다. 두비덥이라는 사명은 더빙을 통해 행동하고 자신을 표현하며 존재감을 형성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사명처럼 두비덥은 웹툰에 음성, 음향을 입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서비스 '플레잉툰(PLAYINGTOON)'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플레잉툰은 기존 웹툰의 세로 스크롤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플레이 버튼만 누르면, 누른 위치부터 음성과 음향이 재생돼 웹툰이 보고 듣는 복합적 콘텐츠로 제공된다. 이제 웹툰 속 캐릭터의 목소리에 반해 입덕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70여 개 더빙실+덥라이트, 두비덥 가보니

두비덥은 국내 최대 규모의 더빙센터를 갖췄다. 두비덥 사옥에는 각 층마다 20여 개씩 3개 층에 걸쳐 70여 개의 더빙실이 있다.

대형 방송국조차 녹음실이 30개를 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띈다. 두비덥의 더빙실은 더빙 창작에 특화했다. 일반적으로 많은 녹음실을 보유한 곳이라도 더빙실은 5개를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화한다.

창업자인 김지한 두비덥 이사회 의장에게 수많은 더빙실을 둔 이유를 묻자 “보이스 아티스트가 합리적 가격으로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어야 음성저작권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두비덥의 주요 서비스는 웹툰에 목소리를 더하는 플레잉툰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이스 아티스트의 음성이 균질해야 한다. 만일 보이스 아티스트가 저마다 다른 녹음실에서 녹음한다면 후반작업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데다 보이스 아티스트 개인에게도 금전적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음성저작권 생태계가 조성되는 데 이런 요인들이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도록 초반부터 사옥을 설립, 수십억원을 초기 투자해 대규모의 더빙센터를 마련했다는 뜻이다.

두비덥의 더빙센터는 규모뿐 아니라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덥라이트(DubRights)'라는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가 더빙실마다 깔려 있다는 점이다. 덥라이트는 더빙의 Dub과 저작권을 뜻하는 copyrights를 합친 이름이다. 음성저작물의 창작과 관리에 중점을 둔 세계 최초의 1인 창작용 소프트웨어로 음성저작물 시장을 구축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두비덥의 더빙실에서 덥라이트를 사용하면 엔지니어나 프로듀서 없이 보이스 아티스트 혼자 녹음부터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해낼 수 있다. 덥라이트를 개발하는 데에도 수십억원을 들였다.

실제로 덥라이트는 사용하기가 편했다. 보이스 아티스트의 연령대, 사용자층이 점점 더 다양해질 것을 예상해 인터페이스를 최대한 직관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더빙실에 앉아서 로그인한 뒤 원하는 작품과 캐릭터를 선택해 녹음하는 게 전부였다. 녹음이 끝나 제출 버튼만 누르면 그 즉시 플레잉툰 서비스에 연동됐다.

비용 효율성도 상당했다. 두비덥 관계자는 "음성 관련 제작물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두비덥은 일반 녹음실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더빙센터와 덥라이트를 통해 대규모의 음성저작물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다는 얘기다. 기존 녹음 방식과 다른 접근법이다.

◇웹툰과 음성저작권의 만남, 한계 넘는 차세대 콘텐츠

두비덥이 플레잉툰을 주력 사업으로 점찍은 건 웹툰산업의 성장 한계와 음성저작권 시장 잠재력에 주목해서다. 이 둘이 만나면 시너지를 낼 것으로 확신했다.

한국은 웹툰을 최초로 만든 종주국이다. 웹툰이라는 단어도 한국 기업이 만들었다. 웹툰 사업모델을 글로벌 대기업들이 따라 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기업들은 한계에 부딪혔다. 콘텐츠 제공방식이 모두 똑같아서다. 더군다나 웹툰은 글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라서 글로벌 문맹률이 높은 나라에 쉽사리 녹아들기 어렵다.

안성진 두비덥 대표이사는 "플레잉툰은 기존 웹툰의 세로보기 스크롤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플레이 버튼만 누르면 음성과 음향이 재생되는 방식“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장르가 아니라 기존 웹툰의 차세대 버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음성저작권 시장도 성장성이 좋다고 판단했다. 두비덥에 따르면 글로벌 음성저작물 시장의 거래규모는 한화 약 12조원이며 국내 시장규모도 약 1조3000억원에 그친다. 음성저작권자와 음성 관련 국내 스트리밍 기업, 유료사용자도 없다.

음악저작물 시장과 대비된다. 음악저작물 시장은 글로벌 시장 규모가 약 32조원, 국내 시장규모가 약 8조원에 달한다. 국내에만 4만7000명의 저작권자와 1400만명의 유료 사용자가 있다.

두비덥은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음악저작권에 초점을 맞춘 수익모델을 제시했다. 기존의 매절방식에서 벗어나 저작권 기반의 수익 분배 모델을 도입했다. 보이스 아티스트의 저작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기존 매절방식에서는 성우가 한 번 녹음해서 기업에게 팔면 해당 콘텐츠가 아무리 인기를 얻어도 성우는 추가 수익을 낼 수 없다. 반면 두비덥의 플레잉툰 서비스를 활용하면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 얻을수록 보이스 아티스트가 수익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다. 유튜브나 멜론과 비슷한 구조다.

또 두비덥은 플레잉툰에 멀티 캐스팅 시스템을 도입했다. 각각의 사용자가 감독처럼 웹툰 캐릭터마다 원하는 목소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두비덥은 보이스 아티스트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비덥은 여러 엔터사와 접촉하며 기존 성우 외에 배우, 개그맨, 가수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플레잉툰에 아티스트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국경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벌써 일본과 미국에 특허를 등록했다. 또 EU, 중국, 인도를 포함한 전 세계 50여 개국에 글로벌 음성저작권 비즈니스 모델 특허 출원을 끝냈다.

안 대표는 “두비덥 보이스 아티스트의 음성저작권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관리·정산될 예정”이라며 “음성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두비덥이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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