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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엔지, 지주사 전환 실패에도 '얻은 것 많다' 승계 불확실성 제거, 2세 등판 명확…주가부양 의지도 각인

김경태 기자공개 2024-10-31 08:36:50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0일 1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야심 차게 추진한 지주사 전환 작업이 무산됐다. 기존 예상보다 많은 주식매수청구가 들어왔다. 올 7월 AI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이슈가 불거진 이후 주가 회복에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주식매수청구금액과 차이가 예상보다 컸다.

계획 실패에도 주성엔지니어링이 얻은 것리 있다. 오너 2세인 황은석 대표가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황철주 회장은 승계 가능성을 희박하게 말해왔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또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오너의 의지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AI 거품론 이후 주가 부진, 주식매수청구금액 규모 한계

주성엔지니어링은 이달 29일 지주사 전환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 계획 등에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가 들어온 금액의 합계가 500억원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올 5월 관련 계획을 발표할 때 500억원을 넘는 주식매수청구가 있으면 계획이 철회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올 5월 발표한 주식매수예정가격은 보통주 1주당 3만5305원이다. 하지만 그 후 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부진하면서 주식매수예정가격을 크게 하회했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매수청구에 응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됐다.

주가가 급격히 부진한 시점은 올 7월이다. 당시 글로벌 증시에서 AI 반도체 피크아웃 논란이 불거졌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던 엔비디아도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국내에서도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속한 SK하이닉스 등이 악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 후 엔비디아를 비롯한 다수의 기업들은 시장의 우려를 극복하고 주가를 회복했다.

하지만 주성엔지니어링은 다소 다른 흐름을 보였다. 주성엔지니어링에 투자한 한 투자사 관계자는 이 때문에 주식매수청구에 응했다고 밝혔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올 7월 1일 종가 3만8300원을 기록한 뒤 8월 5일 2만3200원까지 떨어졌다. 그 후 다른 AI 반도체 관련주들의 주가는 회복될 때 주성엔지니어링은 상승이 더뎠다. 주식매수청구기간인 이달 8일부터 28일까지도 2만원대에 머물렀다.

애초에 주식매수청구금액 합계가 적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이달 30일 종가는 2만9850원으로 시가총액은 1조4110억원이다. 500억원으로는 지분율 3.5%에 해당하는 물량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오너 2세 등판 소기 성과·'자사주 매입·호실적' 주가 반등 기대

지주사 전환이 무위에 그쳤지만 주성엔지니어링이 거둔 나름의 소득도 존재한다. 시장에 후계 승계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 향후 지배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했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황철주 회장은 과거 경영권 승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황 회장이 여전히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고령이라는 점에서 후계 승계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지주사 전환 추진 과정에서 황 회장의 자제인 황은석 사장이 등판했다. 인적분할 신설회사인 주성엔지니어링의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그는 서울대에서 재료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해 전문성도 보유하고 있다.

계획이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황 사장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주성엔지니어링의 후계 구도 불확실성을 없애게 됐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주식매수청구에 대응하려던 500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힌 상태다. 향후 주주환원정책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번 주에는 호실적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 3분기 연결 매출은 14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2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배 이상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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