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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2등이 되려면 [thebell note]

최현서 기자공개 2024-11-04 07:19:18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1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드파티 앱을 통한 아이폰 통화녹음? 기술적으로 어려운 거 아닙니다. 금방 할 수 있어요."

지난해 겨울에 만난 한 LG유플러스 개발자는 자신만만했다. SKT가 에이닷을 통한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을 선보인 지 얼마 지나지 않을 때였다. LG유플러스도 조금씩 관련 앱을 만든다는 소문이 돌 때였다. 그의 말은 그럴듯했다.

"이미 셀룰러 망을 통한 통화 녹음 기술을 구현한 앱은 있잖아요. 아이폰이 통화 녹음을 기계적으로 막아놓은 거라 그런 식으로 우회만 하면 돼요"

아이폰 통화녹음. 국내 애플 충성 고객들에게 삼성페이와 함께 꼽히는 '아픈 손가락'이다. 에이닷 출시 전까지 아이폰 유저들은 소리를 크게 한 뒤 다른 기기로 녹음하거나 통화 녹음을 지원하는 앱을 유료로 써야 했다. 전자는 너무 번거로웠다. 후자는 품질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잦았다.

잊혔던 관련 소식은 올해 여름 다시 들렸다. 2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올 4분기에 AI 기반 앱 '익시오'를 내놓겠다고 알렸다. 아이폰 16 시리즈가 나온 9월에는 구체적으로 '10월 중' 선보이겠다는 보도자료까지 뿌렸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AI 기술의 품질을 높여라'는 메시지가 담긴 황현식 대표의 타운홀 미팅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LG유플러스는 '익시오를 의식한 메시지는 아니다'고 둘러댔다. 작년 겨울에 만났던 개발자의 말이 겹쳤다. LG유플러스의 해명이 조금 궁색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

사실 황 대표의 말은 틀린 건 아니다. 시간 내에 발표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면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다. 마음이 급하다고 완성도가 낮은 모습으로 익시오를 내놓으면 후폭풍은 더 거셀 것이 분명하다. 시장이 익시오의 출시를 바라보고 있다.

에이닷이 먼저 나온 이상 익시오 뒤에는 2등 꼬리표가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선점효과도 에이닷이 누리고 있다. 이를 깨려면 완성도는 물론 '킬러 서비스'도 갖춰야 한다는 건 LG유플러스도 잘 알고 있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는 격언을 익시오가 깰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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